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구입 줄고 식당에도 찬바람
(하노이=연합뉴스) 권쾌현 특파원 = 베트남의 경기침체가 시장에도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
지난 4월까지만 해도 경기부진과는 관계없이 늘어만가던 소비성향이 5월에는 주춤하더니 6월 들어서는 급격히 떨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지난 5월19일 베트남 정부가 중앙은행의 기준금리를 8.75%에서 12%로 올린데 이어 6월10일에는 21일만에 다시 14%로 인상하면서 급격히 나타나고 있다.
기준금리가 14%가 되면서 시중은행의 대출금리는 21%까지 오르고 수신금리 또한 19% 내외를 오르내리자 국민들은 뒤늦게 불경기를 체감한 듯 시장으로 향한 발길이 뚝 끊어졌다.
그동안 소비자물가의 폭등에도 아랑곳하지 않던 주요 소비층들이 대출금에 대한 이자부담이 커지고 상환 압박이 거세지자 갑자기 정신을 차리고 소비를 억제하는 듯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우선 호찌민시와 하노이 등 대도시에 경쟁적으로 지어지던 아파트와 빌딩들의 공사가 주춤하면서 건축관련 제품의 가격이 안정을 찾기 시작했고 쌀을 비롯한 생필품 가격도 차츰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아직 공식 통계를 잡기는 어렵지만 6월의 소비자물가는 5월의 전년대비 25.2% 상승에 비해서는 상당히 둔화될 것으로 보고있다.
지난 4월말까지 급증하던 자동차 판매도 5월 들어서는 주춤했고 6월에는 기존의 주문량 외에는 추가 주문이 뜸한 것으로 나타나고있다.
베트남 자동차생산협회(VAMA)는 5월 중순까지만 해도 도요다와 GM대우 등을 선두로 자동차 주문이 쇄도했으나 6월이후 추가주문은 눈에 띠게 줄었다고 밝히고 특히 수입자동차에 대한 수요가 크게 줄었으며 그 중에서도 100만달러 이상 고급 차종에 대한 주문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기름값의 폭등으로 거리의 오토바이 인파도 크게 줄어들었다.
호찌민과 하노이시의 경우 출퇴근 시간에는 길이 막혀 거리에서 20-30분을 서있는 경우가 허다했으나 요즘은 비가 오는 경우가 아니면 거의 길이 막히지 않는다.
하노이 구시가지인 호환끼엠 구에 사는 사무원 부 탱 항은 학교들이 방학을 한 이유도 있겠지만 직장이 있는 대우빌딩까지 평소 30분 이상 걸리던 길이 지금은 20분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식당에도 고객들이 크게 줄었다.
하노이 최대의 슈퍼마켓 빅-C 안에 있는 베트남 식당 레전드는 평소 한꺼번에 500여명의 고객이 몰려 혼잡을 빚었으나 최근에는 고객수가 평균 200명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한 종업원은 말했다.
호찌민의 한 한국식당 주인은 식당을 찾는 고객 중 절반 가량이 베트남인들이었는데 요즘은 베트남인들의 수가 반으로 줄었다고 말하고 있다.
경제도시 호찌민에는 이미 불경기로 아파트 분양가가 종전의 ㎡당 3천달러 내외에서 2천달러선으로 떨어졌으며 그나마 살려는 사람이 없는 상황이다.
이렇다보니 호찌민에서 가장 고급아파트로 꼽히는 사이공펄의 시공사 조차도 이미 분양까지 끝낸 아파트를 다른 회사에 넘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베트남 정부가 지금까지 올리지 않았던 석유가를 본격적으로 인상하고 금리인상으로 인한 대출금 상환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지면 소비시장은 지금보다 훨씬 더 위축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kh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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