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스 만나 “당신 찬양하러 오지 않았다”
‘아메리칸 갱스터’할렘 마약왕 역
오늘(2일) 개봉되는 갱영화 ‘아메리칸 갱스터’(American Gangster-영화평 위크엔드판)에서 뉴욕 할렘의 마약 왕으로 나온 덴젤 워싱턴과의 인터뷰가 지난 달 10일 뉴욕의 맨다린 오리엔탈호텔에서 있었다. 워싱턴은 영화에서 70년대 미군 수송기를 이용해 동남아에서 헤로인을 수입, 할렘의 소비자들에게 팔아 떼돈을 번 실제 인물 프랭크 루카스로 나온다. 검은 셔츠에 검은 신사복을 입은 워싱턴은 준수한 검은 미남이었는데 약간 오만한 태도로 질문에 답했다.
악성 질병 앓아 휠체어 신세
함께 차타고 할렘 돌며 대화
이중성격 소유, 악인은 아냐
크로우와 함께 일한건 4~5일뿐
실생활에선 뺨 맞은적 없는데…
-직접 프랭크 루카스를 만났는가.
▲내가 그를 만났을 때 그는 건강이 안 좋아 휠체어를 사용했는데 우리는 차에 동승, 할렘을 돌면서 그의 삶에 관해 얘기를 나눴다. 그러나 나는 그를 모방하지는 않았다. 그는 내게 오스카상을 탄 당신이 반드시 내 역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는 그에게 “나는 여기에 당신을 찬양하러 온 것이 아니다. 당신은 끔찍한 일들을 했고 그 대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지금 그는 악성 질병을 앓고 있는데 나는 그가 아직도 죄의 대가를 지불하고 있다고 본다.
-감독 리들리 스캇과 일한 경험은.
▲그는 뛰어난 눈을 지닌 사람으로 자기가 원하는 것을 알고 있다. 그는 화가처럼 장면을 구성하는 시각미술가이다.
-당신이 감독한 ‘위대한 토론가들’(The Great Debaters)이 올해 말 개봉되는데 영화를 감독한 소감은.
▲ 나는 배우로서 작품에 접근한다. 나는 작품속의 모든 인물이 되어 무엇을 하고 싶고 또 하고 싶지 않은지를 찾아낸다. 감독 일이 즐거운 것은 촬영감독, 편집자 및 배우 등과 협조해 작품을 만든다는 것이다.
-당신의 어머니는 할렘에서 자랐는데 당신은 어렸을 때 그 곳에서 마약에 관한 어떤 경험을 했는가.
▲프랭크 루카스는 몰랐지만 그의 활동구역은 알고 있었다. 프랭크는 60년대 말 할렘의 마약사업의 85%를 장악했었다. 난 그 때 10대였는데 여러 가지 생생한 추억이 많다.
-당신의 역을 위해 다른 갱영화들을 봤는가.
▲안 봤다. 배우보다는 제작진이 봐야 할 일이다. 난 내역을 위해 같은 장르의 영화를 보는 일은 안한다.
-프랭크는 진짜로 나쁜 인간인데도 영화에서는 그를 매우 동정적으로 묘사했다. 흉악한 괴물을 그렇게 묘사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
▲그는 가정적인 인간이자 마약 밀매자라는 이중성을 지녔다. 그 점이 바로 흥미 있는 일이다. 그는 늘 악인은 아니었다. 도대체 나쁜 남자라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가. 프랭크는 나쁜 사업의 수완가가 되기 위해선 나쁜 일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자기가 당하기 때문이다. 그런 반면 그는 매우 가족적인 사람이었다. 그는 가족을 믿었던 사람이다. 그런 반면 프랭크를 잡은 형사 리치 로버츠는 법대로 하는 남자였지만 가정은 엉망이었다. 이런 상반된 두 남자의 얘기가 이 영화의 흥밋거리다.
