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만 바꾸는 것으로 노동력과 에너지가 절약되고, 그래서 환경보호에 도움이 되고 가격까지 싸진다면 소비자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 미국에서는 수 세대에 걸쳐 익숙한 1갤런 들이 우유 통 디자인을 바꾸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월마트와 코스코가 앞장서서 새 우유 통 보급에 나서고 있는데, 소비자들의 반응은 반드시 환영 일색은 아니다. 새로운 디자인에 익숙지 않아 낯설고 불편하다는 반응이 많다.
전통적 둥근형 우유 통이 네모 형으로 탈바꿈
선적·운송에 편리해 에너지·인력 절감 효과
소비자들 싼 가격 환영하면서도 ‘불편하다’불평
월마트와 코스코에서 취급하고 있는 갤런 들이 새 우유 통은 장점이 많다. 운송비가 싸게 먹히고 환경에 더 좋으며 소매상에 도착했을 때 더 신선하고 가격도 더 싸다. 그만하면 소비자들이 두 손을 들고 환영할 것 같은데 꼭 그렇지만도 않다.
네모 모양의 새 우유 통은 종전의 둥글둥글한 우유 통에 비해 우유를 따르기가 불편하다는 것이 가장 흔한 불평이다. 까딱하면 우유를 사방으로 엎질러서 어른들도 서투른 데 아이들은 어떻겠느냐는 것이다.
그렇기는 해도 우유 통의 디자인만 바꿈으로써 얻는 장점이 너무나 많다. 에너지와 원자재 값이 점점 올라가고 수요가 급증하는 시대에 가능한 모든 상품의 디자인을 재검토해,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그래서 앞으로 20년 쯤 미국 경제를 내다 볼 때 이번 우유 통 디자인을 바꾸는 것과 같은 변화는 모범 사례라고 그들은 보고 있다.
“앞으로 가장 중요한 전략은 모든 것의 재검토이다. ‘지금 쓰고 있는 재료는 무엇인가? 어떻게 쓰고 있는가? 궁극적으로 어느 쪽으로 가야할 것인가?’를 모두 재검토해야 한다”고 비영리단체 그린블루의 상품포장 프로젝트 디렉터 앤 존슨은 말한다.
지금 그 길을 가장 앞장서서 가고 있는 기업은 월마트. 월마트 산하 샘스 클럽은 새 디자인의 우유를 판매하며 소비자들의 반응을 지켜보고 있다. 기존의 갤런 들이 우유 통이 둥근 통모양인데 반해 새로운 디자인은 사각형이다.
이에 대한 소비자들의 첫 반응은 “왜 우유가 네모난 통에 들어 있느냐? 왜 모양이 다르냐? 나는 똑같은 우유를 사고 싶다. 옛날 우유는 어디 갔는가?”등 거부감 일색이다. 그리고나서 뒤따르는 불평은 너무 잘 엎질러진다는 것. 기존 우유 통은 들어 올려서 따르게 되어 있는 데 반해 새 우유 통은 그 자리에 놓은 상태로 살짝 기울여 천천히 따르는 것이 요령.
소비자들은 네모 통이 저장에 더 편하다는 점, 그리고 가격이 싸다는 점에 대해서는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 샘스 클럽에서 새 우유통의 1갤런 우유 값은 2달러18센트에서 2달러58센트 선, 기존의 우유 통에 담겨있을 때보다 갤런 당 10~20센트가 싸다.
낙농업자들에 따르면 기존의 우유 통은 비효율적이고 노동력을 많이 필요로 한다. 둥글둥글한 기존의 우유 통은 운반 시 여러 층으로 쌓아 올릴 수 없기 때문에 반드시 운반용 상자를 필요로 한다. 그런데 그 운반용 상자가 상당히 공간을 차지할 뿐 아니라 들어 올리는 데도 여간 힘이 드는 것이 아니다. 아울러 소매상으로 매번 우유를 배달할 때마다 상자를 두고 왔다가 다시 가져와야 하기 때문에 배달 트럭에 이들 상자 쌓아둘 공간을 따로 잡아야 한다.
무엇보다도 이들 상자는 쉽게 더러워져서 비눗물로 씻어야 하는 작업이 만만치 않다. 오하이오 캔턴에 있는 수피리어 낙농의 경우 매일 이들 상자 씻느라 10만갤런 정도의 물을 사용한다.
새로 디자인 된 네모 우유 통을 쓰면 이런 운반용 상자를 쓸 필요가 없다. 사람의 손이 별로 필요 없다. 기계가 사이사이에 판지를 깔고 우유 통을 4층으로 쌓아올린 후 전체를 플래스틱 랩으로 말아서 포크리프트로 들어 올리면 운송 준비가 완료되는 것이다.
수피리어 낙농 측은 이런 운송 방식을 쓴 후 노동력을 절반으로 줄이고, 물 사용량을 60~70% 줄일 수 있었다고 밝혔다. 한번 운송할 때마다 트럭에 실을 수 있는 분량도 훨씬 많고 샘스 클럽의 냉장고에도 더 많은 양을 저장할 수가 있다.
게다가 우유 통 운반용 상자를 가져갔다 다시 가져올 일도 없으니 이전에는 매주 5번씩 샘스 클럽을 오가던 것을 두 번으로 줄일 수 있게 되었다. 그로 인한 개솔린 절약이 대단하다. 아울러 샘스 클럽은 이전에 갤런 들이 80통을 저장하던 공간에 224갤런을 저장할 수가 있다.
작업 전반이 대단히 효율적이어서 아침에 젖소에게서 짠 우유가 그날 오후면 샘스 클럽에 도착하니 신선도 면에서도 뛰어나다. 이전 방식의 우유 통으로 운송하면 그보다 서너 시간 지난 후이거나 아니면 그 다음날 아침에나 배달이 된다.
샘스 클럽은 지난 11월 네모형 우유 통을 도입, 현재 전국의 189개 점포가 이 새로운 우유통을 사용하고 있다. 앞으로 더 많은 샘스 클럽에서 새 우유통을 도입하는 것은 물론 월마트도 곧 뒤따를 전망이다.
<뉴욕타임스 - 본사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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