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교회의 발은 어디에?”
김숭목사 [콘트라코스타한인장로교회]
몸만큼 예민한 것도 없다. 지난주엔 매일을 다섯 시간 이상도 못 잤다. 온 몸은 마치 삶은지 오래된 물컹한 고구마처럼 되어버렸다. 만사가 귀찮아지면서 의욕도 떨어졌다. 게다가 매일 100도를 넘는 더위까지 나의 무력함에 가세했다.
내가 왜 이러나, 금주는 왜 이리 견디기 힘드나, 이리저리 생각해봤으나 대답은 의외로 심플한 데서 나왔다. 몸이 피곤하니까, 잠을 제대로 못 잤으니까가 그대답이었다. 성경에서는 종종 교회를 몸에 비유시킨다. 조직체(organization)가 아닌유기체(organism)로서의 교회임을 말하기 위해서다. 조직은 그 조직 자체가목표인 집단이다. 그래서 그 조직에 연루된 개인은 중요할 수도 있고 중요치 않을수도 있다.
그 판단은 오직 그 조직의 목표가 결정한다. 예를 들어’이윤’이 최고가치인 기업체의 경우, 거기 속한 개인의 중요도는 회사의 이윤 창출에 도움이 되는 경우와 방해되는 경우에 따라 각각 달라진다. 중요한 개인이면 연봉 올려가며 붙잡아놓을 것이고, 무익한 개인이면 가차 없이 잘릴 것이다.
그러나 교회는 다르다. 교회는 유기체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다리가 손가락더러 “너 필요 없으니 사라져!”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어떻게 허파가 새끼발가락한테 무익하다 말할 수 있단 말인가? 잠 제대로 못 잔 것 하나로 온몸이 물먹은 솜뭉치 같았던 지난주, 난 온몸 마디마디 어디 하나 성치 않음을 알았다. 그땐 손가락 끝부분에 자리 잡은 신경계까지도 “나도 힘들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이처럼 교회 역시 서로가 서로를 귀히 여기는 몸과 같은 것이지, 집단의 목표에 의해 개인의 척도가 달라지는 세상 조직체는 아닌 것이다.
다시 지난주 이야기로 돌아간다. 그러고 있던 그 주 주말, 지친 내 몸에 새롭게 활기를 넣어주는 비타민 같은 일이 하나 생겼다. 사업차 한국에 자주 오가시는 한 교인 집사님께서 신발 하나를 선물로 갖다 주셨다. 한국 어느 회사에서 개발한 신발인데 신어보니 너무 편해 자기 교회 목사인 나에게도 한 켤레 선물을 하고 싶으셨던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신어보니 너무 편하고 좋았다. 디자인도 심플하고 멋져, ‘편함’과 ‘멋’을 동시에 추구하는 내 취향에 딱 맞는 신발이었다. 그 신발 덕분일까? 금주에는 잠도 잘 오고 지금까지 상쾌하게
잘 지내고 있다.
“발이 편해야 온몸이 편하고 온몸이 편하니 맘도 편하다.” 어디서 듣던 말같지 않는가(신발회사 광고 문구였던가)? 그 ‘신발 비타민’ 사건 이후로 이 말은 정말 말 되는 말임을 새삼 느낀다. 그러나 이것을 계기로 더 말하고 싶은 것이 하나 있다. 내 온몸의 편함이 가장 냄새나고 천대받기 쉬운 나의 발에있다면 교회도 역시 그래야 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다. 그렇다면 교회의 가장 구석진 곳이 그 교회에서 가장 중요한 곳일 것이다. 그러기에 교회는 가장 냄새나는 곳부터 존중히 다루는 법을 배워야 한다.
독자들 중 많은 분들이 교회에 출석 중인 것으로 안다. 그렇다면, 다니시는 교회에서 그 냄새나는 ‘발’이 어디 있는지부터 잘 살피시라. 화장 잘하는 얼굴, 바쁜 손, 잘빠진 근육과 각선미의 주인공인 가슴과 다리, 이런 데 말고, 비록 냄새나고 숨어있지만 온몸을 지탱하는 그 발이 어디 있는지부터 들여다봐야 할 것이다. 그래서인지, 아무래도 이번주일은 모든 교회들에서 발 냄새 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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