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미국 생활을 시작한 80년대 초 남보다 빠른 조기 은퇴가 사람들의 꿈이었다. 여기 저기 조기 은퇴자의 성공한 삶에 대한 이야기가 초기 이민자를 주눅들게 했다. 사실 여부는 몰라도 40대 초기에 은퇴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살아있는 전설이었다.
당시 한 30배 초반의 후배가 나름대로 성공이라고 할 수 있는 경제적 위치를 확보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자신은 40에 은퇴를 하겠다는 선언에 나는 적절한 반응을 하지 못했다. 그후 오랫 동안 만나지 못한 그가 계획대로 은퇴를 하였는지는 모르지만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조기 은퇴는 내가 하고 싶다고 할 수 없다. 경제적 성공을 전제로 한다. 정말 이러한 은퇴 생활은 모든 사람의 꿈일 수 있다. 사람들은 성공한 사람들의 은퇴 생활을 말하면서 경관 좋은 곳에 주택을 소유하고 골프나 치면서 여행을 즐기는 유유자적한 생활로 정의한다. 그러나 과연 그런 생활이 계속적인 만족과 행복을 주는지는 이러한 생활의 경험이 없는 내가 언급하는 데는 한계를 느끼게 하지만 그러한 생활은 권태로움을 가져올지도 모른다는 짐작을 갖게 한다.
독일의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궁핍은 못 가진 자의 채찍이며 권태는 가진 자의 채찍”이라고 말했다. 이 서로 다른 채찍은 일견 달라 보이지만 다를 것이 없다. 노동의 즐거움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일이 생존만을 위한 행위가 아니고 즐거움도 함께 한다는 의미를 표현한 말이다.
한국은 조기 은퇴가 사회적 현상이다. 이는 미국식 조기 은퇴와 그 의미를 달리한다. 미국에서와 같이 경제적으로 성공한자의 자발적 선택적 은퇴가 아니라 여전히 생존을 위한 경제 행위가 필요한 연령의 세대가 퇴직을 강요받는 현상이다.
이를 한국에서는 명예 퇴직이라는 말로 포장하고 있으나 실질적으로 강제 은퇴이다. 나는 한국을 방문하면 이미 조기 은퇴 생활을 하는 친구나 후배를 만나며 당황한다. 그들의 은퇴생활은 부유한 자의 선택적 은퇴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들은 여전히 일하고 싶으나 일 할 수 있는 환경이 없다. 아직 노년에도 이르지 않은 나이의 강요된 은퇴 생활 혜택이 아니라 고통이다.
막 은퇴의 정년에 도달하는 미국의 베이비 부머 세대는 은퇴를 서두르지 않는다. 물론 나는 아직도 은퇴를 할 수 있는 정도로 성공하지 못했다. 그러므로 은퇴는 나에겐 선택일 수 없다. 그러나 성공했다면 은퇴를 했을까의 대답은 “아니다”라고 말하고 싶다. 왜냐하면 은퇴는 성공이 반드시 필수 조건이 아니고 일할 수 있는냐 없느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이었다면 이러한 나의 결정이 선택이었을까는 자신이 없다. 정말 은퇴는 선택이지 강요가 아닌 사회에서 살고 있다는 것은 행복이라는 것이 나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백향민
영어음성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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