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로사 수녀(앞)와 김모니카 수녀가 피정 기간에 성서를 읽으며 묵상하고 있다.
피정 ‘나를 비우는 여행’휴가로도 그만
떠나는 계절이다. 방학이라 학교를 떠나고, 휴가라 회사를 떠난다. 수도자에게도 떠남은 예외가 아니다.
피정(일상생활에서 벗어나 성당이나 수도원 같은 곳에서 묵상이나 기도를 통하여 자신을 살피는 일)을 떠나는 손로사, 김모니카 수녀를 따라 나섰다. LA 한인타운에서 북서쪽으로 85마일 떨어진 파인트리 마운틴에 있는 피정센터(노틀담 수녀원 운영)로 향했다.
■피정은…(만)(남)이다.
수녀는 하느님을 만나기 위해서 길을 떠난다고 한다. 평생을 하느님과 함께 하겠다고 ‘종신서원’을 한 수녀지만, 세상 사람처럼 살다보면 하느님을 잊고 지낼 때가 많아서다. 그래서 하느님의 ‘거룩한 신부’가 되겠다는 다짐을 다시 한다.
손 수녀는 “수녀의 하루 삶은 하느님과 교제, 노동, 휴식으로 3등분 되도록 짜여있지만 노동에 치여서 하느님과 교제는 뒤로 미뤄지기도 한다”며 “피정을 통해 못다 한 하느님과 만남을 보충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피정 기간에는 노동이 없다고 한다. 성서를 읽으며 하느님 말씀을 깊이 묵상하는 게 주다. 피정센터 주변을 거닐며 하느님이 창조한 자연을 감상하는 것도 하느님과 만나는 한 방법이다.
피정에서 다른 수녀를 만나는 것도 큰 즐거움이다. 소속과 일하는 곳이 달라서 평소에는 다른 수녀를 만나는 것도 어렵단다. 같은 수도자의 삶을 걷는 ‘믿음의 동역자’를 서로 격려하는 것도 피정의 큰 역할이다.
■피정은…(비)(움)이다.
수녀는 비우기 위해 피정을 간다고 한다. 자신에게서 욕심을 비워내는 게 제일 중요하다. 욕심이 사람의 눈을 어둡게 만드는 가장 큰 ‘범인’이기 때문이다.
손 수녀는 “나를 버리면 인간관계가 좋아지는데 수도자인 수녀도 나에 집착한다”며 “자기라는 욕심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달라고 하느님께 간구한다”고 말한다.
잘 비우려면 반성을 잘 해야 한다. 그 중에서 수녀는 ‘내가 오늘 얼마나 남에게 참견했나’와 ‘내가 손님을 얼마나 푸대접했나’를 많이 생각한단다.
“나이가 들면 왜 큰 글씨만 잘 보이는지 아세요? 작은 거는 보지 말고 살라는 뜻이에요. 남과 관계도 그래요. 작은 거 가지고 남에게 간섭하지 않는 게 필요해요. 모든 사람을 예수처럼 영접하는 것도 중요하고요.”
잘 비우려면 말을 아껴야 한다. 그래서 수녀는 피정을 대침묵의 시간으로 정한다. 최장 40일을 한 마디 안 하고 지내기도 한다. 이번에는 만 8일이라고 한다.
“처음 침묵할 때 힘든 건 머리 속에 여러 생각이 너무 많기 때문이에요. 세상 번잡을 다 내려놓고 집중하면 침묵은 마음에 큰 평안을 줍니다.”
<일반인에 피정 지도>
일반인도 피정에 참여할 수 있다. 김 모니카 수녀가 피정 지도도 한다. 개인 피정비는 하루 3식에 50달러(그 다음날부터는 하루 30달러). 여름 휴가의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장소 16108 Mil Potrero Hwy, Frazier Park. 문의 (818)434-2592
<김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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