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의 성공 이끌고 러 프로팀 行
딕 아드보카트 감독과 한국 축구의 짧은 동거가 끝났다.
지난 15일(이하 한국시간) 대한축구협회와의 재협상 기한을 넘긴 아드보카트 감독은 24일 스위스전을 끝으로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지휘봉을 놓게 됐다. 25일 대표팀과 함께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한 아드보카트 감독은 잠시 한국에 머물며 신변을 정리한 후 네덜란드로 출국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 행선지는 러시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월드컵 이전 이미 러시아리그 제니트 상트페테르부르크와 계약을 체결 한 것으로 전해졌다. 스위스전이 끝난 후 믹스트존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수 일 내로 거취를 밝히겠다”고 했던 아드보카트 감독은 조만간 러시아행을 공식화할 것으로 보인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월드컵 16강 진출’을 달성하는 데는 실패했지만 짧은 기간 동안 한국 축구에 깊은 족적을 남겼다. 그는 거스 히딩크 감독 이후 부임한 사령탑 중 유일하게 계약 기간을 채운 감독이기도 하다.
특히 ‘월드컵 4강 신화’에 취해 답보를 거듭하던 한국 축구에 새 바람을 불어 넣은 점은 인정 받을 만 하다.
그는 지난해 9월 부임 후 단 시일 내에 표류를 거듭하던 한국 축구의 중심을 다시 잡았다. 강력한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해이해진 선수들의 기강을 바로 세웠고 이호(울산), 조원희(수원) 등 ‘젊은 피’를 과감히 발탁, 대표팀에 새 바람을 불어 넣었다.
그는 이후에도 대표팀 내에 경쟁구도를 유지시키며 선수들을 끊임 없이 자극했다. 짧은 준비 기간에도 불구, 포메이션 변화라는 모험을 시도, 부분적인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그러나 아드보카트 감독은 ‘월드컵에서 세계를 놀라게 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한 채 한국 축구의 지휘봉을 놓게 됐다. 취임 후 자주 언급했던 ‘시간의 한계’를 결국 극복하지 못한 셈이다. 그는 지난해 12월 장기 전지훈련의 필요성을 역설한 이후 틈 날 때마다 “히딩크 시절과 지금을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라며 ‘준비 부족’의 어려움을 호소해왔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한국 축구를 위한 고언도 잊지 않았다. 그는 인터뷰에서 “K리그 활성화만이 대표 축구를 발전시키는 길”이라는 충고를 남겼다. 4년에 한번 ‘월드컵 홍역’을 앓는 한국 축구팬들이 곰곰히 되새길 만한 말이다.
프랑크푸르트(독일)=김정민기자 goavs@hk.co.kr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