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사치스러워지는 아이 파티에 부모들 스트레스 쌓인다
유치원생 큰 딸의 생일파티를 치르고 난 42세의 엄마 줄리 프린츠는 이건 아니다 싶었다. 15명 꼬마손님들을 초대한 티파티였다. “처음엔 간단하게 하려고 했지요. 그러나 점점 커졌습니다. 테이블 세팅에서부터 아이들에게 들려보내는 작은 기프트백에 이르기까지 신경쓸게 한두가지가 아닌 겁니다. 나도 모르게 조금이라도 더 예쁘게, 뭔가 다르게 하려는 집착이 생기면서 밤 12시가 넘는 줄 모르고 준비했지요”
<날로 호사스러워지는 꼬마들 생일파티 풍조에 부모들의 스트레스가 늘어나고 있다>
컴퓨터 분석가인 프린츠는 아이들을 데리러 온 다른 엄마들의 얼굴에서 감탄의 빛과 함께 ‘우리 아이 생일 파티도 이 정도는 해야하는데, 어떻게 하지?’하는 스트레스를 읽었다고 털어놓는다.
사실 아이들의 생일파티가 날로 사치스러워지면서 부모들의 스트레스가 되고있다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서양에선 ‘스윗 16’이나 유대계의 미츠바, 히스패닉계의 퀸세아네라 등 아이의 생일을 넘어 가정의 전통행사인 경우 생일파티는 웨딩 못지않게 성대하게 치러져 왔다. 그러나 요즘 미국 부모들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것은 서너살 꼬마에서 초등학생들의 생일파티다. 컵케익과 아이스크림으로 만족하던 파티의 시절이 그립다는 부모가 한 둘이 아니다.
13세 딸의 생일에 1,000만달러 파티를 열어주었다는 뉴욕 한 아버지 등 부유층의 돈잔치는 예외로 접어두더라도 중산층 부모들까지 파티 전문업체를 불러 수백달러에서 수천달러에 이르는 호사스런 생일파티를 열어주는 추세가 계속되고 있어서다. 7세짜리 생일파티 손님들을 위해 리무진을 부르고 3세짜리 생일파티에 프라이빗 클럽을 빌리는 일도 서슴치않는 다른 부모들을 보며 쇼핑몰에서 450달러 짜리 ‘곰만들기 생일파티’을 열어준 게 너무 약소하지 않았나 걱정하는 엄마도 있다. 또래 압력은 아이들만 못 견디는 게 아닌가 보다.
아이들 파티 관련 비즈니스가 호황을 이루면서 이른바 ‘주제(theme)’가 없는 파티는 시시한 모임으로 전락했다. 드레스로 성장하는 여자아이들의 무도회 파티에서 스타워즈나 수퍼맨등 영화 캐릭터 복장으로 참석해야 하는 파티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한 엄마는 5세짜리 딸이 동화 속처럼 말이 끄는 마차로 모셔가고 모셔오는 리츠칼튼 호텔에서의 친구 생일파티에 다녀왔다고 혀를 차기도 했다.
이런 추세에 더 이상 못 참겠다고 선언한 일부 부모들이 반격에 나섰다. ‘스트레스 없는 생일파티’라는 네트워크까지 만들었다. 미네소타주 세인트폴의 부모들과 교육자들이 시작한 이 단체는 도를 넘어선 생일파티에 대한 부모들의 각성을 촉구하면서 소박하고 즐거운, 나이에 맞는 건전한 파티를 적극 권하고 있다. 이들의 제안은 ‘주제 없는, 선물 없는, 스트레스 없는’ 파티다.
그러나 남보다 좀 튀는, 그래서 아이들이 기억하는, 그러기 위해선 돈과 시간이 많이 들어야하는 꼬마들의 생일파티 추세는 별로 줄어 들 기미가 아니다. 사회학이나 심리학 전문가들도 우려하며 동의한다.
무엇보다 큰 요인은 부모들의 죄의식에 대한 보상심리다. 여성의 전문직 진출과 함께 자녀의 수도 줄어들었고 맞벌이 부모의 증가와 함께 경제적 여유는 늘어난 반면 아이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줄어든 데 대한 미안함이 커졌기 때문이다. 또 이 경쟁 심한 사회에서 뒤지지 않으려고 공부와 각종 과와활동 등 어른 들 못지않게 바쁘고 힘든 일상을 사는 아이들에게 생일 하루 만이라도 꿈 같은 근사한 시간을 선사하고 싶은 부모의 마음에서라는 것이다.
<드레스를 입어야 하는 호화 생일파티에 참석하는 꼬마숙녀가 파티입장 전 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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