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돈을 찾으려고 거래은행인 BOA로 차를 몰고 갔다. 길게 줄지어 있는 맨 뒤에 서서 기다렸다. 5, 6분 뒤 내 차례가 되어 별실 창구로 안내되어 들어갔다. 일반 창구와 달리 사방이 막혀있는 별실이었다. 주위에는 아무도 없고 나와 은행원 둘 뿐이었다.
나는 100달러 짜리 열 장으로 1,000 달러를 찾아 가운데를 뚝 꺾어 바지 왼편 주머니에 넣고 은행을 나왔다. 차에 오른 후 무슨 생각에서인지 그 돈을 주머니에서 꺼내 가지고 글러브 컴파트먼트에 넣었다. 마침 12시가 되어 시장기가 들었다. 로스트 비프가 생각이 나서 아비스로 가기로 했다.
식당에 거의 다 왔을 때 차가 약간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 나는 음식점 주차장으로 들어가 차를 세웠다. 내가 차에서 내렸을 때 히스패닉으로 보이는 말쑥하게 잘 생긴 청년이 다가왔다. 그는 손가락으로 내 차의 오른쪽 뒷바퀴를 가리키며 타이어가 펑크났다는 것이었다. 나는 순진한 마음으로 고맙다는 생각을 내심 하였다. 미소를 지으며 “Thank you” 하면서 차 뒤를 돌아가서 귓바퀴를 들여다보려고 하 였다.
바로 그때다. 그자의 손이 나의 바지 왼쪽 주머니 속으로 쑥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그 손의 재빠름은 그야말로 전광석화 바로 그것이다. 이자는 수확이 없는 자기 손을 내 주머니에서 잡아채듯 빼자마자 몸을 확 날려서 쏜살같이 도망하기 시작했다. 나는 불의의 기습에 놀라고 동시에 분노가 치솟았다.
이 놈을 잡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옆길로 달아나는 자를 죽을 힘을 다 해서 쫓아갔다. 이런 경우에 범인을 쫓아가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나는 무의식중에 “Stop”을 외치면서 이자를 쫓아갔다.
그러나 젊은이라 워낙 빨라서 나와의 거리는 더 멀어지고 거기에다가 그 자는 공범이 타고 앉아 대기하고 있던 차에 올라타고 쏜살같이 36계를 놓아버렸으니 닭 쫓던 개가 지붕을 쳐다보는 격이 되었다. 어찌할 방법이 없이 나는 숨을 헐떡이며 달아나는 차 뒤를 바라 볼 뿐이었다.
그 자들은 은행 주차장에서 내가 은행 안으로 들어간 사이에 나의 차 타이어를 찔러 펑크를 내고 그곳에서부터 나를 미행했던 것이다. 만일 찾은 돈을 주머니에서 옮겨 넣지 않았더라면 꼼짝없이 몽땅 날치기 당했을 것 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미스터리인 것은 그 차가 나의 차인줄 어떻게 알았으며 또 칸막이가 있는 별실에서 돈을 왼쪽 바지주머니에 넣는 것을 본 사람은 은행원 본인밖에 없는데 그것을 어떻게 알고 바로 그 호주머니를 타겟으로 하였는가 하는 점이다.
펑크 난 타이어를 갈아 끼우는데 100달러를 쓰고 이 조그만 사건은 막을 내렸으나 지금도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분간을 할 수 없다.
한승민/ 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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