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아침 플로리다 히알리에 있는 빌라버디 샤핑센터의 진열매장. 마치 시체안치소를 연상케 했다. 좁은 침대들이 즐비하고 여기에 사람들이 등을 대고 뒤로 반듯이 누워 있었다. 쇼룸은 아주 고요했다. 적막이 흐르는 절간 같았다. 잠시 후 소리가 났다. 침대표면 바로 밑에 뜨겁게 달궈진 돌로 된 롤러가 누워 있는 사람들의 등을 아프게 문지르면서 움직였다. 쇼룸 벽에 걸려 있는 스피커에서 친숙한 노래가 흘러나왔다.
척추교정·침술 접목 한국산 ‘마사지 침대’인기
쇼룸에서 무료 서비스 제공…“병 나았다”‘간증’도
교통사고로 혼수, 마사지 덕에 다시 걸어 다녀
뇌졸중으로 쓰러졌던 사람 이젠 혼자 식사 가능
FDA “일시 통증 완화 일뿐” 지속적 효과 불인정
이곳이 바로 건강한 삶이 시작되는 곳이다. 놀랄만한 러브스토리가 시작되는 곳. 소중한 만남이 이뤄지는 곳. 이 곳이 바로 세라-, 세라젬.’
세라젬은 침대 이름이다. 세라젬은 이 침대를 만든 한국회사 이름이다. 그리고 플로리다를 비롯해 전 세계 500개 매장의 이름이기도 하다. 이 제품이 플로리다와 다른 지역에 사는 히스패닉들 사이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이 침대는 척추교정과 동양 침술 요법을 정출한 절묘한 메커니즘으로 히스패닉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일회 침대에 누워 마사지를 받으면 40분이 걸린다. 하루 종일 히스패닉 손님들로 쇼룸이 붐빈다. 모두 무료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척추교정과 동양침술요법을 접목해 각종 통증 치료에 효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세라젬 침대가 히스패닉 소비자들에게서 인기를 얻고 있다>
세일즈맨들은 히스패닉 손님들에게 몇 주건 몇 달이건 쇼룸에 와서 세라젬 침대를 무료로 이용하도록 적극 권유한다. 이미지 제고를 위해 적극적인 홍보를 펼치고 있는 것이다.
히알리 쇼룸 공동오너인 마리엘라 팰라치오는“이는 목욕이나 식사와 같이 생활의 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의료계에서는 이 침대의 효과에 대해서 콧방귀를 낀다. 의학적으로 전혀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다르다. 이러저런 통증이 사라졌다며 3,000달러를 선뜻 내고 세라젬 침대를 구입한다.
미국에 있는 61개의 세라점 프랜차이즈 가운데 절반 가량이 히스패닉 동네에 있다. 마이애미 메트로폴리탄에만 3개가 있다. 마이애미 바로 옆에 붙은 히알리는 히스패닉 인구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이다.
히스패닉 시장을 연구해 온 플로리다 국제대학의 경영학 교수 제리 하르는 “이 침대는 입소문과 간증 형식으로 히스패닉 커뮤니티에 퍼져나가고 있다”고 했다. 그는 “히스패닉은 다른 인종에 비해 비전통적인 방식의 치료효과에 대해 귀를 솔깃 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 침대에 대해 관심을 보이는 것도 그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히스패닉 가운데 의료보험이 없는 사람들이 많아 이 침대의 질병치료 효과에 끌리는 소비자들이 적지 않다고 했다. 게다가 히스패닉들은 대체로 “친구나 이웃이 내게 가짜를 팔 리가 없다는 순진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침대를 사용해 효과를 톡톡히 보았다는 소비자들의 ‘간증’은 감동적이다.
뇌졸중으로 쓰러졌던 사람이 이젠 세라젬 덕분에 혼자서 식사를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몇 달 전만 해도 걷지도 못하던 한 여성은 이젠 자동차 타이어도 직접 갈 수 있다고 목청을 높인다. 세라젬 사용 후 목발을 사용할 필요가 없어진 소비자들의 목발 4개가 쇼룸 한 쪽에 걸려 있다.
글래디스 로드리게스(53)는 세라젬이 자신의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었다고 고마워했다. 그리고 교통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져 있던 과테말라의 조카가 이젠 걸을 수 있다고 했다. 로드리게스는 “하느님께 감사하고 그 다음에 이 침대를 만든 사람들에게 감사한다”고 했다. 로드리게스는 침대를 구입하더라도 자신은 매주 쇼룸에 와서 사람들에게 ‘간증’을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세라젬 침대는 누워 있는 사람의 체중에 따라 롤러가 움직이면서 등과 하체 부위를 마사지한다. 머리까지도 부분적으로 마사지를 받을 수 있다.
연방식품의약청은 세라젬의 열 마사지가 관절통증이나 유사한 통증에 대해 일시적 진통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하지만 그 이상의 효과는 인정을 하지 않고 있다.
세라젬의 미주본사인 세라젬 인터내셔널은 지난해 텍사스에서 이 침대가 암과 심장병을 치료한다는 주장과 관련해 법원으로부터 지적을 받았다. 과장광고로 소비자들을 호도했다는 검찰 측의 주장을 법원이 인정한 것이다. 그래서 세라젬 인터내셔널은 18만달러의 합의금을 냈다. 하지만 플로리다에서는 아직 세라젬과 관련해 어떠한 소비자 불평사례도 접수되지 않았다고 관계당국이 밝혔다. 한편 세라젬 인터내셔널의 지난해 매출은 3,000만달러였다.
<마사지 침대 연구진들이 침대와 인체의 역학관계를 면밀히 실험하고 있다>
<뉴욕타임스특약-박봉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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