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장터-비디오 대여점’결합 형태... 거래때마다 99센트
‘피어플렉스’사
새 비즈니스로 인기
한달 1만여건 중개
18개월전 퇴근하려던 빌리 맥네어는 친구이자 동료인 댄 로빈슨에게 딸에게 줄 ‘베이비 아인슈타인’ DVD를 사러 가는 길이라고 말했다. 로빈슨은 한살 더 많은 자기 딸은 이미 ‘도라 디 익스플로어러’를 보고 있으니 그 애가 보던 것을 주겠다고 했다. 그 자리에서 두 사람은 새 사업을 구상하게 됐다. 많은 집에서 한 두번 보고 쌓아두는 DVD를 돌려 보게 하는 일이었다.
그렇게 해서 태어난 ‘피어플릭스(Peerflix)’는 말하자면 온라인 장터 ‘이베이’와 온라인 비디오 대여점 ‘넷플리스’를 합해 놓은 것이다. DVD의 소유주가 바뀌는 것은 ‘이베이’와 같은 점이고, 자기는 필요없는 DVD를 갖고 싶은 DVD와 바꾼다는 점에서는 ‘넷플릭스’와 닮았다는 것이다.
샌프란시스코 베이와 뉴욕시에서 테크놀로지에 밝은 소비자 200여명을 상대로 한 실험을 거친 이 회사는 8월 한달에만 1만건의 거래건수를 기록했다. 연말이면 미국 50개주와 캐나다에서 월 3만5000~4만건이 거래될 것으로 두 사람은 예상하고 있다.
“소비자들에게 이제 구매, 대여 이외에 교환이라는 제삼의 선택권이 생긴 것”이라고 로빈슨은 말하는데 ‘피어플릭스’에 가입하려는 사람은 우선 두개의 목록부터 작성해야 한다. 하나는 자기가 가진 것의 목록이고 다른 하나는 갖고 싶은 것의 목록을 말한다. 그 목록을 받은 회사는 원하는 DVD가 입수되면 e메일로 통지를 해준다. 그러니까 캘리포니아에 사는 내가 볼티모어에 사는 사람에게 ‘네모를 찾아서’를 보내주고 피츠버그에 있는 사람으로부터 ‘갓파더’를 받는 식이다. DVD를 우송할 때마다 파는 사람은 ‘피어벅스’를 번다. ‘피어벅스’는 이 사이트 안에서만 통용되는 화폐로 디스크를 주문할 때 사용할 수 있다. DVD는 저마다 값이 다르다. 새로 나온 것은 보통 피어벅스 3개, 나머지는 하나나 두개를 받는다. DVD를 받는 사람은 월 회비를 내는 것이 아니라 거래당 99센트씩을 ‘피어플릭스’에 지불한다.
중고 DVD 거래는 새로운 일은 아니다. 2000년에 ‘웹스왑’이 중고 DVD 교환도 취급했지만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당시는 DVD가 그렇게 자리잡히지 않았을 때고 인벤토리도 제한됐었다. 그렇지만 이제 영화업계는 DVD가 주축이다. DVD 매출이 입장권 판매 수입의 두배도 넘는다.
‘아마존 마켓플레이스’나 ‘이베이’에서도 중고 DVD가 거래되긴 하지만 우송료나 커미션등 서비스 요금까지 고려하면 소비자에게는 돈이 더 많이 든다. ‘블록버스터’도 중고 DVD를 판매한다지만 콜렉션이 작고 주류 타이틀에 치중해 있다.
현재 ‘피어플릭스’가 ‘넷플릭스’나 ‘아마존 닷 캄’ 같은 기존업체에 위협을 줄만한 존재는 아니지만 인벤토리가 전혀 없고, 부대비용도 거의 없이 시작한 창업사 치고 성장가능성은 상당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음악과 달리 두시간쯤 꼼짝않고 쳐다봐야 하는 DVD는 많은 사람들이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사서 포장도 뜯지 않은채 두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인벤토리는 어마어마할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영화사들은 품질관리, 해적판, 상표권 침해등에 관해 우려하고 있지만 로빈슨과 맥네어는 DVD 안에 든 파일을 복사하는 것이 아니라 DVD 디스크 자체를 교환하는 것이기 때문에 불법 상표권 침해 염려는 없으며, 불량품이거나 정품이 아닌 것 같아 보이는 DVD는 당장 반송을 의무화시켜 해적판이 돌지 못하게 했다고 말한다. 틀어지지 않는 DVD에는 물론 크레딧을 준다.
‘피어플릭스’가 더 많이 알려지면 DVD 소매 판매가 증가할 수도 있다고 이들은 말한다. 한번 보고 버리는 것이 아니라는 인식이 퍼지면 사람들이 ‘타겟’이나 ‘월마트’에서 부담없이DVD를 살 것이라는 말이다.
중고지만 볼만한 DVD를 1달러 미만에 살 수 있는데도 사람들은 월 17달러99센트씩 내고 넷플릭스 같은 온라인 대여회사를 계속 이용할 것인가에 대해 창업 6년만에 320만명의 가입자와 5만개 이상의 타이틀을 확보하고 있는 ‘넷플릭스’는 전혀 걱정이 없다고 말한다. 현재 점유하고 있는 시장에서의 우위를 쉽게 무너뜨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3주전, 2006년까지는 가입자가 500만명으로 늘 것 같다고 발표했다. 가입자가 23개월째 계속 증가하고 있으므로 그대로 나가면 5~7년 후에는 2000만명의 회원 기반을 갖게 된다는 추산이다.
<김은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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