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지지는 인기에서 ‘바람’으로, 바람에서 ‘돌풍’으로, 돌풍에서 ‘광풍’으로 변하고 있다. 흑인과 마이너리티의 지지를 얻은 것이 아니다. 백인들이 지지자의 다수를 이루고 있다. 그래서 흑인 대통령이 나올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화이트 파워에 도전장을 냈던 흑인 목사 제시 잭슨의 경우와는 전혀 다르다.
무엇이 백인들로 하여금 오바마에게 매력을 느끼게 하는가. 그는 피부는 검지만 사고방식은 완전히 백인 지식층이다. 겉은 검지만 속은 하얗다. 그래서 그가 출마선언 했을 때 흑인 커뮤니티의 반응이 약간 차가웠던 게 사실이다. 오히려 흑인 지도자들은 힐러리에게 지원 약속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같은 현실은 지금 흑인 커뮤니티의 고민으로 떠오르고 있다.
오바마는 네거티브 선거운동을 하지 않는다. 상대방을 비난하지 않는다. 그는 참모들이 힐러리의 약점을 물고 늘어져야 한다고 몇 번이나 건의했는데도 “그런 스타일로 선거 치르던 시대는 지났다”며 ‘마이 웨이’를 고집했다.
오바마의 메시지는 간단하다. 미국이 너무나 오랫동안 지도자에 의해 잘못 인도되어 그릇된 길로 걸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변화’는 시대의 사명이며 미 국민의 의무라는 것이다. 미국은 ‘변화’해야 하며 그래야 ‘희망’이 있다는 것이 포인트다. “나의 능력에 기대지 마십시오. 여러분이 변화의 주역이며 나는 그 물결을 따라갈 뿐입니다”라고 말한다. 그는 지난 20년 동안 미국의 이미지가 민주주의 수호자가 아니라 ‘침략자’ 비슷한 것으로 바뀌고 있는 현실을 지적하며 미국인의 의식구조 변화를 외치고 있다.
반면 힐러리의 구호는 ‘경험 있는 정치인’이다. 오바마가 풋내기며 국정을 맡기기에는 위험하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그러나 클린턴이 부시 대통령(아버지)에게 도전할 때 경험 있는 정치인이었나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힐러리가 외치는 ‘경험’은 오히려 힐러리를 변화를 거부하는 워싱턴의 기성세력으로 유권자에게 비치게 하는 면이 있다.
힐러리가 대통령에 뽑히면 미국의 28년은 부시-클린턴-부시-클린턴으로 이어진다. 부시와 클린턴 가문이 백악관을 점령 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변화를 원하는 미국인들에게는 힐러리 지지를 재고하게 만드는 요소다. 남편 클린턴이 돕는다고 나서는 것은 힐러리의 참신한 이미지 형성에 마이너스다.
이번 선거에서 놀랄 만한 것은 ‘오바마 광풍’을 일으키고 있는 주류가 백인 대학생들이라는 사실이다. 오바마 유세장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백인 젊은이가 대다수다. 이들에게 오바마는 록스타와 같은 존재다. 차차 세대의 정치파워 과시며 미국 정치무대에서 클린턴, 부시 대통령과 같은 베이비부머 시대의 퇴장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오바마의 등장은 마틴 루터 킹 목사의 “I Have a Dream”이 우리의 눈앞에 전개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언젠가는 나의 아이들이 피부에 의해서가 아니라 인격에 의해서 판단되는 날이 이 땅에 올 것이라는 꿈을 나는 가지고 있습니다”
오바마는 모든 사람에게 참다운 ‘아메리칸 드림’이 무엇이라는 것을 일깨워 주는 대전환점을 마련하고 있다. 그는 1세기에 한번 나타날까 말까하는 꿈을 가진 흑인 정치인이다.
이철 고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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