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31일 이탈리아의 전 총리 실비오 베를루스코니가 가장 싫어하는 일간지 ‘라 레퍼블리카’ 1면에는 “친애하는 편집장께”로 시작되는 한 편지가 실렸다. 책망조의 이 편지는 베를루스코니에게 공개석상에서 여자들과 시시덕거린데 대해서 사과할 것을 요구하고 있었다. 보낸 사람은? 그의 부인이었다. 지난 봄 선거에서 패배한 베를루스코니가 총리직에서 물러난 후 별 화제도 없이 밋밋한 정계에 지루해하고 있던 이탈리아에 오랜만에 흥미진진한 뉴스가 터진 것이다. 그 편지가 당장 전국의 톱 화제로 떠오르면서 이탈리아인들은 깨달았다 : ‘권좌에 있건 없건 이탈리아는 베를루스코니에 대한 관심을 멈출 수 없다’
<2004년 총리시절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와 부인 베로니카 라리오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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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만장자 베를루스코니, 공개석상에서 여성들과 희롱했다 혼쭐
아내가 신문1면에 공개사과 요구하는 편지 싣자 즉시 무릎 꿇어
‘역시 뉴스메이커’ 이탈리아 전국의 톱 화제로 부상
지난 8개월동안 정말 지루했거든요. 지금은 가슴이 뛰면서 기이한 활력이 솟는 듯한 느낌입니다. 우린 이런 스타일을 좋아해요. 물론 건전한 것은 아니지요, 그러나 그게 이탈리아인걸요”라고 한 저널리스트는 진단한다.
이야기의 발단은 가슴에 심장박동기까지 단 70세 전 총리가 최근 한 시상식에 참석해 젊고 아름다운 여성들에게 성적 농담을 건네면서 시작되었다.
“내가 결혼을 안 했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당신과 결혼할 텐데”라고 한 미녀에게 추파를 던졌던 그는 또 다른 미녀에게 “당신과 함께라면 어디든지 갈꺼요”라고 찬사를 던졌다.
“남편의 이런 말들은 나의 품위를 손상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농담으로 넘어가 줄 수는 없습니다”라고 27년동안 총리의 곁을 지켜온 20세 연하의 부인 베로니카 라리오는 편지에서 지적했다.
“그러므로 나의 남편이며 공인인 그에게 나는 사적이 아닌 공개적인 사과를 요구합니다”
이편지의 의미를 ‘분석’하느라 이탈리아 각계는 한바탕 들끓었다. 여권운동가들은 라리오여사처럼 남편의 바람기를 당연한 것으로 참고 견디어 온 이탈리아 여성들을 위한 각성의 계기라고 환영했다. 정치평론가들은 베를루스코니가 3선 총리를 꿈꾸지만 이젠 여성표를 기대하기 힘들어 그의 정치생명은 끝났다는 진단을 내놓았는가 하면 전국의 토크쇼들은 편지에 대한 온갖 의견으로 와글와글 댔다.
하루가 채 가기전에 베를루스코니는 아내에게 무릎을 꿇었다. 공개사과문을 발표한 것이다.
“당신의 품위와는 절대 상관없는 일입니다. 지각없는 농담들이 내 입에서 나올 때도 나는 당신의 품위를 내 가슴속에 소중하게 지킬 것입니다. 나를 믿으십시오. 다른 어떤 누구에게도 구혼을 한 적이 없습니다… 용서하십시오. 제발 당신의 분노에 무릎 꿇는 이 공개사과를 사랑의 표시로 받아주십시오. 커다란 키스를 보냅니다. 실비오”
이 해프닝은 실비오와 베로니카, 두사람 만이 아닌 실비오와 이탈리아, 이 둘의 길고 복합적인관계의 한 단면을 드러내는 흥미로운 에피소드라 할 수 있다. 이탈리아 최고의 억만장자이며 더할 수 없이 컬러플하고 강한 카리스마를 지닌 전 총리의 사생활은 언제나 모든 사람들의 관심사가 되어왔다. “이번 일은 마치 힐러리 클린턴이 빌 클린턴에게 공개사과를 요구한 것과 같다”고 라 레퍼블리카의 편집장은 비유한다.
유부남이었던 베를루스코니는 1980년 연극배우인 라리오를 보고 한 눈에 반해 이혼한후 결혼했다. 자녀는 전처소생 남매를 포함, 1남2녀. 재혼 후 그의 사업은 계속 번창하여 지금은 이탈리아 최고의 민간방송등을 소유한 미디어 재벌이며 90년대 중반 정치에 입문하여 두차례 총리를 역임했다.
부와 권력은 한 손에 쥔 그는 무슨 일에나 거침이 없었다. 성형수술과 모발이식도 당당하게 공개하며 외모를 가꾸었고 성적인 농담도 장소를 가리지 않고 해댔다. 남편이 매일 다른 여자에게 꽃을 보낸다는 것을 알면서도, 남편의 얼굴을 집에서 보다 TV에서 더 많이 보는 세월을 견디면서도, 조용하게 가정을 지켜왔던 라리오가 이젠 한계에 달한듯하다고 측근들은 전한다. 말로는 늘 “훌륭한 엄마이며 남편의 체면을 살려주는 관대한 아내”라고 추켜세워온 남편 실비오에게 뜻밖의 반격을 개시한 그의 앞으로 행보에 이탈리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2주전 시상식장에서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구애를 받았던 두명의 미녀중 한명인 아이다 예스피카. 베네주엘라 쇼걸 출신이다.>
<뉴욕타임스-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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