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자 ‘워싱턴 포스트’ 주말 부록판 ‘퍼레이드’를 보면 “배아줄기 세포를 사용하고 있는 의학 연구에 대해 찬성하는가, 반대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찬성 58%, 반대 29%, 나머지 13%는 ‘모르겠다’로 나왔다.
그러나 미국 천주교 주교회의 생명운동 사무국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인의 77%는 연구과정에서 인간 배아를 파괴하는 치료용 유전자 복제에 대해 반대의견을 갖고 있고 불과 15%만이 찬성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배아줄기 세포 연구는 먼저 여성의 난자에서 핵을 제거한 다음 난치병 환자에게서 직접 얻은 피부 세포, 즉 체세포에서 핵을 채취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그리고 핵을 제거한 여성의 난자에다가 체세포에서 채취한 핵을 이식시킴으로써 복제 배아를 만든다. 이렇게 만든 복제 배아를 약 14일 동안 키운다음 이 복제 배아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하는데 이 줄기세포는 신체의 모든 장기나 조직을 만들어내는 일종의 만능 세포로서 이렇게 추출한 줄기세포를 배양, 생산하여 난치병 환자를 치료하는데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생명과학 기술 이면에는 심각한 윤리적인 문제가 있다. 왜냐하면 이렇게 인간 배아를 복제하는 것은 인간의 생명을 인위적으로 조작하여 생산해 내는 것으로서 이는 인간의 생명을 창조주 하느님의 거룩한 창조품으로 믿는 우리의 신앙에 대립하는 것이다. 비록 복제된 배아라 할지라도 이는 분명 인간 생명이므로 인간 배아에 대한 실험이나 조작은 인간 생명의 파괴이고 인간의 존엄성을 거스르는 살인 행위이다.
둘째, 복제된 배아를 여성의 자궁에 착상하게 되면 복제 인간으로 출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생명을 유린하고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훼손시키는 처사이고 인류에게 수많은 재앙을 가져다 줄 수 있다. 셋째, 배아 생산과 복제를 위해서는 난자의 확보가 필수적인데 기술적으로 난자 채취과정이 간단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성숙한 난자를 얻기 위해 초래될 수 있는 부작용 발생과 위험이 있고 따라서 여성은 자칫 생물학적인 기능만 하는 도구로 전락할 윤리적인 문제가 뒤따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배아줄기 세포 연구에 대해 천주교는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난치병으로 고통받고 있는 환자들의 아픔을 외면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난치병을 치료하는 방법 가운데 윤리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 배아줄기 세포를 이용하는 것만이 유일한 것이 아니라 이미 임상적으로도 효능을 발휘하고 있는 성체 줄기세포 치료는 윤리적으로 논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안전성도 탁월하다. 때문에 천주교는 ‘배아 줄기세포’(Embryonic Stem Cell) 대신 ‘성체 줄기세포’(Adult Stem Cell)를 활용해야 한다고 확신하고 있다.
성체 줄기세포란 성인의 골수나 혈액 등에서 근육, 뼈, 간 등 구체적 장기 세포로 분화되기 직전의 원시 세포를 말한다. 즉 혈액이나 지방, 골수, 혹은 탯줄 혈액, 태반조직 등 사람의 몸에서 추출해낼 수 있는 줄기세포이다. 이렇게 성체 줄기세포를 이용하여 뇌경색증 환자가 정상적으로 걷게 되고 15년간 휠체어를 타고 있던 척수환자가 일어서게 됐으며 괴사상태에 있던 당뇨병 환자의 발이 정상으로 되살아나고 있다는 임상실험 성공사례가 그 효능을 증명해 주고 있다.
이찬일 워싱턴 한인 천주교회 신부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