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단.
호비뉴.
브라질 0-1 충격패…남미축구 전멸
월드컵 4강 확정
브라질이 무너졌다. 또 ‘아트 사커’ 앞에 무릎을 꿇었다. ‘축구종가’ 잉글랜드도 데이빗 베컴의 부상과 웨인 루니의 퇴장 속에 사투를 벌였지만 승부차기의 악몽에 또 한번 시달리며 포르투갈에 4강 티켓을 헌납했다.
우승후보 0순위였던 브라질은 1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독일월드컵 8강전에서 지네딘 지단에서 티에리 앙리로 이어진 한 방을 얻어맞고 0-1로 패했다. 잉글랜드는 승부차기에서 스티븐 제라드와 프랭크 램퍼드 등 베테랑들이 어이없이 실축하며 스스로 기회를 날려버렸다.
이로써 프랑스와 포르투갈은 LA 시간으로 오는 5일 정오 뮌헨에서 결승행 티켓을 놓고 맞붙게 됐다.
전날 펼쳐진 8강전 2경기에서 개최국인 ‘전차군단’ 독일과 ‘아주리군단’ 이탈리아가 각각 아르헨티나와 우크라이나를 꺾음으로써 이번 대회 4강에는 유럽 팀만 남게 됐다. ‘올-유럽’ 4강은 1982년 이후 처음이다.
‘늙은 수탉’이라는 비아냥거림을 받던 프랑스는 은퇴에서 돌아온 ‘마에스트로’ 지단이 전성기 못지 않은 화려한 개인기를 과시하며 중원을 지휘하고 간판 골잡이 앙리가 결정타를 터트려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 브라질을 좌초시켰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결승에서 프랑스에 0-3으로 완패했던 브라질은 8년 전의 패배를 의식하는 듯 초반부터 수비 위주의 소극적인 경기를 펼쳤다가 삼바 축구의 진수를 보여주지도 못한 채 6번째 월드컵 우승의 꿈을 접었다.
프랑스는 수비형 미드필더 파트리크 비에라와 클로드 마켈렐레가 카카, 호나우지뉴, 호나우두를 수비라인 앞선에서 봉쇄해 브라질의 공격을 틀어막았다. 전반 브라질은 슛을 고작 2번밖에 날리지 못했다.
0-0으로 전반을 마친 뒤 브라질은 후반 초반 다시 잠시 공세를 취하는 듯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치명적인 한 방을 얻어맞았다.
후반 12분 호나우두를 젖히는 지단의 볼 묘기 이후 카푸가 말루다에게 파울을 해 프랑스가 세트플레이 찬스를 잡았다. 미드필드 왼쪽 측면에서 지단은 오른발로 길게 볼을 감았고 순간 앙리가 골포스트 먼 쪽으로 뛰어들며 노마크 찬스를 잡았다.
프리킥이 날아오는 궤적을 보고 점프한 앙리는 공중에 뜬 채 오른발 인사이드로 발리슛을 때려 네트 상단에 꽂았다. 앙리의 이번 대회 3번째 골.
브라질은 그때서야 아드리아누, 시시뉴, 호비뉴를 잇따라 투입하며 반격에 나섰지만 후반 44분 호나우지뉴의 프리킥이 크로스바를 넘어갔고, 인저리타임 호나우두가 때린 회심의 슛이 바르테즈에게 막힌 데다 이어진 제호베르투의 슛마저 골포스트를 빗나가 쓸쓸히 짐을 꾸렸다.
앞서 겔젠키르헨에서 열린 8강전에서는 포르투갈이 120분간의 연장 혈투 끝에 득점 없이 0-0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한 뒤 페널티킥에서 잉글랜드를 3-1로 제압, 40년만에 월드컵 조별리그를 통과한 이번 대회에서 4강까지 진출하는 기염을 토했다.
특히 브라질 출신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 포르투갈 감독은 브라질 대표팀을 이끌었던 한·일 월드컵에서 7연승으로 우승한 데 이어 이번 대회 5경기를 모두 이겨 월드컵 12연승 대기록을 이어나갔다.
포르투갈 골키퍼 히카르두는 이날 선전으로 강력한 야신상 후보로 떠올랐다.
<이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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