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에라 동쪽 ‘론파인’ 1872년 지진으로 점토벽돌집들 폭삭
이후 목재건축 의무화… 유일하게 남은 ‘벽’ 주민들이 보호
길이 148인치, 높이 80인치, 점토와 돌 회반죽
현주인 다시 지은 가게 경매로 구입, 딸린 ‘벽’ 보전 약속
주정부 2002년 ‘역사적 포인트’ 지정해 방문자 점차 늘어
지진이나 화재가 발생한 뒤에는 거의 대부분 망가지지만 그래도 남는 게 있다. 어떤 것은 영구히 보전되기도 한다. 시에라 동쪽 산기슭에 형성된 주민 1,655명의 타운 론파인(Lone Pine). 이곳에 꽃과 선물을 파는 자그마한 가게가 있다.
벽돌용 점토로 만든 벽 ‘올드 어도브 월’(Old Adobe Wall)은 1872년 이 지역을 강타한 지진에도 견뎠다. 이 벽은 지진 전에 많이 있던 점토 건축양식을 생생하게 증언하는 유일한 ‘보물’이 됐다. 이 벽이 론파인 지역에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고 LA타임스가 최근 소개했다.
문외한이 보기에는 그저 황갈색의 돌덩어리로밖에 보이지 않지만 이 지역 주민들에게는 가보처럼 소중히 간직돼 오고 있다. 철망으로 단단히 벽을 두르고 훼손되지 않도록 신경을 썼다. 이 벽을 보면서 경외하는 마음을 갖는 주민들도 상당수다.
이 벽은 전적으로 주민들의 손에 의해 보호되고 있다. 무엇을 보호하고 무엇을 버릴 것인지 일반 주민들이 결정하고 지켜내는 그야말로 풀뿌리 보전 캠페인의 소산이다. 꽃집 ‘La Florista Shop 주인이며 이 벽의 소유권을 갖고 있는 베벌리 월은 “역사적인 가치가 있는 이 벽을 절대 허물지 않겠다”고 했다.
가게 뒤에 있는 벽 때문에 간혹 불편함을 느낄 때도 있지만 벽이 신기해 들르는 사람들이 가게 손님으로 변하기도 해 비즈니스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고 했다. 그리고 월은 “오래된 것을 간직하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물론 이 벽이 특출난 지역 명소로 인정된 것은 아니다. 론파인의 명소 리스트의 윗자리에는 오르지 못했다. 산악인들은 미국에서 지대가 낮은 48개 주에서 가장 높은 최고봉인 마운트 위트니에 도전한다. 영화인들은 클래식 영화 촬영에 적합한 앨라배마 언덕을 찾는다. 험프리 보가트 주연의 ‘하이 시에라’, TV 시리즈 ‘스타 트렉’도 이 곳에서 촬영했다.
하지만 ‘올드 어도브 월’도 점점 인기를 얻고 있다. 지난달 론파인에서 열린 제16회 론파인 영화제에 참석한 사람들은 작은 길에 있는 이 벽을 구경하기 위해 삼삼오오 짝을 지었다.
이 벽은 돌덩어리다. 길이 148인치에 높이 80인치이며 점토와 돌이 회반죽된 것이다. 밑둥 3피트 정도는 무거운 돌로 돼 있다. 이 벽이 역사적 유물이 된 것은 1872년 3월26일 새벽 2시30분. 지진이 닥치자 신생 주거지인 이뇨 카운티 주민들 상당수가 벽이 무너지면서 사망했다. 집들은 온통 폭격 받은 듯했다. 당시 론파인 주민은 약 300명. 이 가운데 지진으로 27명이 숨졌다.
찰스-매들레인 메이산스 부부는 만물상을 운영했다. 자녀는 10명이었다. 이들의 가게도 무너져 내렸다. 딸 앨리스가 아깝게 희생됐다. 가게는 완파됐으나 한 쪽 벽은 남아 있었다. 메이산스 부부는 이 곳에 가게를 재건했으나 지진에 견딘 이 벽을 허물지 않았다. 그 이후 지진에 약한 점토벽돌 건축은 더 이상 론파인에서 볼 수 없다. 건축규정으로 못 박았다. 그래서 이 벽의 주가가 더 오르고 있는 것이다.
당시 진도 8.0의 강진은 론파인 지역 건축물을 나무로 뒤바꿨다. 나무를 많이 베어서인지 오웬스 레이크 서쪽 부분의 수심이 15피트나 얕아졌다. 지금은 아예 말라버렸다. 이 곳엔 지금 지진연구자들의 발길이 잦다. 그 정도의 강도를 최근엔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메이산스 가족이 새 가게와 벽을 간직하다 수십년 뒤 다른 개인에게 팔았다. 그리고 1930년대 LA시가 이 지역을 인수했다. 그리고 1960년대 비숍의 수도전력국이 이 벽을 보수하려고 노력했다.
1970년 초 누군가 메이산스의 손녀딸 일로디 드류에게 전화를 걸어 이 벽을 불도저로 부수면 어떻겠느냐고 물었다. 드류는 펄쩍 뛰었다. 수도전력국에 연락해 보호를 요청했다. 그래서 철망을 치게 됐다. 현 주인인 월은 1978년 경매로 이 가게를 샀다. 그리고는 벽을 보전하기로 했다.
2000년 7월17일 유적으로 공식 인정됐다. 꽃집 입구 옆길에는 벽의 유래가 적혀 있다. 2002년 이후 캘리포니아 주정부의 역사 보호국이 이 벽을 ‘역사적으로 흥미 있는 포인트’로 지정했다.
이는 기념물 가운데 가장 낮은 등급이다. 지역 주민들이 의미를 부여한 역사 유물을 심사해 가치를 부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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