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1일부터 4일간 내가 재직중인 학교 한인 교감 선생님과 한미연합회(KAC) 내셔널 컨벤션에 참석하기 위해 시카고에 다녀왔다. 한미연합회 소속은 아니었지만 선생님께서 미주 한인 이민 역사에 대한 세션을 맡으셨고 또 학교에서 한미연합회의 프로그램에 학생들을 참가시키면서 이들과 관련된 활동으로 인해 학교 대표로 참가하게 되었다.
올림픽 영웅 Sammy Lee의 기조 연설을 비롯하여 한인타운의 1세, 1.5세, 그리고 2세 한인 지도자들과 함께 한 자리가 어색할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그들과 함께 한 며칠동안 나는 LA한인사회 라는 좁은 의미에서의 ‘나’와 미국이라는 전체 속에서의 ‘나’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가질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한인들을 만나면 괜히 부담스러워지고 피하는 게 상책이라는 생각보다는 그들이 한결같이 한국인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을 그들의 부모와 조부모가 남겨준 유산을 기억하고 간직하며 소중히 여기는 모습에서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사실 이것은 우리가 심심하면 부르짖다가 바쁘면 슬그머니 꽁지를 내리는 ‘정체성’의 문제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 문제는 ‘우리는 누구이며 어디에 속해 있으며 어디로 가고 있는가’하는 뿌리의 문제이고 이것이 이번 컨벤션의 주제였다.
행사 삼일째 되는 날은 뉴저지 Edison Township의 시장인 Jun Choi의 연설을 시작으로 진행되었는데 다인종이 모여사는 백인 우세 지역에서 지역적 특성에 맞는 탁월한 정책과 리더십을 인정받아 당당하게 시장으로 우뚝 선 그의 모습이 자랑스러웠다. 어릴적 집에 손님이 오면 방에 숨어서 나오지도 못하는 수줍은 소년이었음을 고백하는 그는 이제 주류 사회에서 지역 시민들과 함께 일하는 전혀 어색함이 없는 자랑스런 한국인의 모습이었다.
미 전 지역에서 모여든 이번 컨벤션에서 이민 1세들은 젊은 한인 지도자들의 활약상을 치켜 세워주고 한인 사회에 그들의 성장한 모습을 알려주어 스스로가 한국인임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나아가 다음 세대들에게 모델 역할이 되도록 격려하는 어른들의 따뜻한 배려임을 느낄 수 있었다.
오후에는 2명의 저널리스트들이 나와 한인 타운의 문화가 감정적이기보다는 좀 더 성숙한 문화이기를 바라는 마음과 이민 1세들이 인정받고 싶어하고 힘과 물질에 배고팠던 세대였음을 인정하면서 이제는 젊은 지도자들이 새로운 리더십으로 한인 사회를 이끌어 갔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을 피력했다.
4.19 폭동을 계기로 그런 아픔이 다시는 재현되지 않기를 바라며 그들은 힘이 없어 당해야만 했던 뼈아픈 경험을 통해 그들의 과오를 인정하며 이제 젊은 세대들은 그들의 전철을 밟지 않고 타인종과의 유연한 관계를 통해 다같이 잘사는 미국을 만들어보자는 힘있는 메시지였다.
이어 1.5세와 2세들이 주류 사회에서 코리안-아메리칸임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당당하게 살아가기를 당부하는 1세들의 날카로운 지적에는 모두가 숙연해지는 분위기였다. 4일 동안 젊은 세대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격려하는 그들의 소리 안나는 노력은 젊은 세대들에게 귀감이 되고도 남는 충분한 것이었다.
이런 1세, 1.5세, 2세들의 화합된 모습을 좀 더 자주 노출시켜 젊은 세대가 윗세대의 수고와 땀으로 일궈놓은 일련의 터전을 바탕으로 이 땅에서 코리안-아메리칸임에 자부심을 느끼며 한인 사회뿐 아니라 미국 사회에 기여하는 세계인으로 성장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다.
도시의 중심을 가로 지르며 변함없이 흐르는 시카고 강물처럼 질곡의 삶을 지켜낸 이민 역사를 되돌아보며 새로이 결속을 다짐하는 전국의 한미연합회 가족들에게 힘찬 박수를 보낸다.
지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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