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부시‘코스유지’포기 하루만에 사실상 철군시한 밝혀져
통제불능 현지상황·여론에 굴복
이라크 올인 실패 잔여임기 악몽
대이라크 정책의 물줄기가 바뀐다.
조지 케이시 이라크 주둔 미군 총사령관과 잘메이 칼리자드 바그다드 주재 미국 대사는 향후 18개월 내에 이라크 안보 책임의 중심축이 미군에서 이라크군 쪽으로 완전히 넘어갈 것이라고 24일 발표했다.
케이시 장군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앞으로 12-18개월 후면 이라크 보안군이 국가안보의 책임을 온전히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며 사실상 미군의 철수 시한을 제시했다. 그는 “이 기간에도 이라크 주둔 미군의 점진적 철수는 꾸준히 이어질 것이나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병력 증파를 요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잘메이 칼리자드 바그다드 주재 미국 대사는 “이라크 정부가 올 연말까지 상황 개선에 초점을 맞춘 일정표 작성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18개월 이내에 안보책임을 완전히 떠맡는다는 전제하에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 필요한 준비작업의 완료시한을 부분별로 설정해 이라크 정부가 직접 미국측에 전달한다는 것.
이라크 정책과 관련한 미국의 이같은 ‘방향 틀기’는 부시 대통령이 ‘코스 유지’(stay the course)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힌 지 하루만에 나왔다.
지난해 이라크 총선을 통해 다수파인 시아파가 정권을 장악한 이후 수니파와의 유혈 종파분쟁이 내전의 양상을 띄우면서 미국의 정책변화를 요구하는 유권자들의 목소리가 거세졌으나 부시 대통령 이를 무시한 채 “코스 유지”를 고집해왔다. 그러나 토니 스노 대변인은 23일 “이 표현은 현재의 이라크 상황과 관련해 오해를 낳을 소지가 있다”며 “대통령은 이 표현을 더 이상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계 관측통들은 스노 대변인의 발언이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정책 변경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했지만 백악관측은 “구호사용 중지가 정책변경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고 즉각 부인하고 나섰다. 하지만 백악관의 부인은 케이시 장군의 24일 발표로 무색해지고 말았다. 결국 미국은 이라크전 개전 3년7개월여만에 수렁으로 변한 이라크에서 발을 빼는 쪽으로 방향을 수정했다. 2,803명의 미군 사망자와 2만687명의 부상자(치료후 원대복귀자 포함시 4만4,779명), 4,000억 달러 이상의 전비가 투입된 이라크전이 ‘잘못된 전쟁’이라는 인식이 퍼지자 중간선거와 2008년 대선을 의식한 부시 대통령으로서도 더 이상 ‘코스 유지’를 외칠 수 없게 된 것.
그동안 부시 대통령은 미군 철수일정 제시를 요구하는 민주당을 향해 “꼬리를 자르고 내빼자는 얘기”라고 비난했으나 ‘코스 유지’는 현실을 무시한 억지라는 여론의 집중포화에 두 손을 들고 만 셈이다.
자신의 정치적 자본을 이라크에 ‘올인’한 부시 대통령의 막판 방향 수정은 통제불능의 상태로 치닫는 현지의 상황과 맞물려 잔여 임기 동안 그의 입지를 형편없이 축소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그에게 이라크는 이제 정치적 악몽이자 저주이다.
<이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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