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애들 상상력 잃고 친구도 못사귀어
구슬치기·술래잡기·물수제비 뜨기 등
전통놀이 가르치는 모임·세미나 늘어
구식놀이 찬양 책 베스트셀러 오르기도
지난 20년 사이에 집안에서 비디오와 컴퓨터 게임을 하느라 골목길이나 놀이터에서 자취를 감춘 아이들을 다시 술래잡기, 구슬치기 같은 전통적인 놀이로 불러들이려 어른들이 나서고 있다. 컴퓨터에 빠진 아이들이 친구들과 어울리는 법도 배우지 못하고, 상상력을 잃고, 세대간 공감의 장도 사라질까 염려하는 이들은 사라져 가는 옛 놀이들을 직접 가르치기도 하고, 아이들을 세미나에 보내 배우게도 한다. 노는 방법을 가르치고, 놀이에 대한 컨퍼런스를 열고, 리그 같은 것이 필요 없던 종류의 활동에도 리그를 시작하는 등 옛 놀이를 되살리려는 부모와 교육자, 아동발달 전문가들의 열기 덕분에 최근에는 희한한 일이 벌어졌다.
나무 위에 집 만들기, 종이비행기 접기, 물수제비뜨기 등에 대한 온갖 정보를 제공하며 잃어버린 어린 시절의 기술들을 찬양하는 ‘소년들을 위한 위험한 책’이라는 제목의 책이 이달 초 출판된지 불과 며칠 만에 아마존 닷컴의 서적 판매 순위에서 최신간 해리 포터를 바짝 뒤쫓은 2위에 올랐던 것이다. 콘 이걸든과 핼 이걸든이 쓴, 이 24달러95센트짜리 하드카버 책은 아버지들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는지 모르겠다.
한편 장난감 디자이너인 마이클 코힐(52)은 학교, 공원, 페어, 스카웃 회의장을 돌며 수천명의 어린이들에게 옛날 놀이에 대해 가르치고 있다.
몇주 전 청소년 박람회에서 코힐로부터 구슬치기에 대해 배운 조셉 갈로(10)는 자기 방안에 인터넷에 연결된 컴퓨터, DVD 플레이어, 게임보이, X박스, 게임큐브 등을 모두 갖추고 있지만 최근 두어 주 동안은 방안에서 기계음을 낸 적이 없다. 새로 배운 구슬치기에 흠뻑 빠져 있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주 샌타크루즈에 사는 갈로는 구슬치기에 빠져 있는 것을 비디오 게임 속에서 사는 것과 같다고 말하지만 조셉의 어머니 질 갈로는 아들이 폭력적인 비디오 게임을 멀리하는 것이 너무나 좋아 다른 부모들도 아이들에게 옛날 놀이를 더 열심히 가르쳐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연히 되는 일이 아니죠. 부모가 소개를 하고 계속 후원해야만 합니다”
뉴욕주 퍼처스의 맨해턴빌 칼리지 교육학과 교수로 미국 아동놀이권협회 전 회장인 론다 클레멘츠는 옛 놀이들을 되살리려 노력하는 세력이 커가고 있다고 말한다. 이 대학의 교육학과는 인근 학교들에서 구슬치기 토너먼트를 주최해 왔고 교사들에게도 구식 게임들을 가르칠 것을 장려한다.
이밖에 수많은 로컬 및 전국 규모 연구 및 권익 옹호단체들이 아이들의 삶에 틀에 박히지 않은 자유로운 놀이를 되찾아주려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그들은 그런 놀이들을 하면 아이들의 상상력이 계발되고 다른 아이들과 어울려 노는 법을 배운다는 등 많은 연구 결과를 내세우고 있다.
그 중 한 단체로 2005년에 뉴욕시에서 결성된 ‘뉴욕 보이시즈 오브 차일드후드’에는 이미 100명 이상의 학부모와 교육자들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으며 구식 놀이를 교과과정에 우선적으로 넣어달라고 교사들을 설득하고 있다. 술래잡기와 빨간 불/파란 불 같은 게임들은 스트레스 완화뿐만 아니라 비만과의 싸움에도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메릴랜드주 칼리지 팍에 사는 버깃 미드는 10세인 아들과 7세인 딸의 방에 컴퓨터를 놓아주지 않았고 DVD 시청시간도 제한한다. 대신 앞마당에서 친구들과 함께 유충을 채집하거나 줄넘기를 하도록 권장한다.
미드는 학교에서 돌아온 후 다른 아이들은 모두 비디오 게임을 하고 있는데 혼자 포고 스틱을 갖고 노는 아들이 친구들 사이에서 이상한 아이로 여겨질 위험을 감수하고 있지만 아들은 얼마 전 포고 스틱으로 한 번에 계속해서 2,000번 이상 뛰는 신기록을 세웠다면서 “바깥에서 놀 것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고 말했다.
6,000개 가량의 각 도시 공원국이 가입해 있는 전국 레크리에이션 및 공원협회에서 전국 파트너십 담당 디렉터로 일하는 캐시 스팽글러는 지난 몇 년 사이에 전국의 공원에서 전통적인 놀이를 하며 노는 아이들이 증가했다고 말한다. 아칸소주 벤튼에 살며 리틀록 킥볼협회를 창립한 래리 베츠는 2004년에 시작한 성인 리그는 즉각 히트를 쳤지만 그 자녀들은 과거 놀이터에서 아이들이면 누구나 하던 놀이를 매우 생소하게 여겼었으나 두어 시즌 자기 부모들이 재미있게 노는 것을 지켜보던 아이들 중에 갑자기 흥미를 보이는 아이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새로 생긴 청소년부에서 최소한 150명은 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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