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 프롬은 1976년 출간한 저서 ‘소유냐 존재냐’(To Have or to Be)에서 현대사회의 근본적인 문제는 소유에 집착하는 삶의 방식에 있다고 지적했다.
사람들은 가진 것으로 다른 사람을 평가하고 대접한다. 부자동네 큰 집에 좋은 차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은 왠지 목이 좀 뻣뻣하고, 행동거지도 어딘지 모르게 좀 거만하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무시당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사람들은 좀 더 많은 것을 소유하는 일에 목숨을 건다. 특별히 부동산 투기와 명품 중독현상이 심한 한국 사람들 사이에는 소유에 대한 강박관념이 분명히 더 두드러지는 것 같다.
그런데 문제는 소유에 집착하는 삶의 방식이 결코 인간들에게 행복을 가져다 줄 수 없다는데 있다. 소유에 집착하는 삶은 모든 인간들을 탈진상태로 몰아간다.
또 진정한 의미에서 자신이 무언가를 소유하고 있다는 느낌도 따지고 보면 일시적인 환상이다. 아름다운 꽃을 보고 그 꽃을 소유하기 위해서 꽃을 꺾어 집으로 가져왔다면 그것은 꽃을 소유한 것이 아니라 죽인 것이다. 꽃의 아름다움을 통해 진정한 행복을 누리는 길은 꽃에 물을 주고 더욱 싱싱하게 피어나는 꽃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일이다. 그 방법이 꽃과 인간이 서로 공존하면서 행복해지는 길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많은 재산을 소유하고 있는 재벌이라도 자신의 소유를 사후까지 연장시킬 수는 없다. 죽으면 그것으로 소유는 끝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소유는 일시적인 환상이다. 인생은 어차피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에릭 프롬은 현대인들이 당면하고 있는 모든 사회적인 문제에서 벗어나는 길은 소유양식의 삶의 방식을 존재양식으로 전환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는데, 이런 그의 지적은 3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많은 사람들 사이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언제부터인지 크리스마스를 지나고 나면 마치 한바탕 전쟁을 치르고 난 듯한 허탈한 느낌이 든다. 크리스마스에는 진정 예수님의 탄생을 기억하고 예수님의 뜻을 실천하는 삶의 메시지를 아이들에게 전해주고 싶은데, 막상 크리스마스의 하이라이트는 언제나 선물 교환이고 산타클로스가 크리스마스의 주인공처럼 행세하는 것을 보게 된다.
물론 한해를 보내면서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선물도 사주고, 또 연말연시 대목 경기에 모든 것을 걸고 있는 장사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다 좋은 일이지만 그래도 시간이 가면서 크리스마스의 진정한 정신이 상업주의, 소유에 집착하는 삶의 양식에 완전히 짓밟혀 버리고 있다는 씁쓸한 느낌은 어쩔 수가 없다.
그래서 내년도에는 크리스마스 선물 샤핑하는 일을 한번 중단해 보려고 한다.
지금도 선물 사는 일은 아내가 다 하고 있지만, 특별히 내년에는 선물 사고 나눠주는 일 대신에 진정 예수님의 사랑을 나눌 수 있는 일에 초점을 맞춰볼 계획이다. 양로원이나 고아원 같은 곳을 방문해서 적은 것이라도 함께 나누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그렇게 할 때 크리스마스의 진정한 의미도 실천하고, 아이들이 행복은 소유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적은 것이라도 함께 나눔에 있다는 소중한 진리를 깨닫도록 도와줄 수 있을 것이라고 내심 기대하면서 말이다.
baekstephen@yahoo.com
백 승 환
(목사·예찬출판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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