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문씨 나라은 대주주 부상 엇갈린 시각
2천만달러 투자, 총 발행주 9.13%보유
일부선 지나친 경영간섭 재현 우려도
나라은행(행장 양 호)의 지주회사인 나라뱅콥이 신주발행 형식으로 2,000만달러 규모의 증자를 실시하고 그 전액을 이종문 현 이사장(앰벡스 투자그룹 회장·사진)의 개인 직접투자로 충당하기로 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나라뱅콥은 7일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를 통해 이같은 내용의 주식 매입계약을 지난 8월31일자로 이종문 이사장과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양측이 서명한 계약서에 따르면 이 이사장은 은행 증자를 위해 총 2,000만달러를 직접 투자해 이를 8월31일자 종가인 주당 13달러88센트로 계산한 주식 144만922주를 매입키로 했다. 이번 계약에는 거래의 타당성에 대한 외부 기관의 자문을 거쳐야 하며 오는 9월30일 이전까지 절차가 완료돼야 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다.
이번 투자계약 절차가 완료되면 이종문 회장은 나라뱅콥의 총 발행주식수 2,371만3,140주(8월15일 기준) 가운데 9.13%에 해당하는 216만5,288주를 보유, 지난 2003년 북가주의 아시아나은행 이사장으로 재직하다 나라은행과의 합병과 함께 나라뱅콥 이사장직을 맡은 이후 2년여만에 최대 주주로 부상하게 된다.
현재까지 나라뱅콥의 최대 주주는 기관투자가인 피델리티로 전체 발행주식의 8.61%를 보유하고 있으며 개인 중에는 지분의 6.15%를 가지고 있는 토마스 정 명예이사장이다.
이같은 거액의 개인 투자 배경에 대해 이 이사장측 관계자는 “은행의 자본금 증자가 필요한 상황에서 자금 여력이 충분한 이 회장이 직접 투자를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비용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은행의 증자 편의를 돕고 향후 가능성을 본 투자 결정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은행가에서는 이번 결정의 배경에 단순한 투자 목적 이외에 이 이사장의 또다른 포석이 숨어 있지 않느냐는 의견들이 분분하다.
일각에서는 일부 이사진과 갈등 관계에 있던 이 이사장이 나라은행의 회계 파동에 따른 벤자민 홍 전 행장과 토마스 정 전 이사장의 사직으로 나라뱅콥 이사회의 영향력 구도가 전면 달라진 상황에서 은행에 대한 장악력을 확대하겠다는 의도가 아니겠느냐고 풀이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그동안 내부적으로 수 차례 이사장직 퇴진 의사를 밝혔다가 번복한 적이 있는 이 회장이 왜 거액을 투자해 지분 확대에 나선 것은 향후 은행 운영에 전면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것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나라와의 합병전 아시아나은행에서 은행에 대한 지나친 간섭으로 경영진과의 문제가 많았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혹시 그같은 상황이 재현되는 게 아닌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이사장측은 “이전에도 나라은행 지분의10% 이상을 보유한 적이 있었다”며 “이번 결정이 영향력 확대 등을 염두에 둔 것은 전혀 아니며 최대 지분을 가지게 된다는 데 큰 의미를 두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김종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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