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백용, 송지혜씨 부부가 같이 다녔던 UCLA 캠퍼스를 21년만에 다시 찾았다. 성격이 다른 걸 이해하고 난 뒤‘불량 커플’에서 ‘정품 커플’로 다시 태어났다.
이혼 직전 갔던 문제커플
‘성격 다름’이해후 잉꼬로
결혼 전: 네가 생기발랄해서 사랑스러워. 결혼하자!
결혼 후: 네가 생기발랄해서 원망스러워. 헤어질까?
남편 이백용(53·바이텍시스템 대표)씨와 아내 송지혜(47·숙명여대 피아노과 교수)씨. 결혼한 지 25년. 올해 은혼식도 했건만, 이 부부 하루라도 안 싸우면 안 된다. 왜? 성격차이다.
그런데 이 부부의 싸움이 끝나는 방법은 1995년을 기점으로 달라진다. 성격이 달라졌을까?
1995년 전: 싸우면 남편은 말 안 하고 자버린다. ‘불량품’ 아내에게 무슨 말을 하랴.
1995년 후: 싸워도 남편은 말없이 자지는 않는다. ‘정품’ 아내도 듣는 귀는 있으니.
“성격이 잘못된게 아니다”
MBTI 검사 통해 깨달아
“하나님은 서로 보완해 살라고
사람마다 다른 성격 만들어”
두 사람은 그대로다. 다만 상대방의 성격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고, 성격이 다르다는 걸 알았을 뿐이다. 이혼 직전에 심리유형 검사인 MBTI를 받고 난 뒤 나타난 결과다. 기자의 질문에 답하는 것도 다르다.
기자: 두 분 나이 차가 있네요.
송씨: 그렇죠?
이씨: 아니요!
부부: 거 봐(웃음).
두 사람은 수학 과외 선생님과 학생으로 처음 만났다. ‘덜렁이’ 송씨가 대학 3학년이던 1980년, UCLA로 유학을 오던 ‘꼼꼼이’ 이씨가 결혼해서 같이 가자고 제의했다. 송씨는 ‘단칼’에 거절했고, 이씨는 방학만 되면 한국으로 가 송씨를 붙들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끝내 이씨는 82년 결혼해서 송씨를 같은 유학생으로 모셔왔다.
이때부터 전쟁은 시작됐다. 전통주의자 남편은 경험주의자 아내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충동적이고 덜렁대는 아내는 꼼꼼하고 질서정연한 남편의 눈에는 ‘사고뭉치’였다.
결혼 전에는 아내가 생기발랄한 게 너무 좋았는데, 결혼 후에는 생기발랄한 아내가 피곤해졌다. 남편은 ‘하나님이 어쩌다 저런 불량품을 만들었을까’ 싶었다. 졸졸 따라 다니며 바가지를 긁는 남편이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내도 마찬가지였다. 뭐든지 못하게 하고, 뒤에서 끌어당기기만 하는 ‘꽁생원’이 따로 없었다.
싸움의 강도는 나날이 더해져만 갔다. 87년 한국으로 돌아간 뒤 번창하던 남편의 사업이 휘청거리자 성격차이는 더 크게만 보였다. 들들 볶이며 사는 게 과연 가치가 있을까 싶어 아내는 이혼을 제안했다.
이혼은 절대 안된다는 남편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하와이에서 열린 제자훈련에 참가했다. 거기서 MBTI(인간을 16가지 유형으로 구분하는 성격 검사)를 접하지 않았더라면 이 부부는 지금은 부부가 아닐 지 모른다.
결론은 성격은 잘못된 게 아니라, 다른 것뿐이라는 거다. 남편은 밖에서 누구를 만나면 에너지가 닳는 성격이지만, 아내는 나가서 놀아야 에너지가 쌓이는 기질이다. 그러니 남편은 밖으로 나가려는 아내가 이해가 되지 않은 거다. 아내도 자신을 안에 묶어두려는 남편이 싫은 거다.
“지금도 상대방 성격이 이해가 되지는 않아요. 이제는 상대방이 어떤 상황을 불편해하는지 아니깐 그런 갈등을 피해가죠. 해결책을 통째로 외우고 삶에서 적용하려고 노력합니다.”
두 사람은 무식해서 싸웠던 과거를 보며 이제는 부부 성격차이 해결사로 살고 있다. 작년에는 ‘남편 성격만 알아도 행복해진다. 부인 성격 알면 더 행복해진다’는 책까지 냈다. 이 부부가 강사로 나온 나성영락교회 청장년부 수련회에는 100쌍이 참가했다.
“하나님은 서로 보완하고 살라고 성격이 다른 사람을 만드신 것 같아요. 나의 장점으로 배우자의 단점을 덮어주고 살아야 합니다. 처음 만났을 때 끌렸던 상대방의 기질을 잘 발휘할 수 있게 도와야죠. 그게 부부가 성숙해지는 과정입니다.”
<김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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