비즈니스만 세계화되는 것이 아니라 교육도 세계화 시대를 맞고 있다.
미국의 유명한 업체들이 프랜차이즈화하면서 아시아에 지점을 내고 있듯이 미국의 유명한 사립대학들도 명성이 자자한 자신의 브랜드 네임에 힘입어 아시아 지역 대학들과 조인트 프로그램을 속속 개설함으로써 아시아에서도 미국대학 학위 취득이 가능한 시대가 열리고 있다.
이는 좀더 깊이있는 선진 과학교육을 원하는 아시안 인구는 폭증하는데 반해 아시아의 기존 대학들이 이에 대한 학생들의 욕구를 채워주지 못하자 아시아 각국 정부나 대학측에서 먼저 미국이나 기타 선진 서구대학측에 손을 내밀면서 시작됐다. 미국 명문 사립대학들의 국제화 현황을 짚어본다.
코넬·MIT·스탠포드 등 유명 사립대
아시아 대학과 제휴 프로 속속 개설
메인 캠퍼스와 똑같은 커리큘럼‘인기’
지난 5년동안 싱가포르의 여러 국립및 사립대학에 대학원 커리큘럼을 제공하며 복수 석사학위나 자격증을 주고 있는 미국 대학은 코넬, MIT, 시카고대학, 스탠포드, 존스 합킨스 등에 이르고 있다. 이들 대학들은 모든 대학과정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코넬대학원은 호텔경영학 석사, 시카고 대학은 경영학 석사, 스탠포드 대학은 환경공학 석사등 아직까지는 특수분야만 시험적으로 진출해 있다. 물론 존스 합킨스대학 처럼 모든 학과의 석사과정을 제공하는 대학도 있고 듀크 대학처럼 커리큘럼은 제공하고 있지만 아직 학위는 지역 대학원 석사학위를 수여하고 있는 등 모양새가 다양하다.
이들 아시아지역 대학원에는 아시안만 재학하는 것이 아니라 아시아에서 활동하고 있는 미국인이나 유럽인들도 재학하고 있으며 강의는 영어로 이루어진다. 실례로 싱가포르의 난양대학측과 조인트 벤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코넬대학의 경우 호텔경영학 학장이나 부학장이 일정기간을 싱가포르에서 보내면서 리서치를 하고 직접 강의도 한다. 학생들은 12달 기간의 절반은 뉴욕주 코넬 메인 캠퍼스에서 보내고 절반은 싱가포르에서 보내며 학위는 코넬과 난양대학의 조인트 학위를 받게 된다.
그렇다고 학비가 본토보다 저렴한 것은 아니다. 시카고 경영대학원의 경우 2005~2006년 학사과정의 10과목 수강료를 싱가포르에서도 미국 메인 캠퍼스와 동일하게 3만8,000달러를 받고 있으며 코넬대학도 마찬가지이다. 그래도 학생들은 같은 커리큘럼을 영어로 들으면서 여행경비와 미국에서의 생활비를 절약할 수 있다는 이점에서 이들 조인트 벤처에 기꺼이 참여하고 있다. 싱가포르 대학들은 자국내 학생들을 상대로만 ‘마켓팅’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전아시아를 상대로 유학생들을 받아들이고 있는데 10년 이내로 이런 조인트 프로그램에 참가할 아시안은 150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싱가포르에서 이런 움직임은 5년 전부터 시작됐는데 2002년 정부차원에서 전세계 명문대학들의 리스트를 작성하고 노크를 하기 시작했다. 최근 성과는 호주의 명문대학의 하나인 뉴 사우스 웨일즈에서 향후 15년간 2억4,500만달러를 들여 캠퍼스를 싱가포르에 짓고 2007년부터 신입생을 받기 시작해 대학 및 대학원 과정 학생 1,500명을 등록시키기로 작년에 협약이 이루어졌다.
이런 움직임은 싱가포르에서만 있는 것은 아니다. 말레이시아는 이미 지난 1980년대부터 지역대학과 자매결연을 맺어 외국대학을 30여개나 유치했으며 홍콩, 중국에서도 이와 비슷한 바람은 거세게 불고있다.
미국의 명문대학들이 아시아에 ‘프랜차이즈 지점’을 개설하는 것은 경제적인 목적과는 상관이 없다. 이런 프로그램을 위해 채용하는 스태프와 학생의 기준도 미국 본토 수준이며 미국에서 교수들이 직접 아시아로 나가 강의도 하고 연구활동을 하는 것에 매력이 있다고 듀크 대학의 자우 박사는 말한다. 교수들이 미국적인 견해만 가지고 리서치를 하는 것보다는 보다 큰 안목으로 넓은 세계를 접하며 연구 및 강의 활동을 하는 것은 세계화 시대의 부응이자 다각화를 지향해야 하는 학문의 세계와 맞아떨어진다는 것이다.
<정석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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