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서울에 갔을 때 대학 동기들이 마련한 만찬회에 참석한 일이 있었다. 그때 교수직을 은퇴한 한 친구가 어이없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가 현직에 있을 때 어떤 모임에 갔었는데, 한 교수가 대뜸 “당신들은 왜 그렇게 이름도 없는 작은 교회에 다니는지 모르겠소. 대학 교수쯤 되면 이에 걸맞게 유명한 목사가 있는 큰 교회에 다녀야 할 것 아니겠소?”라고 해서 쓴웃음만 지었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오늘 한국 교회가 서 있는 현주소의 한 단면을 생각게 해준다. 교회의 구성원들 가운데 잘못된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때문에 교회가 올바른 자리에 서 있지 못한다. 그래서 교회가 자주 싸움터처럼 시끄러운 소리를 내게 된다.
이번에 제법 오래된 벨플라워에 있는 교회 하나가 또 두 동강나고 말았다. LA 인근에 있는 이른바 대형교회들이 한 둘 빼고 갈라지지 않은 교회가 없겠지만 교회가 좀 커지면 이러한 전철을 밟고 만다. 왜 그럴까?
교회의 본질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면 금새 알수가 있다. 예수가 제자들과 한 대화를 들어보면 된다. 예수가 제자들에게 자기를 누구로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이때 수석 제자인 시몬이 대답했다. “주님은 살아 계신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십니다.”
이 대답을 들은 예수가 시몬에게 “그대는 베드로일세. 나는 베드로 위에다 교회를 세울 것일세.”
바로 이게 교회다. 베드로는 ‘바위’란 뜻을 가진 ‘페트로스’란 헬라말을 한국말로 소리낸 것이다. 교회란 살아계신 하나님을 참으로 믿고, 구세주이신 예수를 올바르게 믿는 신앙인들이 모인 공동체란 뜻이다.
그런데 오늘의 교회 현실은 어떠한가? 이른바 교회에 다니는 자칭 엘리트들은 문화생활의 한 수단으로 교회에 다니고 있는 것이다. 사회에서 명사로 대접받는 사람들 가운데에 그냥 평교인으로 교회에 다니는 사람들이 몇이나 될지 의심스럽다. 어떤 사장은 큰 교회에서 장로가 되려고 애쓰다 되지 못하니까 작은 교회에 가서 장로가 되어 가지고 다시 먼저 다니던 큰 교회에 와서 “장로님“ 대접을 받으며 교회생활을 하고 있다.
어떤 사람은 사업이 잘 안되니까 목사나 되어 보겠다고 이름도 없는 어떤 신학교를 어물어물 다닌 다음 집사에서 갑자기 목사가 되어 교회를 개척한다고 돌아다니기도 한다. 제법 큰 교회를 이룩한 목사들 가운데도 엘리트 의식이 너무 강해서 목사인지, 회사 사장인지 알기 어려운 생활을 하는 목사들도 있다.
이러한 모든 부조리한 일들은 참다운 교회를 이룩하는데 커다란 걸림돌들이 되고 있지만 모르긴 해도 앞으로 쉽사리 없어지진 않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까 참다운 소명감으로 목회를 하려는 올바른 목사들이나, 순수하고 소박한 믿음을 가지고 신앙생활을 하려는 교인들에게 이와 같은 교회현실이 실망을 주고 있다.
교회가 올바르게 서 있으려면 교회 구성원들이 참다운 신앙관을 가지고 있어야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 가운데서도 교회를 이끌어 가는 목회자들이 먼저 교인들에게 본이 되어야 하는데, 이번에 갈라진 교회를 봐도 목사들이 싸움의 원인이 되고 있다. 교회의 싸움에는 반드시 목사와 장로가 그 주연을 맡고 있다. 이러한 목사는 더 이상 목사가 아니고 이러한 장로도 더 이상 장로일 수 없다. 더욱이 이런 싸움에 조연을 맡는 교인들도 더 이상 교인이라 불릴 수 없다. 교회는 살아계신 하나님을 믿고 구세주를 믿는 사람의 공동체이다. 내가 다니는 교회가 참 신앙인들의 공동체인지 아닌지는 예수가 말씀한 교회의 본질을 되새겨 보면 알수 있을 것이다.
윤 아브라함 명예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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