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더미 부모 걱정 절절..은혜 갚지 못한 통한 토로
(베이징=연합뉴스) 이돈관 특파원 = 22세의 꽃다운 나이에 백혈병으로 숨진 중국 헤이룽장(黑龍江)성 자무쓰(佳木斯) 태생의 한 청년이 죽기 직전 친구를 통해 구술한 문장이 한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 많은 중국인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구신(顧欣)이라는 이름의 이 청년은 친구에게 부모의 은공을 다 갚지 못하고 일찍 떠나는 아픈 마음, 자식의 생명을 붙잡아 보려다 빚더미에 올라앉은 부모의 딱한 처지를 지나치고 갈 수 없는 안타까움 등을 절절히 토로했다.
지난 5월 베이징 중일우호병원에서 백혈병이라는 진단을 받고 입원한 구신은 농장에서 일하다 퇴직한 부모의 헌신적인 간호와 간절한 기원에도 불구하고 지난 11월25일 눈을 감았다.
판레이(潘磊)라고 알려진 친구가 세상을 뜨기 직전 그가 마지막으로 말한 내용을 문장으로 정리해 ‘누구 우리 부모님 좀 도와줄 분 없습니까 - 구신의 절필(絶筆)’이라는 제목으로 인터넷 사이트에 올린지 3시간 만에 짧은 생을 마감한 것.
구신의 절필은 ...나는 안다, 나의 생이 얼마 남아있지 않다는 것을. 내가 만약 80대의 어른이고 슬하에 자손이 무리를 이루었다면 웃음을 머금고 세상을 뜰 수 있겠지. 그러나 나의 웃음을 지을 수가 없다, 내 나이는 이제 겨우 스물두 살이기 때문에...라고 시작된다.
그는 이어 백혈병이라는 ‘사망선고’ 이후의 과정을 설명하고 자식을 잃고 부모님이 무슨 낙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빚은 어떻게 해결할까, 부모님 은혜를 갚아야 하는데... 하는 생각으로 뇌리가 요동쳤다면서 매일 자식의 병 간호 때문에 초췌해진 부모의 모습을 보며 잠을 이루지 못한채 눈물을 흘렸다고 술회했다.
죽음과 싸우면서도 자식을 잃은 후의 부모님 걱정으로 밤마다 소리 없이 눈물을 흘렸던 구신의 처절한 고뇌를 담은 이 글은 인터넷 사이트에 오른지 10여일만에 7만7천여명의 네티즌이 열람했고 주요 매체들도 그의 사람됨과 자식됨을 값지게 평가하는 등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구신은 4년전 상경해 학교에 다니면서 돈을 버는 일도 했고 작년에 학교를 졸업한 후 금년 3월 취직했으나 백혈병으로 확인된지 6개월만에 결국 병마에 쓰러졌고, 어떻게든 자식을 살려 보려고 집까지 팔고 빚을 내 병원비를 마련한 그의 부모에게 남은 것이라곤 빚 20여만위안(한화 약 2천600만원)뿐.
친구 판레이에 따르면, 구신은 왜 하필이면 내게 이런 병마가 닥쳐 거기에 굴복하고 마는가 하는 원망을 내뱉기도 했지만 끝까지 조바심했던 대상은 나이 든 부모였다. 5년 내에 자동차와 집을 사서 베이징으로 모시겠다고 약속해놓고 이를 지키지 못 된 것도 한스러워했다.
아버지 구성쥐(顧勝擧)는 아들이 죽기 직전 눈을 크게 뜨고 주먹을 꽉 쥔채 가슴을 찢고 폐를 가르듯이 아버지, 어머니. 고마워요! 내세에는 제가 아버지와 어머니의 아버지가 돼서 아버지, 어머니가 제게 베풀어준 사랑을 돌려드릴게요라고 소리치고는 눈을 감으며 숨을 거두었다고 말했다.
그가 입원해 있던 중일우호의원 병실은 그가 숨을 거두자 가족은 물론 그를 담당했던 의사와 간호사까지 한꺼번에 울음을 터트려 순식간에 눈물바다가 돼버렸다고 중국 언론은 전했다.
구신의 유체는 그날로 화장돼 베이징시 교외에 뿌려졌다.
d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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