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관 요원이 수색견과 함께 미국-멕시코 국경을 통과하는 대형 화물트럭을 조사하고 있다. 이들 차량은 미국으로 들어오는 과정에서 적어도 두번의 검색을 받게 된다.
9.11 이후 조국안보부는 미국의 안보를 위해 노력해 왔으나 언제나 고민에 빠져 있다. 2조3,000억 달러에 달하는 국제무역을 원활히 하면서 해외로부터 들어올 수 있는 잠재적 위험 인자를 솎아내는 일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전장 2,000마일의 미국-멕시코 국경지역에는 수많은 트럭, 화물차, 승용차는 물론 보행자의 통행이 끊이지 않는다. 여기에는 불법이민자도 있고 마약밀매자들도 섞여 있다. 최근 발생한 멕시코 국경지역 리오그란데에서의 갱단 간 총격전, 영국에서의 테러사건 등으로 국경지역의 안전문제가 더욱 부각되고 있다. 특히 애리조나를 통해 미국으로 들어오는 불법이민자들이 많은데 이 통로가 테러범들에게도 오픈돼 있다는 점을 조국안보부는 우려하고 있다. 국경지역의 검색강화 작업을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가 최근 보도했다.
“중요한 정보 나눈다” 미-멕시코 긴밀한 협조
차량 국경통과 1시간 전 통보해 검색 원활하게
X선·감마선·핵무기 찾아낼 방사능 검색기까지
사전 검증 거친 주민·업체 차량엔 ‘급행’ 혜택
화물트럭이나 기차를 통해 들어오는 부분에 대해서는 검색이 강화됐고 철저하다. 미-멕시코 양국의 협조체제도 잘 돼 있다. 국경을 통과하는 트럭이나 차량들은 완전 발가벗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멕시코 당국이 차량에 대한 정밀 자료를 미국 측에 제공하고 미국 측은 이를 토대로 검색한다.
마약, 폭발물, 화폐 등 의심스러운 품목이 있는지 뒤진다. 또 훈련받은 수색견을 동원해 1%의 실수도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세다. 미국과 캐나다 국경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들이다. 그렇다고 해서 테러범들의 암약을 원천 봉쇄한다고 장담하긴 이르다. 다만 9.11 이전과 비교하면 월등히 나아졌다는 점은 분명하다.
국경지대를 통과하는 경제활동을 위축시키지 않으면서 테러범들의 잠입을 막는 작업은 간단치 않다. 고도의 첨단 장비를 동원해도 ‘구멍’은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손놓고 앉아있을 수만은 없는 형국이다. 그래서 미-멕시코 양국이 적극적인 협조자세로 임하고 있는 것이다.
불순분자와 위험물을 찾아내는 일등공신은 X선과 감마선 장비다. 트럭과 화물차가 통과하는 지역에 X선과 감마선 장비를 설치했다. 거대한 짐칸에 실린 물건들이 무엇인지 꿰뚫어보는 능력을 지닌다. 위험물을 트럭의 짐 한가운데 꼭꼭 숨겨도 영락없이 적발된다. 일일이 몸집 큰 화물칸을 들여다보지 않고서도 내용물의 위험성을 간파할 수 있으니 국경 당국자들에겐 ‘효자’나 다름없다. 물론 조금이라도 이상하다 싶으면 정밀 수색에 들어간다.
아무리 장비가 좋아도 역시 세관 담당자의 눈과 손이 중요하다.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책상 위에 다리를 올려놓고 햄버거를 먹으면서 형식적으로 스크린을 보면 제대로 일 처리가 될 리 만무하다. 이를 보완하는 게 수출업자, 수송업체, 세관 브로커다.
이들은 세관과 합의하에 세관을 돕는다. 국경지역을 통과하기 1시간 전에 이를 통보한다. 세관원이 정신을 바짝 차리게 하는 효과가 있지만 ‘정직한’ 화물 수송에 조금이라도 차질이 빚어지지 않도록 한다는 목적도 있다. ‘옥석’을 가리는 데 도움을 줌으로써 경제활동을 지연시키지 않도록 한다는 것이다.
방사능 검색기 등도 한몫 한다. 국경 지역에는 수백 개의 방사능 검색기와 일반 검색기 1만여개가 설치돼 있다. 혹시 테러범들이 핵무기를 반입하려 하지 않을까 해서 주요 국경 지역에 비치해 놓았다. 핵무기의 파괴력을 감안할 때 당국으로서는 절대 간과할 수 없는 일이다.
미국의 안위와 국제경제 교류의 두 마리 토끼를 잡는데 기여하는 또 다른 조치가 있다. 센트리 프로그램(SENTRI Program)으로 명명된 이 조치는 신원조회를 마친 주민들은 자동무선 레이더를 차량에 갖고 다닐 수 있게 했다. 이들 주민은 국경을 건널 때 고속질주 레인을 이용할 수 있는 특혜를 부여받는다.
이밖에 급행 프로그램(Fast Program)도 있다. 특별히 지정한 레인에서는 차량을 세우지 않는다.
그런데 이 레인에는 아무 차량이나 들어설 수 있는 게 아니다. 수출업자가 국경지역을 통과하는 제조, 공급과정에서부터 화물차량의 내용물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제공할 경우에 한한다.
조국안보부는 올해 세관과 국경지대 안전을 위해 64억 달러의 예산을 책정했다. 첨단 장비를 구비하고 엄정한 검색을 실시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태세다. 하지만 과연 이러한 노력이 테러에 대한 우려를 완전히 불식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다만, 지난 200년간 국경지대를 드리운 양국의 감정적 앙금이 아직 가시지 않았지만 테러방지를 위해 두 나라가 힘을 합치고 있다는 사실이 긍정적으로 평가될 수 있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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