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시리즈 ‘위기의 부부들’
<1> 바람난 가정
아내 놔두고 결혼...
연하 꽃미남과 불륜
한인가정문제 상담 23%가 외도
‘부부의 위기’가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달 미라클 마일에서 40대 여성 김숙영씨가 남편의 머리에 총을 쏘고 자살한 지 불과 한 달여만에 또다시 부부관계에 얽힌 살인극이 벌어졌다. 가정문제로 인해 ‘총격 후 자살’이라는 비극적 결말을 택하는 사건들이 잇달아 발생하면서 한인사회에 던지는 충격파는 크다. 이같은 상황의 이면 깊은 곳에는 이민사회에서의 부부간의 위기, 흔들리는 가정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비극으로 치닫는 ‘위기의 부부’들의 실태와 문제점, 원인, 해결 방안 등을 시리즈로 긴급 진단한다.
■흔들리는 부부 관계
△사례 1=50대 한인 여성 박모씨는 최근 남편으로부터 이혼서류를 받았다. 동호회 활동을 활발히 하던 남편이 이를 통해 알게된 여성과 소위 ‘바람’이 났다. 박씨는 지난 해 두 사람이 타주에서 몰래 결혼식을 올리고 혼인신고까지 하고 온 사실을 확인했다. 박씨는 “여전히 남편을 사랑한다”며 남편이 가정으로 돌아오길 기다렸으나 남편은 결국 얼마 전 집을 나가 ‘그 여자’와 살림을 차렸다고 호소했다.
△사례 2=융자업에 종사하고 있는 30대 후반의 유부녀 이모씨는 6세 연하의 동료 ‘꽃미남’과 사랑에 빠진 경우. 남편은 남미에서 사업을 하고 있어 가정에 큰 관심이 없다는 이씨는 3남매도 포기하고 “내 인생을 찾고 싶다”며 이혼을 고려중이다. 이씨는 젊은 애인과의 데이트를 위해 매일 피트니스 센터에서 2시간씩 열심히 운동을 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사례 3=40대 최모씨는 지나온 세월이 후회스럽기만 하다. 함께 유학 와 자신은 학업을 포기하고 남편의 의사 꿈을 위해 식당 종업원, 마켓 캐시어도 마다하지 않고 열심히 뒷바라지를 했다. 결국 남편은 의사가 됐지만 “너는 너무 아줌마 같아서 싫다”며 젊은 여자와 사랑에 빠졌고 아내에게는 이혼을 요구하고 있다.
■날로 느는 위기 가정
가정문제 전문가들은 “부부간 갈등은 언제나 존재했던 것이지만 최근 2~3년새 한인사회에서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배우자의 외도로 가정이 깨지고 이로 인한 분노 표출은 결국 살인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이어지는 양상까지 낳고 있다.
한인가정상담소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04년부터 한인사회에서는 가정폭력 문제 대신 부부·가족갈등이 가장 많은 상담 건수를 차지하는 가족 문제로 대두되기 시작했다. 지난 2003년 9.2%(184건)를 차지했던 부부·가족갈등에 관한 상담은 2004년 두 배 가까이 증가하며 전체 상담의 15.5%(337건)를 차지, 가정폭력을 제치고 상담 동기 1위를 기록했다.
2006년의 경우 부부·가족갈등은 20.2%(661건)로 2년새 5%나 증가했다. 2007년 1·4분기 통계에 따르면 배우자와의 갈등은 전체 23.4%, 자녀와의 갈등은 21.5%로 조사됐다.
상담소의 피터 장 소장은 “상담 통계상 5위나 6위에 지나지 않던 가족과 부부간의 갈등이 3년 전부터 1위로 올라와 가정폭력보다 더 심각한 한인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면서 “부부나 가족간의 대화 단절로 인한 갈등이 자녀문제, 경제적 상황, 술이나 약물중독, 분노 조절방법 등 여러 가지와 맞물리며 더욱 심각한 사회문제를 야기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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