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 안 들어간 쿠키·글루텐 넣지 않은 맥주 등
과민증 소비자 제품 올해 39억달러 규모로 확대
캐리 키튼(52) 같은 손님은 대부분의 업체로부터 미움을 받는다. 매릴랜드주 록빌에 사는 이 어머니는 식품점에 죽치고 서서 성분 분석표를 샅샅이 살핀다. 식품제조사에 전화해서 고객 서비스 담당자에게 동일 시설에서 처리되는 식품의 종류에 대해 심문하듯 캐묻는가 하면 ‘천연 조미료’의 의미에 대해 엄밀히 조사한다. 그렇게 난리를 치고 나서 그 제품을 구입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키튼의 입장에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10세, 15세인 그녀의 두 아들은 식품 앨러지가 심하기 때문에 전직 IBM 필드 매니저인 키튼에게 그 아이들이 음식을 잘못 먹어 앨러지 반응으로 죽음에 이르지 않도록 지키는 것이 풀타임 일거리가 됐다.
그러나 음식 앨러지나 글루텐을 피해야 치료되는 증상인 셀리악병을 가진 사람들의 필요를 채워주는 일로 한 몫을 잡으려는 기업과 사업가들에게 키튼과 같은 소비자는 점점 더 탐나는 존재다. 음식에 민감한 사람들을 상대로 한 마케팅은 매우 확산되어 걸스카웃은 요즘 우유가 들어 있지 않은 쿠키를 세 가지 종류나 판매하며, ‘앤호이저-부시’사는 글루텐을 넣지 않은 맥주를 제조하고, ‘켈로그’사는 견과류를 취급하지 않는 공장에서 ‘팝타트’를 제조하고 있다.
음식 앨러지와 과민증 환자를 위한 제품시장은 올해 39억달러 규모에 달할 것으로 뉴욕의 시장조사회사 ‘패키지드 팩츠’는 추산한다. 2006년에 7억달러 규모이던 글루텐을 넣지 않은 식품과 음료 시장은 2010년깨는 13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 음식 앨러지를 갖고 있는 사람은 1,200만명 정도로 추산되며 밀, 보리, 귀리에 든 단백질인 글루텐을 섭취하면 인체의 면역체계를 자가 공격하는 증상인 셀리악병을 앓는 사람은 200만명인데 그 숫자는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땅콩에 앨러지가 있는 아이의 숫자만 해도 지난 10년 사이에 두배가 늘었다. 애틀랜타의 연방 질병통제 및 예방센터에 따르면 생명을 잃을 수도 있는 앨러지 반응인 음식으로 인한 ‘아나필랙시스’ 때문에 응급실을 찾는 사람은 연간 3만명 정도고 150~200명은 죽는다.
의료 전문가들은 음식 앨러지를 가진 사람의 숫자가 왜 증가하고 있는지 이유를 알지 못한다. 병균과의 접촉 감소, 특정 환경 오염물질에 노출, 땅콩 앨러지의 경우 땅콩이 가공되는 방식과 사람에게 섭취되는 시기 등 이론이 분분하지만 그중 연구로 뒷받침된 것은 하나도 없다.
학자들이 더 많은 것을 알게 될 때까지 생명을 위협하는 음식 앨러지나 셀리악병을 앓는 사람들에 대한 처방은 자신들을 아프게 만드는 음식을 피하는 것 뿐인데 그 일이 점점 쉬워지고 있다.
10년 전만 해도 ‘무엇무엇을 넣지 않은’ 식품시장은 주로 건강식품점을 통해 제품을 판매하는 소규모 제조사들이 판을 쳤지만 오늘날은 창업사도 계속 늘고 있고 ‘세이프웨이’와 ‘자이언트 푸드’ 같은 주류 식품소매점, ‘제너럴 밀스’ 같은 식품업계의 거인까지 구성이 다양하다.
그 파급효과는 식품점 너머에까지 미쳐 지난 4월, 건강 정보 웹사이트를 운영하는 로스앤젤레스의 딥 다이브 미디어는 땅콩 앨러지를 가진 자녀를 둔 부모들이 시작한 웹사이트인 PeanutAllergy.com을 알려지지 않은 금액에 매입했다. 또 3월에 ‘사이엘 파마’는 ‘아나필랙시스’를 치료하는데 사용하는 ‘에피네프린’을 자동으로 주사하는 제품으로 ‘데이 L.P.’의 ‘에피펜’과 경쟁하는 ‘트윈젝트’를 2,900만달러에 사들였다.
식품제조사들은 2006년에 연방정부가 우유, 달걀, 땅콩, 견과류, 물고기, 갑각류, 콩, 밀이 제품에 들어 있는지를 밝히는 성분분석표 부착을 의무화시킨 이후부터 음식 앨러지를 가진 사람들의 필요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만 했다.
글루텐은 그 목록에 들어 있지 않지만 많은 제조사들이 성분 분석표에서 밝히고 있는데 ‘스토니필드 팜’ 같은 회사는 글루텐이 들어 있지 않다는 점을 마케팅에 활용한다. 지난 4월 ‘제너릴 밀스’도 글루텐이 들어가지 않도록 ‘라이스 첵스’의 성분을 조정했다고 밝혔다.
‘켈로그스’나 ‘캠벨 숲’ 같은 큰 식품제조사들도 음식 앨러지와 셀리악 병을 가진 사람에게 안전한 제품을 판매하고 있지만 어떤 성분이 들어있지 않다는 주장은 자제해 왔다. 오개닉 제품과는 달리 무엇이 들어 있지 않다는 말의 의미에 대한 정부의 기준은 아직 없다.
‘제너럴 밀스’가 ‘라이스 첵스’가 ‘글루텐 프리’가 되도록 취한 조처를 살펴보면 큰 제조사가 그렇게 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알 수 있다. 이 회사는 조리법을 바꾼데 이어 쌀을 수확할 때부터 시리얼이 포장될 때까지 전 제조 과정을 다시 살펴서 제품에 글루텐이 끼어들지 못하도록 단속했다.
새로 생긴 작은 회사들은 더 민첩하다. 기존 공장시설을 바꿀 필요도 없이 첫날부터 땅콩과 견과류가 없는 시설을 가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뉴욕의 업계 단체인 전국특수식품유통협회는 2,800개 회원 사중 300개가 7,000개 이상의 앨러지 유발 성분을 넣지 않은 제품을 내놓고 있는 것으로 추산하는데 5년 전만 해도 그렇게 한 회원사는 50개에 불과했다.
그런데 그들의 고객 중에 음식 앨러지나 셀리악병을 갖지 않은 사람들이 자꾸 늘고 있다. 그저 자기가 그렇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인데 미국 사람의 28%는 자기가 어떤 음식을 견디지 못한다고 믿고 있는데 이 자가 진단 성향 때문에 무엇을 넣지 않았다는 제품 시장이 자꾸 확대되고 있다.
그 수요를 충족시키려는 회사 중에는 인터넷 창업사도 있다. 2년 전 헤더와 브라이언 셀와가 인디애나주 시세로에서 창업한 온라인 가게 ‘피넛 프리 플래닛’, 패트릭 펠크너와 스티브 루빈스틴이 4개월 전 캘리포니아주 애나하임에서 창업한 Allerneeds.com이 그것.
‘세이프웨이’ 같은 기존 식품점에서도 이런 종류의 식품이 차지하는 진열대 면적이 늘고 있다. ‘자이언트’와 ‘호울 푸즈’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로 ‘호울 푸즈’는 노스캐롤라이나에서 ‘글루텐 프리’ 베이커리까지 지정해 두고 있다.
<워싱턴포스트 특약-김은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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