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에서 여행사 광고가 꽤나 귀를 자극한다. 낭만적인 하와이와 멕시코의 캔쿤으로 가자든지, 중국에 숨겨진 비경을 다녀와야 한다고 말이다. 누군들 생각 같아서는 당장 하던 일 접어두고 가고싶지 않으랴. 하지만 매인 일과 경비를 생각하면 ‘그저 또 광고하는구나’ 하고 흘려들어야 한다.
어느 영화에선가, 한 택시 운전사가 자신은 일하면서 이따금씩 선 바이저에 끼워 둔 사진을 바라본다고 한 장면이 있었다. 그 사진은 캐러비안의 비취색 바다와 하얀 모래 그리고 멋지게 어우러져 서있는 야자수 나무가 있는 섬의 사진이었다. 감탄스럽게도 그 운전사는 하루종일 차안에 앉아 일하는 자신의 생활 속에서 이따금씩 사진을 바라봄으로 상상여행을 하며 스트레스 자가치료법을 터득한 것이다. ‘사진 한 장이 천 마디 말보다 더 값있다 (A picture is worth a thousand words)’는 말의 실례라고 할 수 있겠다.
우리의 상상력을 이용하는 이미저리 치료(Imagery therapy)가 있다. 이것은 우리의 몸과 마음이 연결된 생리적 매커니즘을 이용한 일종의 자가최면인데 긍정적인 암시를 통하여 스트레스를 경감시킬 수 있는 가장 자연스러운 방법이다.
자신이 지금 어느 더운 날, 사고로 인한 심각한 교통체증에 갇혀 있다고 상상해보자. 생각만 해도 짜증스럽고 열이 날것이다. 또 상상해보자. 신선한 레몬을 손에 들고 레몬의 우툴두툴한 껍질을 만져 느끼고, 눈으로는 강렬한 노란색을 본다. 레몬을 잘게 슬라이스하자 주스가 튀어나온다. 새콤한 레몬의 냄새가 물씬 강렬하다. 흘러나오는 레몬 주스를 입에 넣어 쭉 빨자 시큼한 레몬주스의 맛이 혀를 온통 감싼다. 이러한 이미지를 상상하면 우리의 몸이 그 이미지에 반응하여 침을 분비하기 시작할 것이다.
이와 같이 우리의 다섯가지 감각들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이미저리(imagery)는 마음과 몸이 서로 소통하는 언어이자 생리적 커넥션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때문에 몸에 생긴 물집에게 “빨리 사라져라”라고 말할 수 없다. 말은 우리의 두뇌가 몸과 소통하는 언어가 아니기 때문이다. 대신, 물집이 줄어드는 것을 상상해야한다.
사람들은 상상의 힘이 얼마나 큰지 그리고 그것이 우리의 몸과 정신에 얼마나 큰 잠재적 치유자로서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종종 간과한다.
여러가지 생활의 짐으로 우리의 어깨가 무겁고, 상황이 도무지 빠져나갈 수 없을 때, 상상여행을 해보자. 자기 혼자만의 책상 앞과 서랍 속, 또 캐시 레지스터 아래에 가장 가고 싶은 그곳의 사진을 붙여두라. 그리고 이따금 들여다보며 그 속에 있는 나를 상상해보자.
하와이 해변가에 엎드려 파도소리를 들으며 누워있는 나, 아름답고 평화스러운 가을, 단풍이 깊은 산사의 오솔길을 걷는 나를 우리의 다섯 감각을 사용하여 상상하노라면 긴장이 완화되며 마음은 잠시 편안한 위안감으로 채워질 것이다. 상상의 힘을 아는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당신이 상상하는 그것이 바로 당신이다”(You are what you imagine)
서경화 (임상심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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