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야 민족사학자 황원흥의 역사강론
…우리 역사책은 앞니는 고사하고 어금니도 보기 힘들고 아예 맞지 않는 틀니까지 박고 괴로워하고 있었다. 틀니도 모르는 사람이 있나? 이가 몽땅 빠지면 가짜 이를 박는 것 말이다. 역사도 사람처럼 나이가 들면 이가 몽땅 빠지기 마련일까? 박혁거세도 고주몽도 온조도 광개토왕도 장수왕도 선덕여왕도 도무지 성한 사람이 없었다. 또 혼자 이가 빠지는 게 재미없었는지 둘이서 셋이서 같은 시대의 임금님들끼리 서로 입맞추고 손잡고 함께 똑같이 이를 뺀 기록까지 남아 있다. 그 참 희한한 일이었다. 더더욱 희한한 일은…
베이지역의 재야 민족사학자 황원흥 전 가주국제문화대(IIC) 강사가 두어달 전 펴낸 역작 ‘도표로 보는 삼국사기 역사말살과 일본서기의 허구성’(도서출판 창조기획 발행)은 걸핏하면 독자들을 딱딱함과 지루함의 바다 속에 빠뜨리기 쉬운 많은 역사책들의 ‘역사적 결함’을 이렇게 ‘희한한’ 이야기솜씨로 씻어내며 꼭 하고싶은 말 반드시 해야할 말을 차근차근 들려주고 보여준다.
’독도는 우리땅의 증언서’라는 표지 머리맡에 새겨놓은 이정표에서 보듯, 그리고 영어 제목에서 ‘Korea’ 대신 ‘Corea’를 고집하고 있는 데서 보듯, 내용을 훑지 않아도 민족적 색채가 느껴지는 저자의 역사담론은 알아듣기 쉽게 영화제목 ‘라이언일병 구하기’를 원용하자면 ‘한국사일병 구하기’라고 해도 무방하다. 이같은 취지는 저자후기에서 보다 또렷하게 나타난다. 우리 역사는 현재 사면초가의 위기에 처해 있다. 북으로는 중국의 제국주의식 패권주의에 의한 동북(東北)공정이니 단대(斷代)공정이니 해서 구대륙 전체에 걸친 북방진출의 우리 대륙역사가 봉쇄당하고, 남으로는 경제력을 바탕으로 군국주의의 부활을 꾀하는 일본 극우주의 역사관과 역사교과서 왜곡 및 독도영유권 주장 등으로 남방해양진출의 우리역사가 왜곡당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근세 이후 서구중심의 역사관에 세뇌되어 제 혼백이 나간지 이미 오래 되었다…
그렇다고 이 책이 국수주의적 사관에 사로잡혀 무조건 우리것만 좋고 옳다는 식은 아니다. 저자는 (한국의 국사교육이) 보편적인 인류역사의 흐름을 거꾸로 가는 우물안의 개구리식 국사를 강조함으로써 오히려 우리역사의 왜곡과 날조를 주변국들과 함께 거들고 있다고 개탄하며 다양한 사료와 고증을 통해 한·중·일 역사를 정밀하게 대조 확인한 끝에 잃어버린 우리역사를 되찾고자 시도하고 있다.
지명연구가이기도 한 저자는 또 일본(日本)이란 국호가 실은 ‘너븐 나라’라는 우리말에서 유래했음을 체계적으로 밝히는 등 일본인도 모르는 일본역사의 뿌리에 대해 고찰하면서 일본 극우파의 역사왜곡 시도가 뿌리없는 짓임을 보여주고 있다.
연세대 법대와 대학원을 마치고 1987년 미국으로 이민, 18년째 샌프란시스코에 거주해온 저자는 그동안 ‘허구의 중국사’ ‘잃어버린 만리대륙, 잃어버린 고려’ ‘영광과 시련의 두 섬, 하늘의 별자리에 숨겨놓은 탐라와 대만의 역사’ 등 역사연구서와 ‘허구의 광개토왕비, 우리 옛 지명의 제정과 변경의 원칙 및 그 속에 담긴 얼’ 등 지명연구서, ‘핼리혜성과 만난 신라 삼화랑’ 등 향가연구서를 펴낸 바 있다. <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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