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관리 소프트웨어로
쌓이는 제품 거의 없어
덕분에 각종 비용 절약
소비자에 혜택 돌아가는셈
이제 앞으로 1~2주일 사이에 각 소매점에는 차세대 대형 스크린 텔리비전, 디지털 카메라, MP3 플레이어, 기타 소비자 전자제품들이 줄줄이 나오게 된다. 과거 같으면 소매점들이 신상품이 차지할 자리도 마련할 겸, 이제는 구식이 되어버린 기술로 만든 구형 모델들을 마지막으로 크게 할인해서 팔아치우므로 덕분에 소비자들은 싼값에 물건을 장만하곤 했다. 그런데 올해는 별로 그럴 것 같지 않다. 소매점과 제조업체들이 더욱 세련된 소프트웨어를 통해 재고및 세일 정보를 주고 받아 온 통에 치워버려야 할 재고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소비자 제품 출시에는 리듬이 있다. 소비자 제품 전체의 40% 정도가 판매되는 것이 연말 할러데이 시즌이므로 자동차나 전자제품, 기타 거의 모든 상품들이 9월까지는 매장에 도착해 대목을 맞이할 채비를 하게 된다.
그 패턴을 따르지 않는 것들도 있긴 하다. 예를 들어 그 예외중 하나인 대형 주방용 가전제품은 제조사들이 ‘쿠킹 시즌’이라 부르는 시기에 가장 잘 팔린다. 누구나 짐작하듯 소비자들은 새 가전제품을 들여놓은 다음에 추수감사절 만찬을 준비하려 한다.
에어컨디션 판매 역시 전적으로 기후에 달려 있다. 여름 날씨가 별로 덥지 않으면 소매점들은 재고 정리를 하느라 가격을 대폭 깎아준다. 냉장고도 더위에는 꼼짝 못해 여름에 잘 팔리지 크리스마스 때는 잘 안나간다.
다른 품목들은 9월이 중요하지만 전자제품의 경우에는 대부분의 신제품이 3,4월에 소매점에 나오므로 2월이 중요한 것인데, 이제까지는 크리스마스가 지나고 나면 물건을 싸게 장만할 수 있었지만 더 이상은 그렇지 않다. 상인들이 크리스마스 장식을 핼로윈 때부터 내걸고 앞당기기 시작한 연말 대목이 신정 이후까지 계속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상품권 사용이 늘어나면서 차츰 연말 대목은 1월까지 연장되고 있는 가운데 특히 빅스크린 텔리비전의 경우에는 수퍼보울 때까지 이어지고 있다.
요즘은 더 길어지고 있어, 2주전 ‘베스트 바이’는 일요일자 신문에 끼워져 나오는 광고에 이런 제목을 실었다. “’샤프 아쿠오스’로 올 밸런타인스 데이를 진정 잊지 못할 추억으로 만드세요” 줄기가 긴 빨간 장미꽃 한다발과 초컬릿 한 상자 대신 37인치짜리 LCD 평면 TV를 선물하라는 말이다. 텔리비전 값이 큰 맘 먹고 장만할 내 살림이 아니라 남에게 줄 선물용품이 될 정도로 내렸다는 뜻이다. ‘샤프’의 마케팅 담당 부사장 밥 스캐글리오니는 어머니날 선물로 부엌용 TV를 광고했더니 매출이 늘어 밸런타인스 데이에도 그런 광고를 내게됐다고 말했다.
어찌됐건 2월말이 되면 대목은 끝나고, 새 전자제품의 75%가 3월과 4월에 매장에 나온다. 그래도 ‘월마트’‘코스트코’‘베스트바이’‘서킷 시티’ 같은 대형 소매업체들은 재고가 쌓이는 일이 별로 없으므로 큰 세일을 할 필요가 없다. 재고 추적 소프트웨어를 철저하게 이용해서 신상품이 나올 때까지 재고가 거의 남지 않도록 관리하기 대문이다. 그러므로 이 소프트웨어 때문에 소비자들이 누릴 혜택이 사라진 것처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은 그와 반대다. 왕창세일에서 헐값에 물건을 건질 몇명이 아니라 모든 손님들이 보다 싼 값에 물건을 살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일에 가장 먼저 나선 대형 소매업체인 ‘월마트’가 ‘글로벌 인사이트’의 경제학자에게 위촉해 알아본 결과 재고추적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소비자들이 절약한 돈은 연간 200억달러나 됐다. ‘베스트바이’는 필요할 때 필요한 매장에만 물건을 배달하게 한 결과 연간 운송료만 1,000만달러가 절약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또 제조사에서 물건을 배달받는 시기를 20주 전이 아니라 4주전으로 줄였으므로 재고가 쌓일 위험이 제거돼 가격을 낮출 수 있게 됐다.
‘패나소닉’사의 엔터테인먼트제품 담당 부사장 리드 설리번은 지난 5년사이에 사용과 공유가 가능해진 데이터가 많아짐에 따라 소매업도 많이 달라졌으며, 전체의 목표인 원가 절감은 소비자에게도 이롭다고 말한다. 새로운 테크놀로지를 더 좋은 가격에 제공하는 신제품은 소비자들에게도 이익이라는 것이다.
한편 가만 있어도 사람들이 물건을 사러 오는 대목에 제값을 받으면 상인들에게 돌아가는 이익이 더 클 것 같지만 사실은 그와 반대라고 소비자전자제품 업계를 분석하는 사람들은 말한다. 재고도 적고, 제품 공급도 빡빡하게 받는 요즘같은 때 소매상들은 사람들이 물건을 살 용의가 있는 동안 어떻게든 많이 파는 것이 이익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일년 내내 어디서건 세일이 진행되고 있어 세일의 영향력이 줄어든 것도 사실이지만 최근 ‘포레스터 리서치’ 조사에 다르면 어떤 소비자 전자제품을 언제 어디서 살 것인지를 결정하는 가장 압도적인 요인은 가격으로 나타났다.
그렇지만 전자제품을 조금이라도 더 싸게 살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마음에 두고 있는 물건에 대한 충동구매를 자제하고 정보를 수집할 일이다. Engadget.com Gizmodo.com 같은 웹사이트에 가면 제품에 대한 정보를 모을 수 있고, News.com 과 Twice.com 같은 사이트는 1월의 ‘소비자전자제품쇼’나 2월말 ‘포토 마케팅 협회 총회’ 같은 업계 박람회에서 나오는 최신 소식을 모아 전해준다. 5~6 메가픽슬 카메라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면 ‘휼렛-패커드’ R717이 R727로 대체된다거나 ‘후지 파인픽스’ F10 대신 F60이 나오는 것을 알 수 있다.
NexTag.com, Shopping.com, Froogle. com을 비롯한 가격 비교 사이트에서는 어느 딜러가 믿을만하고 가격도 저렴한지를 알 수 있으니 가격 변동을 지켜볼 일이다. 일요일자 신문에 삽입된 광고들도 살펴본다. ‘넥스택’은 어떤 제품 가격이 기꺼이 지불하려는 금액 이하로 내려가면 e 메일로 알려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며, 최근 가격이 내린 제품 목록과 함께 특정 제품의 가격 동향을 도표로 보여주기도 한다.
<김은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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