-옛날 할렘과 지금 할렘은 어떻게 다른가. 당신은 오늘 밤 할렘의 전설적 극장 아폴로에서 영화 프리미어를 갖는데 아폴로에 들어가 본 적이 있는가.
▲할렘에서 자란 어머니로부터 과거 할렘의 얘기를 많이 들었다. 20~40년대만 해도 할렘의 흑인들은 자부심이 강한 생활태도를 지녔었다. 40~50년대 들어 헤로인이 들어오면서 할렘은 암흑기를 맞았다. 과거 할렘 땅은 맨해턴에서 가장 비싼 부동산이었다. 이제 할렘은 그 값을 되찾고 있다. 나는 쇼와 관계있는 어머니 때문에 아폴로의 무대를 여러 번 방문했었다. 처음 아폴로에 간 것은 50년대인데 그때 무대 뒤에서 템테이션즈(흑인 보컬그룹)를 만났다. 난 오늘 밤 그들이 통과한 무대의 문을 통과할 것이다. 완전히 한 사이클이 돈 셈이다. 오늘 밤은 흥미 있는 밤이 될 것이다.
-영화에서 당신은 어머니 역의 루비 디로부터 뺨을 얻어맞는데 소감은.
▲루비는 처음에 그 연기를 하고 싶어 하지를 않았다. 그래서 난 루비에게 “프랭크의 가슴에 있는 유일한 사람은 어머니”라고 말한 뒤 “우리 서로 계속 대화를 나누다가 당신이 마음에 내킬 때 내 뺨을 때리라”고 종용했다. 그 결과 멋있는 장면이 나왔다. 그러나 난 실생활에선 뺨을 맞아 본적이 없다.
-당신의 어머니는 당신이 10대일 때 당신을 어떻게 키웠는가.
▲어머니는 날 결코 포기하지 않으셨다. 늘 자기감정에 충실하면서 내가 무슨 일을 하던 내 곁에 계셨다. 10대란 기복이 심한 때로 어떤 경우에 있어서라도 부모는 자식을 포기해선 안 된다. 나도 내 어머니처럼 내 자식들을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러셀 크로우와의 공연 경험은.
▲우린 함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았다. 첫 8주는 그가 일했고 후 8주는 내가 일했다. 우리가 같이 일한 것은 4~5일 정도다. 러셀은 멋있고 좋은 사람이다.
-2004년에 처음 이 영화에 나오기로 결정하고 촬영 직전 제작이 중단됐을 때 당신은 일 안하고도 거액의 출연료를 받은 것이 사실인가.
▲배우가 어떤 영화에 일단 출연키로 결정하면 그 사람은 일단 시장에서 팔린 셈이다. 그로 인해 다른 여러 영화들의 출연 제의를 모두 거절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보상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로 그것은 계약대로 하는 것일 뿐이다.
-마약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무엇인가.
▲마약사업이 번창하는 것은 수요가 있기 때문이다. 마약문제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마약소비 왕국인 미국에서 시작되고 있다. 당신의 집과 당신의 아이들에서부터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지금 할렘에서 살 용의가 있는가.
▲물론이다. 25년 전 한 부동산 업자가 날더러 할렘의 폐건물을 3만달러에 사라고 종용했었다. 그 때 난 그런 돈이 없었는데 어떻게 해서든 그 건물을 샀어야 했다. 영화 ‘세븐’의 출연을 거절했던 것과 똑같은 어리석은 일이었다.
-이 영화 출연료를 평상가보다 적게 받았다는데.
▲나와 러셀이 우리들이 정상적으로 받는 액수를 받으면 제작 단가가 너무 높아져 평소보다 덜 받았다.
-프랭크 루카스는 15년만 옥살이를 한 뒤 출소했는데 왜 그런가.
▲원래는 135년 형을 받았다. 그러나 그의 협조로 뉴욕의 부패경찰이 대거 체포돼 감형을 받은 것이다. 2명의 경찰은 체포되기 전 자살했다.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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