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예비선거가 조용히 끝났다.
이번 선거는 뜨겁게 달궈진 이슈가 없는 탓인지 김빠진 모습으로 막을 내렸지만 한인사회에는 낭보를 선사한 선거였다. 두 명의 한인 여성이 큰 일을 해냈기 때문이다.
남가주 한인사회에 잘 알려진 미셸 박씨가 캘리포니아주 조세형평국 3지구 위원 예선에서, 북가주 18지구 주하원의원 선거 민주당 예선에선 메리 정 하야시 후보가 각각 11월7일 결선에 진출했다.
두 사람의 승리는 100년을 넘은 한인 이민사에 한 획을 긋는 사건이다.
고위 선출직에 한인이 첫 관문을 통과한 것도 그렇지만, 여성이 그것도 두 명씩이나 11월 결선에 진출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여기에 ‘이들이 출마한 지역이 모두 자신의 소속당 우세지역이어서 당선 가능성이 매우 높다’란 점과, ‘1978년 알프레도 송씨가 정계에서 물러난 이후 단 한 명도 캘리포니아 주의회에 진출한 적이 없다’는 살을 붙이면 그 가치는 더욱 귀해진다.
개인의 승리가 아닌 한인사회의 경사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한인들의 눈과 귀는 둘레 69센티미터, 무게 440그램인 ‘팀카이스트’(2006 독일월드컵 공인구)에만 집중돼 있다. 적어도 6월 한달은 어떤 얘기를 떠들어봐도 전혀 먹히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
일요일이었던 지난 4일 아침 모처럼 얻은 늦잠 기회도 마다한 채 TV 앞에 앉아있던 사람들은 가나와의 평가전에서 3-1로 대패하자 공격력 부재, 수비 허점 등의 분석을 내놓기 바빴다. 심지어 2002월드컵 4강 신화 환상에서 빨리 깨어나는 게 급선무란 얘기도 나왔다. 모두가 뜨거운 열정을 가진 축구 전문가요, 그라운드를 누비는 태극전사였다.
월드컵 열기에 묻힌 탓일까?
두 여성의 승전보가 나온 지 며칠이 지났건만 온통 이목이 독일에만 집중돼 안방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는 것 같다. 혹자는 나중에 “그랬구나”하고 말할 수 있겠지만 너무 무심한 표현이다. 더욱이 이번에는 아예 “선거가 여전히 대다수 한인들에게는 ‘강 건너 불 구경’이었다”는 자성의 목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특히 우리가 이룬 놀라운 결과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채 망각의 공간에 방치돼 있는 것은 더욱 답답하고 안타까운 일이다.
그동안 ‘정치력 신장’이란 구호는 한인사회의 단골메뉴였다.
4.29폭동의 깊은 아픔과 고통을 겪은 후 정치행사, 단체장 취임식 때면 빠짐없이 등장하는 말이 이것이지만, 우리의 실체를 들여다보면 여전히 ‘돌아오지 않 는 메아리’ ‘과녁 없는 화살’에 불과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이같은 답답함을 이번에 두 한인 여성이 시원하게 풀어줬다. 태극전사들의 승전보도 중요하지만 우리의 이민생활과 직결된 정치력을 한 단계 끌어올린 이들의 도전과 예선 승리의 가치가 월드컵에 가려져서도 안 된다.
황성락 사회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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