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일(전 MBC 아나운서)
누군가 내 말을 한다면 내용에 상관 없이 마음속에 긴장감이 돈다. 말잔치에 오르면 마치 욕설을 듣는 것처럼 모멸감을 느끼고 감정이 뒤틀린다. 때로는 화도 난다.우리가 수없이 쓰는 말 속에는 사용하기에 따라 편리하기도 하지만 화를 부르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말 한마디 실수로 가까운 사이에 틈이 벌어질 수 있고, 뜻없이 가볍게 내뱉는 말이라도 그 말의 뉘앙스에 따라 심각한 파장을 일으키는 수도 있다.
말이 말을 생산하는 말 많은 세상을 사노라면 마음고생 하기 마련이다. 참말이든 거짓말이든 간에 말이 말을 재생산 하다보면 말들의 홍수로 세상이 출렁댄다.대체로 현대인들은 말을 많이 하고 산다. 필요한 말 보다 불필요한 말이 많은 까닭에 말의 공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들어야 할 말보다 듣지 않아도 될 말들이 무성하면 정서적 혼란이 오고 인간관계가 거칠어질 수 밖에 없다.그저 말하기 좋아서 말이 많아지면 건성으로 들어주면 끝나는 일이지만 남의 말에 끼어들면 좀처럼 빠져나올 수 없는 것이 이른바 말잔치인 것이다.
남의 말에 의기 투합하면 공범자가 되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말 많은 사람이 되고 만다. 들어주는 이가 있기 때문에 말하는 이가 신명이 난다. 말이란 맞장구를 칠수록 눈덩이 불어나듯 커진다.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 하지 않던가! 무책임한 말들로 인해 불신(不信)이 생기고 몹쓸 말들
이 굴러다니면 반목이나 갈등이 쉽게 불거진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칭찬할 사람이 없다. 입에 오르는 사람마다 한결같이 몹쓸 인간이요, 못된 사람으로 매도되기도 한다. 이런 열악한 환경 속에서는 마음놓고 사람 사귀기도 어려울 것이다.
사람 사는 곳에 말이 도는 것은 지극히 정상이다. 다만 비정상적인 말들로 인해 마음 다치고 정신고통 받는 게 탈이다.세상의 온갖 시시비비는 그 진원지가 말이다. 말 한마디에 가치관이 달라지고 인생관도 바뀐다지만 남의 말은 다르다. 소문과 풍문을 생산하기 때문이다. 긍정적인 것보다 부정적인 것들이 주류를 이룬다. 다분히 공격적이면서 파괴적이다. 이쯤 되면 남의 말이라는 게 보이지 않는 흉기일 수 밖에 없다.
더욱 심각한 것은 남의 말 끄집어내는 사람 보다 들어주는 사람이 말을 키우는게 더 문제다. 말이 말을 키우다 보면 무책임, 불필요한 말이 되어 사람을 해(害)친다. 보편적으로 말 없는 사람보다 말 많은 사람이 스트레스에 허덕인다. 정서 불안이나 정신 부담에서 오는 남의 말 타령은 어떤 경우라도 들어주는 기술이 어렵긴 어려운 모양이다.
공자의 말을 들어보자. ‘말하는 것을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고... 말이 곧 그 사람(不知言 不知人)이라는 주장이다.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정작 해야 할 말들이 많고도 많다. 칭찬의 말, 위로의 말, 격려의 말 등 사람의 마음을 편케 해주는 아름다운 말들이 수없이 많다. 그런데도 남의 말이 끊임없이 나도는 것을 보면 삶의 아이러니 같기도 하다.분명한 사실은 내가 남의 말을 하면 남도 내 말을 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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