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구인들은 배우자 몰래 크레딧 카드를 발급받아 사용하는 것도 부부간의 신뢰를 깨는 중요한 부정행위로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밀 은행구좌·비밀 크레딧카드·물건구입 숨기기…
성적인 부정과 결합된 경우 많아 성인 10명중 1명 “심하면 이혼 사유”
배우자간의 ‘부정행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섹스이다. 하지만 섹스만이 부정행위의 전부가 아니다. 배우자 간에는 다른 형태의 신실하지 못한 행위들이 존재한다. 그런 행위들 가운데 가장 많은 것이 돈을 둘러싼 것이다.
엘리엇 스피처 뉴욕 주지사사의 성매매 스캔들이 터진 후 많은 부부들, 특히 여성들이 배우자와의 관계를 점검해 보고 있다. 온라인 채팅과 라디오 토크쇼도 이 주제를 앞 다투어 다루고 있다. “이런 일이 나에게 일어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어떻게 나도 모르게 그렇게 많은 돈을 매춘부를 사거나 바람 피우는데 사용할 수 있는 것인가” 등등 토론이 이어지고 있다.
많은 부부들이 결혼중 돈과 관련한 부정행위를 저지른다. 어떤 사람들은 재정 상태에 대해 거짓말을 하면서 배우자에게 구체적인 내용을 숨긴다. 물건 구입에 든 비용을 속이거나 헤픈 씀씀이를 감추는 별다른 악의 없는 행위도 있지만 비밀 크레딧 카드나 은행 구좌를 갖는 등의 심각한 행위도 적지 않다. 이런 것들을 부부문제 전문가들은 ‘재정적 부정행위’(financial infidelity)라고 부른다.
재정적 부정행위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과거 시트콤들은 이런 얘기를 많이 다뤘다. ‘나는 루시를 사랑해’(I Love Lucy)에서 루시가 남편인 리키에게 돈 씀씀이를 감추려 할 때 시청자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또 재정적 부정이 항상 섹스를 동반하지는 않지만 성적인 부정은 거의 예외없이 재정적 부정을 동반하게 된다. 뉴욕의 관계문제 치료 전문가인 보니 이커는 “내 경험상 간통을 저지르는 사람은 꼭 재정적 부정을 저지른다”고 밝혔다.
혼인 관계 이외의 성적인 관계를 유지하려면 재정적으로 은밀해 질수 밖에 없다. 애인을 즐겁게 하거나 매춘부를 사는데 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아내를 속이거나 학대하는 남편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WomanSavers.com’을 설립한 스테파니 알렉산더는 특히 일부 계층 남성들의 경우 성적으로나 재정적으로 배우자를 속이기가 더욱 쉽다고 지적한다. “정치인들이나 유명인사들의 경우 여행을 자주 다니고 보통 사람들은 속이기 힘든 비용도 덮을 만큼 충분한 돈을 쓴다”고 지적했다.
결혼했거나 싱글인 성인들의 대부분은 재정적 부정행위가 이혼 사유까지는 되지 않는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신뢰를 깨는 행위라는 데는 의견을 같이 한다. 최근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USA 투데이/갤럽 여론조사에서 응답자들은 가장 가증스런 재정적 부정행위로 비밀 은행구좌를 꼽았다. 557명의 기혼 응답자중 62%는 이런 행위를 ‘아주 중대한 위반행위’로 꼽았으며 11%는 이혼사유가 된다는 입장을 보였다. 미혼 응답자 444명 가운데 비밀 구좌를 중대한 위반으로 꼽은 사람은 55%였으며 13%가 이혼하겠다고 밝혔다.
물건을 사고도 배우자에게 숨기거나 비밀 크레딧 카드를 갖고 있는 것도 중대한 위반이라는 견해가 많았다. 전체응답자중 60%가 이런 견해를 보였으며 기혼 응답자는 6%, 미혼 응답자는 10%가 이를 이혼사유로 꼽았다.
성적으로 연루된 것이 아니더라도 심각한 재정적 비밀은 부부관계를 파탄에 이르게 할 수 있다. 샌디에고의 재정계획 전문가 지니타 월은 재정적인 부정을 수도 없이 봐 왔다. “대개는 소소한 것들이다. 가령 물건을 사고도 오랫동안 벽장 안에 있었던 것이라고 둘러 댄다든가 아니면 여러 명이 점심을 먹은 후 자기 크레딧 카드로 긁고 일행에게서는 현금으로 음식 값을 받는 등의 경우이다.”
그러나 심각한 경우도 적지 않다. 그로서리 스토어를 운영하는 월의 고객 중 한명은 지난 25년간 남편 몰래 매주 조금씩 현금을 빼돌려 여동생 이름의 구좌에 25만달러를 모아 놨다가 들통이 났다. 월은 “남편은 그냥 아내가 살림을 잘하지 못한다고 생각해 왔다. 나중에 아내가 오랫동안 돈을 빼돌려온 사실을 알고는 충격을 받더라”고 말했다.
전미 결혼변호사협회 부회장으로 이혼전문인 앨튼 아브라모비츠 변호사는 재정적 부정과 관련한 케이스를 수도 없이 봐 왔다. “라스베가스나 애틀랜틱 시티에서 도박으로 돈을 날리고도 배우자에게 숨기거나 월급 수표를 공동구좌에 전부 입금하지 않고 조금씩 빼돌리는 사람들, 그리고 배우자 몰래 크레딧 카드를 개설해 쓰면서 청구서는 사무실로 배달되도록 사람 등 열거하자면 끝이 없다”는 것이 아브라모비츠 변호사의 설명이다.
지난달 야후가 실시한 온라인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45%는 100달러에서 500달러 정도의 돈은 배우자에게 말하지 않고도 사용할 수 있다는 견해를 보였다.
또 3%는 5,000달러까지는 괜찮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바람직한 부부 재정관리
수백 달러가량 재량권 바람직 배우자와의 열린 대화 필수적
그렇다면 배우자간에 바람직한 재정관리 형태는 어떤 것일까.
신간 ‘돈, 섹스, 자녀들’의 저자인 칼스테이트 롱비치의 심리치료 전문가 티나 테시나는 배우자간에 독립성을 느낄만한 정도로 돈 사용에 약간의 자유재량을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그 액수는 수입정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200달러 이상을 지출할 때는 서로가 의논하는 게 좋다는 입장이다.
베벌리 힐스의 재산관리 전문가인 밤비 홀처도 비슷한 견해를 보인다. 부부간에 돈의 용처를 놓고 의견이 다를 경우 별도의 구좌를 개설하는게 낫다고 말한다.
그러나 피츠버그의 PNC사의 매니징 디렉터인 브루스 비켈은 배우자가 별도의 구좌를 갖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를 나타낸다. “재정적 부정행위를 추후에 바로 잡기보다는 예방하는 것이 낫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그는 부부가 같이 돈을 벌 경우 월수입의 일부를 떼어 ‘완충 기금’(buffer fund)을 조성하는 것도 괜찮다고 조언한다. 이 구좌에서 돈을 지출할 때는 서로 상의하는 것이 필수이다.
결국 재정적 부정행위 예방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열린 대화이다. “부채와 돈의 사용등과 관련해 부부간에 대화가 단절되면 아주 위험한 길로 가고 있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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