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방문한‘영성시인’ 류해욱 신부
『오늘 저 때문에/마음 아파하는 사람이 없게 해 주십시오/
저의 탐욕 때문에/주리는 사람이 없게 해 주십시오/
제가 함께 있어 주지 않았기 때문에/외로운 사람이 없게 해 주십시오./
저를 찾는 사람들에게 마음을 열게 해 주십시오.』
<류해욱 신부의 ‘햇살처럼 비껴오시는 당신’>
‘때로는 감미로운 목소리의 연가 같기도 하고, 때로는 예언자의 기침소리가 담긴 잠언 같기도 하고, 때로는 달빛과 묵향이 가득한 구도자의 일기 같기도 한 마음을 적시는 영성시.’<시인 이해인 수녀>
‘희귀병 환자이면서 의사인 레이첼 나오미 레멘이 쓴 ‘그대 만난 뒤 삶에 눈떴네’(원제 The Kitchen Table Wisdom)를 번역한 그는 영혼의 든든한 후원자로 유방암으로 투병하던 내가 복귀 의지를 갖게 했다.’<장영희 서강대 영문학과 교수>
<류해욱 신부가 9일 성아그네스성당에서 ‘선교의 영성’에 대해 특강을 하고 있다. <진천규 기자>>
위의 평가는 예수회 소속 류해욱(52) 신부를 두고 한 말이다.
류 신부는 시는 물론 그림과 사진에도 조예가 깊다. 자신이 직접 찍은 자연의 신비롭고 아늑한 풍광들에다 묵상의 글을 덧붙인 사진집을 펴내기도 했다. 영혼이 지친 사람들을 위한 `작은 쉼터`를 마련해 영성 회복을 돕고 있다.
류 신부가 8, 9일 성아그네스성당 한인회관에서 ‘복음묵상 안내’와 ‘선교의 영성’을 주제로 특강을 했다.
류 신부는 1991년 사제서품을 받은 뒤 애틀랜타 한인 천주교회에서 사목했다. 예수회 신부는 다른 사제들과는 달리 성당에서 신자들과 직접 상대하지 않고 주로 공부를 하면서 신자들과 수도자들의 영성을 지도하는 역할을 맡는다. 그래서 류 신부도 영성이 깊다.
류 신부가 미국에서 수녀들을 상대로 피정 지도를 할 때 일이다. 자신의 시를 몇 편 나누어주었는데, 양로원과 병원 등 소외된 지역에서 봉사하느라 피로에 지친 수녀들의 얼굴이 여고생처럼 환하게 밝아지는 것을 체험했다.
류 신부는 1995년 ‘영성생활’이라는 매체에 첫 시를 발표하기 전부터 예수회 안에서 이미 시인으로 통했다. 자신의 시가 정서적으로 깊게 다가가 영성 생활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본격적으로 시를 지었다.
예수회는 사제가 되기 위해 10년의 세월이 필요할 만큼 엄격하게 수련을 시키는 곳이다. 수련과 사제생활을 합쳐 20여년간 자신을 하느님께 내맡겨 온 류 신부는 사제에 걸맞은 ‘봉헌된 삶’을 제대로 살고 있지 못하다는 자각이 들 때 가장 괴로웠다고 한다. 하지만 자신으로 인해 특별히 고통 중에 있는 이들이 평화를 얻었을 때 ‘십자가의 길’에 대한 행복을 느꼈다고 말한다. 보스턴 근교의 외진 곳에 사는 환자가 류 신부의 책을 보고 간절히 그를 만나고 싶어했을 때, 눈보라를 뚫고 달려가 죽어가는 이의 손을 가만히 잡아주자 지극한 평화 속에서 눈을 감았다는 이야기도 한다.
류 신부는 주위의 모든 것에 예민하게 깨어 있으라고 말한다.
<김호성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