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마켓 여사장 김00 씨가 주도했던 낙찰계 동시다발 부도파문이 일파만파 퍼지고 있다.
피해자들과 관계자들의 직간접 증언을 종합하면 피해액(본보 26일자 1면의 1차보도 추정액은 최소 500만달러 이상)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또 이번 파동이 자칫 다른 계에 악영향을 미쳐 연쇄 계파동이 빚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높다. 또다른 인사는 “계란 게 원래 어려운 사람 도와주자고 생긴 것인데 요새는 180도 변질돼 비즈니스 수단으로 써먹는 사람들이 있다”고 개탄했다.
2004년 H관, 2005년 S식당, 2006년 L뷔페 및 S식품 계파동에 이어 또다시 대형 계파동이 일어나자 한인들은 “또 낙찰계냐” “이제는 계보험이라도 들어놔야 되겠다”며 우리민족 고유의 좋은 제도가 거듭 악용되고 있는 것에 분노와 안타까움을 표했다.
◇피해자들 분노 배신감 : 김 사장이 계주로 있는 계가 줄잡아 대여섯개 이상이고 각각 수십명이 가입돼 있어(상당수 중복) 머릿수로는 100명 안팎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들 중 선수위로 곗돈을 탄 사람들 중 고리약속을 믿고 도로 김 사장에게 꿔준 사람들도 있고, 곗돈과는 별개로 빚을 내어준 사람들도 다수여서 피해액은 1,000만달러에 육박하거나 넘어설 수도 있다는 추산이다.
실제로 이스트베이의 한 의료업체 사장은 계를 8구찌(일본말로 입을 뜻하며 여기서는 ‘몫’을 의미)를 든데다, 개인적 친분 때문에 자신의 부동산을 담보로 융자를 받아 수십만달러를 빌려주는 등 혼자서 70만달러가량 빚을 줬다가 발을 동둥 구르고 있다. 또 K씨는 유진마켓 사장인데 설마 깨지겠느냐는 생각에 하나둘 더 들어 무려 12구찌를 들었다 이번 일을 당했다. 또 높은 이자를 고려해 후순위로 밀어뒀다 낭패를 본 피해자들 중 상당수는, 다른 계파동 때와 유사하게, 식당일 등 힘든 일용직에 종사하면서 “훗날 구멍가게라도 내볼 생각으로” 아끼고 아껴 모은 돈을 곗돈으로 부어온 경우가 많았다.
◇후속 연쇄파동 우려 높아 : 이번 사태 여진이 다른 계에도 미치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유진마켓 낙찰계에 든 계원들 중 여러사람이 다른 계에도 들어있기 때문이다. 이와는 별도로 잘 되고 있는 계까지 신뢰의 위기에 봉착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안깨질 계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본보 취재팀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계의 근본목적에 충실해 최근까지 단 한번도 깨지 않은 우량계주들도 몇몇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계의 안정성 측면에서 세탁협회 계와 같이 특정업체 내부자 친목 및 상부상조 형식의 계도 큰탈없이 잘 이어져오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유진마켓 직원, “계와 연관시키지 말아달라” 항의성 호소 : 본보 26일자 보도에 대해 유진마켓 직원 2명은 26일 오전 차례로 본보에 전화를 걸어와 “직원들 월급을 밀린 적이 없다. 누가 그런 소리를 했느냐. 추측성 보도를 하지 말라”고 항의한 뒤 “유진마켓과 계는 관계가 없다”며 유진마켓을 언급하지 말아줄 것을 요구했다. 김 사장과 친분이 있는 한 주민은 “그분이 그럴 분이 아니다. 도망친 게 아니라 해결해보려고 열심히 하고 있다”고 변호하기도 했다. 그러나 피해자 또는 피해자 주변인으로 짐작되는 한 남자는 26일자 본보 기사 중간에 “이런 사태를 빚지 않으려고 나름대로 한쪽이라도 열심히 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대목을 들어 “그렇게 큰 피해를 입혀놓고 무슨 수작이냐. 수십명의 피해자, 수백만달러 피해를 생각해야지 그런 사람을 옹호하는 거냐. 왜 그 사람 본명을 밝히지 않느냐”고 화를 내기도 했다.
<정태수 기자> tsjeo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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