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업원에겐
후한 임금과 베네핏,
소비자에겐
질좋은 물건 값싸게…”
아무 장식도 없는 시멘트 바닥 창고에서 고객에게 연 회비까지 받으며 제한된 숫자의 상품을 대량으로 판매하지만 품질 좋은 물건을 놀랄 정도로 싸게 팔아 부유층 고객들을 끌어 모으는 대형 창고 할인매장 코스트코의 짐 시니걸 회장은 몇몇 분석가들로부터 미국에서 샘 월튼 이래 처음 보는 빈틈없는 장사꾼으로 칭송 받고 있다. 그러나 그의 비즈니스 전략에 모두가 만족하는 것은 아니어서 증권가에는 그가 소비자와 종업원들에게 지나치게 인심을 쓴다는 비난도 있다.
짐 시니걸 회장 ‘고객 우선’ 확고한 경영철학
직접 ‘최저 가격’ 챙기며 독려… 업계 1위 고수
매출 29위 회사 거느리면서 연봉은 ‘35만달러’불과
짐 시니걸 코스트코 회장.
예를 들자면 코스트코의 평균 급여는 시간당 17달러로 치열한 경쟁상대인 샘스클럽보다 42%가 높다. 코스트코의 건강보험은 소매업종의 다른 어떤 회사보다도 후하다. 도이치 뱅크의 빌 드레어 같은 분석가는 코스트코는 주주가 되기보다 직원이나 고객이 되는 게 더 나은 회사라고 공공연히 불평할 정도다.
그러나 시니걸 회장의 생각은 다르다. 할인 소매업종에서 성공하려면 직원들에게 야박하게 대하거나 물건 가격을 올려 증권가에서 원하는 이윤을 남겨야 한다는 말에 고개를 젓는다. 후한 임금과 베니핏이야말로 코스트코의 이직률과 종업원 절도율이 극단적으로 낮은 이유라고 강조하는 그는 다른 할인 매장 고객들보다 부유한 코스트코 고객들은 코스트코의 낮은 가격이 종업원들의 희생으로 인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계속 단골로 남아있다고 말한다. 남 좋은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장사를 잘하는 것이라는 말이다.
그는 또 코스트코의 마크업을 올리라는 요구도 거부한다. 반세기가 넘도록 소매업종에 종사해온 그는 물건값을 올렸다가는 당장 더 싼 가격으로 파는 경쟁자가 나와 망하고 말 것이라고 말한다.
코스트코에서 시니걸이 지키는 철칙 중의 하나가 브랜드가 있는 상품의 가격은 원가보다 14%, 프라이빗 레이블은 15%가 넘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반면 수퍼마켓의 마크업은 일반적으로 25%, 백화점은 50%가 넘는다. 시니걸은 마크업을 16~18%로 올릴 경우 코스트코는 비용과 가격을 최소화하면서 잡은 규율을 잃고 나락으로 떨어질지 모른다고 경고하고 있다. 그 이유에 대한 설명은 간단하다. “주식 투자를 하는 사람들은 짧은 시간 안에 이익만 남기면 그만이지만 우리는 지금부터 50년, 60년 후에도 계속 비즈니스를 하고 싶거든요”
그런 회장에 대한 주주들의 평가는 어떨까? 코스트코의 주가는 지난 12개월간 10% 이상 상승했다. 반면 월마트 주가는 5%가 떨어졌다. 코스트코 주식은 기대 수익의 23배 가격에 팔리는 반면 월마트는 19%다.
세부사항과 가격을 극성스럽게 챙기는 시니걸 덕분에 코스트코는 시장을 반쯤 차지하고 있는 미국 제일의 웨어하우스 소매업체로 컸다. 다음이 40%를 점유하고 있는 샘스클럽인데 샘스클럽은 만만히 볼 2등이 아니다. 그 뒤에는 지난해 매출이 288억달러인 월마트 제국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시니걸은 경쟁업체보다는 고객들에게 더 신경을 쓴다. 우리는 가치 있는 물건을 제공합니다. 보통 소매상들이 10달러에 파는 물건을 어떻게 하면 10달러50센트나 11센트를 받을 수 있을까를 연구한다면 우리는 같은 물건을 9달러에 팔면서 8달러로 내릴 방법이 없을까를 연구합니다. 우리 고객들은 바로 그 가치 때문에 코스트코를 계속 찾습니다
1983년, 시애틀에서 단 하나의 매장으로 시작한 코스트코는 현재 457개의 매장을 가지고 있다. 그 대부분은 미국에 있지만 캐나다, 영국, 한국, 대만, 일본에도 있다. 반면 월마트는 미국과 해외에 642개의 샘스클럽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에 코스트코의 매출은 471억달러, 이윤은 22% 증가한 8억8,200만달러였다. 미국내 각 매장의 연매출은 평균 1억2,100만달러로 샘스클럽의 7,000만달러보다 훨씬 많다. 또 코스트코 회원의 평균 가구 소득은 7만4,000달러, 그중 10만달러가 넘는 사람이 31%다. 회원 숫자는 4,460만으로 연간 회비는 가구당 45달러, 사업체는 100달러다.
코스트코에 나와 있는 물건은 4,000종으로 치약의 경우 4가지밖에 없지만 월마트는 10만종 이상의 물건을 취급한다. 치약만 해도 브랜드와 크기 별로 60가지나 된다. 선택의 범위를 좁힘으로써 개별 제품의 판매 물량이 증가함에 따라 업자로부터 더 크게 할인된 가격에 구입하는 것이다.
코스트코를 미국 회사 중 매출 순위로 29위에 올린 눈부신 기록을 세우면서도 시니걸 회장의 연봉은 35만달러에 불과하다. 물론 지난해에 보너스로 20만달러를 받았고 코스트코 주식을 1억5,000만달러어치 정도 갖고 있긴 하지만 연봉액 자체는 다른 CEO의 10%도 못된다. “한푼을 가지고 벌벌 떠는 회사를 운영하는 사람이 일반 직원들보다 몇백배 더 많은 돈을 받는 건 잘못됐다고 생각합니다”
코스트코의 가격이 누구보다도 싸야 하므로 다른 곳에 더 싸게 납품하지 말라고 공공연히 업자에게 요구하고, 그렇게 하다 들킨 업자와는 당장 거래를 끊어 버리는 시니걸 회장 앞에서는 개인적 친분 같은 건 힘을 못 쓴다. 스타벅스가 원두가격 하락을 제품가격에 반영시키지 않자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회장과 친구지간임에도 불구하고 가격을 내리지 않으려면 납품하지 말라고 경고, 값을 내린 적도 있다.
시니걸은 평생을 창고매장에서 보냈다. 18세로 샌디에고 커뮤니티 칼리지에 다니던 1954년, 생긴지 한달밖에 안된 할인매장 페드마트에서 매트리스 부리는 일을 하루만 도와달라는 친구를 따라 갔다가 비즈니스 인생은 시작됐다.
솔 프라이스 회장을 도와 프라이스클럽을 시작, 크게 성공하자 시애틀의 한 사업가가 시니걸을 영입해 코스트코를 만들었다. 프라이스의 영업 방식을 그대로 따랐고, 광고를 하지 않음으로써 원가를 2% 더 절감한 코스트코와 프라이스클럽은 1993년에 합병했다. 올해 89세로 은퇴한 프라이스는 시니걸이 주주, 직원, 고객과 매니저간 이해 관계의 균형을 잡는데 매우 탁월하다고 칭찬한다.
<김은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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