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새벽(한국시간) 독일 베를린 월드컵경기장서 열린 2006 독일월드컵 결승전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경기에서 프랑스의 지단이 후반에 이탈리아 수비를 머리로 들이받았다는 이유로 엘리손도 주심에 의해 레드카드를 받고 있다./연합뉴스
무엇이 ‘아트사커’의 대명사 지네딘 지단(34)을 그토록 화나게 했던 것일까.
프랑스 축구의 ‘자존심’ 지단이 그의 축구인생을 마감하는 2006독일월드컵 축구대회 이탈리아와 결승에서 뜻밖의 몸싸움으로 레드카드를 받고 퇴장당하면서 전 세계 팬들을 순간 경악시켰다.
연장 후반 6분. 1-1의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던 베를린 올림피아슈타디온에서 아무도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후반 연장 5분께 프랑스 선제골 주인공 지단과 이탈리아 동점골의 드라마를 연출한 마르코 마테라치는 이탈리아 진영에서 조용한 말싸움을 벌였다.
표정의 변화없이 몇 마디를 나누면서 걸어나오는 순간 지단이 갑자기 돌아서면서 마테라치의 가슴을 머리로 강하게 받아버렸다.
순간 마테라치는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았고 이탈리아 선수들은 오라시오 엘리손도 주심을 둘러싸고 거세게 항의했다.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주심은 선심에게 달려가 상황설명을 듣고, 곧장 지단에게 다가선 뒤 뒷주머니에서 ‘빨간색’ 카드를 꺼내 들었다. 퇴장명령.
오라시오 엘리손 주심으로 부터 레드카드를 받는 프랑스팀의 지단
지난 1988년 17세의 나이로 프로에 데뷔한 뒤 1994년 8월 처음 ‘레 블뢰’ 유니폼을 입고 프랑스를 대표하는 공격형 미드필더로 세계를 호령하던 지단이 18년 현역생활을 마무리하는 경기를 레드카드로 마감할 것이라고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던일이다.
더구나 위기에 빠진 프랑스를 구하려고 대표팀 은퇴를 번복하고 월드컵 우승을위해 ‘백의종군’한 그의 마지막 모습이 퇴장이 됐다는 것 자체가 축구팬들에게 충격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었다.
지단은 레드카드를 받고 주심에게 항의를 했지만 워낙 명백한 반칙을 저지른 터라 쏟아지는 눈물을 곱씹으며 10명의 동료를 그라운드에 남긴 채 무표정하게 놓여진 월드컵트로피 곁을 지나 쓸쓸히 라커룸으로 향했다.
8년만에 찾아온 월드컵 우승 기회를 살리기 위한 지단의 이날 투혼은 남달랐다.
전반 7분 플로랑 말루다가 유도한 페널티킥을 정확하게 차넣으면서 ‘영웅의 화려한 은퇴식’을 꿈꿨다.
지단은 연장 전반 14분에도 윌리 사뇰의 정확한 오른쪽 측면 크로스를 그림 같은 헤딩슛으로 연결했지만 이탈리아의 ‘거미손’ 잔루이지 부폰의 오른손 끝에 걸리면서 추가골의 기회를 아쉽게 놓쳤다.
지단의 운은 여기까지였다. 이미 후반 35분 공중볼을 다투다 오른쪽 어깨가 빠지는 부상을 견뎌내면서 마지막까지 투혼을 불사른 지단이었지만 순간의 분노를 참지 못한 채 자신의 마지막 현역 축구인생을 퇴장으로 끝내고 말았다.
눈물이 가득 차오른 슬픈 눈으로 라커룸을 향하던 이미 전설적 인물(legend)이 된 그의 쓸쓸한 뒷모습을 지켜보는 팬들의 가슴 역시 쓰릴 수밖에 없는 순간이었다.
(서울=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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