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진 목사가 자신의 목회 발자취를 정리한 사진 모음을 보고 있다.
17일 은퇴 예배 LA연합감리교회 김광진 목사
40년간 목회 한 길을 걸었으니 어찌 기억이 많지 않을쏘냐. 간추리고 간추렸다는 데도, 40년 기록 사진은 꼬리에 꼬리를 물 듯 이어진다.
지금은 UC머시드 총장이 된 강성모 교수의 아이에게 세례를 줬고, 와우아파트 붕괴사건을 풍자했다 한국서 쫓겨난 가수 조영남을 미주 한인교회에 데뷔시켰고, 원종만 성형외과 의사의 결혼식 주례를 맡았고, 이철수 구명운동에 앞장섰고…. 사진마다 사연이 담겼다.
민주화운동‘블랙리스트’올라
군사정권에 입국거부 당해
‘감리교 100주년 준비’못잊어
“진실한 목회 초심 지키려 노력
이젠 커뮤니티에 봉사할 것”
그러다 한 사진 앞에서 발걸음이 오래 멈춘다. 유학 길에 오른 지 18년만에 처음 귀국했던 1985년 찍은 사진이다. 미국서 민주화운동을 지원했다는 이유로 군사정권의 ‘블랙 리스트’에 올라 입국이 거부된 탓이다. 1979년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도 눈물만 삼켰다, 처음으로 찾은 묘소였다.
17일 은퇴축하예배를 끝으로 40년 목회자 길을 정리하는 김광진 LA연합감리교회 목사 이야기다. 그 세월을 김 목사는 ‘감사와 은총의 시간’이라고 회고한다.
서울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미국에 도착한 게 1967년. 달라스 남감리교대학에서 석사를 받은 뒤 1971년 버클리 연합신학대에서 박사 과정을 밟다 전도사로 사역을 시작했다. 31세에 안수를 받고 목사로만은 34년을 보냈다.
김 목사는 “설교집 한 권도 못 냈지만, 진실한 목사가 되자는 초심은 잃지 않았던 것 같다”고 자신의 발자취를 평가했다. 후배 목사 10명도 김 목사를 위한 헌정사에서 “굉장한 목사는 못 됐지만 진실과 성실로 일관했다”고 썼다.
‘진실한’은 무슨 뜻인지 궁금했다. ‘목에 힘주지 않고, 폼 안 잡는’이라고 김 목사는 답한다.
“여자, 돈, 권력 등 유혹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사기나 치고 이중적인 삶을 사는 목사에게 당하면 교인이 제대로 교회를 다니겠나. 그런 걸 생각하며 고집 안 부리고, 헌금 강요 안 하는 목사가 되려 노력했다.”
40년 중 제일 기억에 남는 순간은 LA연합감리교회가 창립 100주년을 기념했던 2004년이라고. 미국 본토에 세워진 첫 한인교회라는 자부심을 세우기 위해 10년을 준비했다고 한다. 그때 부흥회를 통해 걷은 헌금은 한국 실로암안과병원에 보내 100명에게 개안수술을 해줬다.
좋은 일만 있었던 건 아니다. 74년부터 15년 7개월간 오클랜드 연합감리교회를 시무했고, 감리사로 옮겨 3년을 일하던 1991년 심장마비로 쓰러져 사경을 헤맸다. 그러나 건강이 회복된 뒤 감리사로 2기도 잘 마쳤던 게 그저 감사할 뿐이다.
곧 66세가 되는 김 목사는 은퇴 후에 봉사의 길을 가려고 한다. 정기적으로 ‘생명의 전화’에 가 자살하려는 사람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려 한다. 장애인 센터에서 자원봉사도 할 생각이다. 목회하면서 커뮤니티에 제대로 봉사하지 못한 게 내내 마음에 걸린 탓이다.
“10년 독서 프로젝트를 해보고 싶어요. 1년 동안 위대한 작가의 작품만 샅샅이 읽으며 살고자 합니다. 설교 때 대문호들의 작품에서 일부분만을 간추려 인용했던 게 마음에 걸렸어요.”
LA연합감리교회는 김 목사의 은퇴를 축하하며 17일 오후 4시 음악예배를 드린다.
장소 7400 Osage Ave., LA. 문의 (310) 645-3698
<김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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