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필하모니의 초대 지휘자이며 교향악단의 아버지로 불리는 독일의 한스 폰 뷜로는 “나쁜 오케스트라는 없다. 나쁜 지휘자가 있을 뿐이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지휘자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마음만 갖고는 되지 않는다. 지휘자는 곡에 대한 상세한 이해가 있어야 하고 작곡자가 표현하고자 한 바를 제대로 구현해 낼 줄 알아야 한다. 관악기, 현악기, 타악기 등 저마다 음색이 다른 악기를 이해하고 있어야 하고, 그 악기를 다루는 단원의 개성까지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지휘자 자신은 아무 소리도 내지 않는다. 그는 상대에게 소리를 내게 하는 연주자이며 사람이 바로 그의 악기다. 왜 베를린 교향악단은 세계의 으뜸인가. 베를린 필은 초대 지휘자인 한스 뵐로(1830~1894) 이후 2대는 니키쉬, 3대는 전설의 푸르트벵글러, 4대는 그 유명한 카라얀 등 그야말로 기라성 같은 거장들이 이 악단을 맡아왔기 때문이다.
지휘자에 따라 교향악단이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가는 중국 국립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증명했다. 유진 올만디가 지휘하는 미국의 필라델피아 심포니가 70년대에 북경을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중국 교향악단의 연주 실력이 말이 아닐 정도로 형편없었다. 그러나 올만디가 지휘봉을 잡고 함께 연습하자 중국 교향악단은 며칠 사이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태어났다. 중국인 연주자들 스스로가 자신들의 변화에 놀랐다.
“나쁜 오케스트라는 없다. 나쁜 지휘자가 있을 뿐이다”를 정치에 대입시키면 “나쁜 국민은 없다. 나쁜 대통령이 있을 뿐이다”가 될 것이다. 나쁜 대통령은 누구인가. 이라크의 후세인이 표본적인 인물이다. 좀 참았더라면 이라크는 석유 하나만으로도 부유한 국가가 되고도 남았을 것을 허풍떨고 고집 부리다가 이라크를 피비린내 나는 살육의 현장으로 만들었고 그 자신과 아들도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다. 나쁜 대통령을 만나면 국민이 얼마나 불행해 지는가를 입증한 현대사의 본보기다.
가장 나쁜 지도자는 국민의 목숨을 저당삼아 자신의 야심을 실현하는 정치인이다. 히틀러가 나쁜 지도자로 낙인찍힌 이유는 인종증오를 부채질하여 수백만 유대인을 학살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1942년 말 독일 제6군단이 스탈린그라드에서 포위당했을 때 후퇴를 금지시킴으로써 22만여명의 독일군이 전사하거나 포로가 되게 했다.
네로가 나쁜 황제로 꼽히는 이유는 죄 없는 기독교인들을 처형했기 때문이다. 로마를 새로 꾸미기 위해 불을 지른 다음 기독교인들에게 책임을 뒤집어씌워 살육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네로는 어머니 아그리피나와 부인 옥타비아를 살해한 인면수심의 황제다. 참다못한 원로원이 네로를 ‘나쁜 황제’로 규탄하자 그는 자신의 목을 찔러 자살해 버렸다.
요즘 노무현 대통령을 ‘나쁜 대통령’이라고 박근혜씨가 코멘트한 이후 ‘나쁜 사람’ ‘나쁜 남자’ ‘나쁜 여자’ 등 ‘나쁜’ 시리즈가 유행어로 번지고 있다. 노무현은 정말 나쁜 대통령인가. 그는 나쁜 대통령이라기보다는 무능한 대통령이 아닐까. 그가 무엇을 선언해서 된 일이 없다. 콩으로 메주를 쓴다고 해도 국민이 안 믿으니 히틀러나 후세인처럼 여론을 앞세워 나쁜 일 하기조차 힘든 것이 현실이다. 그에게 닉네임을 지어준다면‘나 홀로 대통령’‘못 말려 대통령’이 가장 잘 어울릴 것 같다.
<이 철> 이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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