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장익상 특파원 = 의료용으로 대마초 사용을 허가받은 환자가 대마초 흡연을 이유로 병원으로부터 장기이식을 거부당해 숨지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이들을 위한 장기이식 허용 여부가 논란을 빚고 있다.
19일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현행 연방법상 대마초는 여전히 불법 마약류로 분류돼 있지만 캘리포니아와 오리건, 워싱턴, 네바다주 등 10여개 주에서는 녹내장이나 에이즈, 당뇨병, 고혈압 등 환자의 경우 의사의 처방에 따라 대마초를 흡연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워싱턴주 시애틀에 거주하는 티모시 게이런(56)이 워싱턴대학병원으로부터 간 이식을 거부당한 뒤 급기야 지난 5월 1일 사망했고, 거부당한 여러 이유 가운데 하나가 의료용 대마초 흡연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전국적으로 논란이 확산됐다.
당시 게이런은 의사의 승인에 따라 C형 간염 증세를 완화하기 위한 대마초 흡연을 처방받았지만 장기이식 수술팀은 대마초를 이유로 아예 게이런을 수술 대상에서 제외시켰던 것.
이후 의료용 대마초 사용 옹호론자들은 게이런의 사망을 계기로 병원 규정을 바꿔야 한다면서, 생명을 책임지는 의사의 처방에 따라 대마초를 사용했는 데도 대마초를 이유로 장기이식을 거부당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더구나 시애틀 남부의 파이프에 거주하는 조너선 심첸(33) 역시 게이런과 같은 이유로 신장과 췌장 등 2건의 장기이식을 거부당한 채 고통을 받고 있자 의료용 대마초 환자의 생명 존중 문제가 더욱 심각하게 다뤄지고 있다.
교사를 희망하며 대학에 다니고 있는 심첸은 많이 실망했다. 남아있던 모든 희망을 잃었다며 남은 인생을 죄수와 같은 심정으로 하루 하루 근근이 살아가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현재 장기이식을 하는 병원들은 최적의 결과 및 제한된 장기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마약 사용자나 대마초 흡연자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이들 병원은 연간 10만명의 장기이식 희망자들이 대기중인 가운데 장기기증은 6천명 정도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대마초 흡연은 해당 환자의 안전과 장기 이식의 효과성 문제와 직결된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심첸의 변호를 맡은 더글러스 하이야트는 내 고객은 과학에 근거하지 않은 채 느슨하게 규정된 장기이식 정책의 희생자라며 현재 병원 측과 협상중이지만 소송을 제기해야 할 지도 모르며, 이를 위해 병원들이 정한 방침의 적법성 여부를 검토중이다고 주장했다.
워싱턴대병원 관계자들은 의료용 대마초가 드문 경우이기는 하지만 장기이식 희망자에 관한 의료적 결정에 있어 전적인 사항은 아니다고 반박하면서도 대마초 흡연 환자를 이식수술 대상에 포함시키는 문제를 고려중임을 시사했다.
일부 의료 윤리학자들도 대마초에 대한 명문화된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는데, UCLA 병원의 간이식을 담당하는 페기 스튜어트는 모순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인데, 의료계에서 대마초에 대한 편견이 존재하는 이유는 대마초를 불법적으로 판단하는 연방법 때문이라며 일부 이식 담당자들이 대마초를 불법적인 것으로 보고 자동 거부 대상으로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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