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오일쇼크’증시 약세장 언제까지
국제유가가 배럴당 145달러를 돌파, 올 상반기 뉴욕증시를 포함한 글로벌 증권시장을 초토화시킨데 지난 1970년데 이후 처음으로 스태그플레이션에 빠뜨릴 우려가 커지고있다. 증시의 폭락은 국제유가상승에서 비롯됐다. 국제유가가 올들어 40%이상 올라 인플레이션을 자극, 경기둔화를 유발해 주식시장을 녹다운시킨 것이다. 하반기 유가와 주가를 전망했다.
‘배럴당 200달러까지’ 암울한 전망
금융투기 주범 규제 시급
다우 올들어 10%추락 반등 불투명
국제유가가 145달러를 돌파, 기록적인 고공행진을 거듭하면서 3차 오일쇼크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경제가 살아나려면 유가 안정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하지만, 당장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 않는다. 도리어 170달러(차킵 켈릴 석유수출국기구 의장), 200달러(골드만삭스)까지 갈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유가 폭등의 이유와 관련, 산유국들은 금융투기세력 때문이라고 말해왔는데 이제 이 주장이 미국에서도 공감을 얻고 있다. 원유의 수급불균형이 존재하더라도 최근의 이상 급등은 금융투기로 인한 시장 왜곡 때문이란 인식이 확산되는 것이다.
미국 내 정유 항공 유통업계까지 나서 투기세력을 비난하고 미 의회도 원유선물시장에 대한 투자 규제를 논의하고 있다. 하지만 월가 등 금융전문가들은 이 같은 조치가 부작용만 초래할 것이라며 반박하고 있어 산유국과 수입국이 벌이던 고유가 공방이 월가 대 비월가로 옮겨가는 양상이다.
■투기세력 주범론 확산
지난달 열린 연방 의회 청문회에서 화제의 주인공은 마스터스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창립자인 마이클 마스터스였다. 그는 이 자리에서 “투기 세력을 규제하면 60달러대로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향후 6~24개월 내에 200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란 월가의 큰 손 골드만삭스의 예측에 반기를 든 것이다.
그의 발언은 큰 반향을 일으켰고 연방 하원은 지난달 26일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과도한 투기 억제를 위한 비상조치 권한을 부여하는 법안을 가결시켰다. 하원은 이밖에 금융투자자의 선물시장 투자 한도를 제한하는 등 금융투자 규제 관련 법안 9개를 제출해두고 있다. 한 의원은 연금펀드 등 기관 투자가의 상품선물시장 거래를 아예 금지하는 과격한 법안을 제출했다. 금융업계의 반발에 법안이 철회됐지만 의원들이 ‘금융 세력 때리기’에 팔을 걷었다는 얘기다.
최근 열린 주요 8개국(G8) 재무장관회의,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재무장관회의 등 국제회의에서도 금융 투기의 제재 필요성이 논의됐다. 연방의회의 규제 법안이 통과되고 국제사회의 제재 움직임이 본격화하면 유가가 80~100달러 수준으로 안정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금융투자 확대 고유가 원인인가 결과인가
‘투기세력 주범론’이 힘을 얻는 것은 금융자본의 투자 확대로 원유시장의 가격 상승 폭이 커졌기 때문이다. 원자재 가격에 투자하는 상품지수펀드 규모가 지난 5년간 130억 달러에서 2,600억 달러로 급증했고 이 기간 상품지수를 구성하는 25개 원자재 가격은 평균 180% 뛰었다. 원유가격은 2002년 20달러 미만에서 2007년 상반기 60~70달러로 오르기까지 5년이 걸렸지만 지난 1년 동안 70달러 이상 뛰어 140달러까지 치솟았다. 전통적인 수급불균형의 시장 요인이 지속적인 가격 상승을 유도했지만 1년 만에 가격이 급등한 것을 설명하기엔 부족하다는 것이다.
부동산시장, 주식시장 침체에 따라 금융자본이 원유선물시장으로 몰려 가격상승을 부추겼다는 주장이다. 에너지 관련 헤지펀드는 2004년 180개에서 최근 630여개로 늘었고 이중 원유 전문 헤지펀드만 200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헨리 폴슨 연방재무장관 등 부시 행정부와 금융 전문가들은 투기세력 책임론은 근거가 없으며 규제를 하더라도 시장원리에 맞지 않아 실효성이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에너지 전문가인 다니엘 예르긴은 청문회에서 “유가 상승은 수요 증가, 공급 정체, 달러 약세 등 다양한 요인 때문”이라고 주장했고 폴 크루그먼 프리스턴대 교수도 뉴욕타임스 기고문에서 “현재의 유가가 투기에 따른 거품이라고 볼 근거가 없다”며 “시장을 규제해도 값싼 원유 시대가 다시 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약세장 들어선 뉴욕 증시 어디로 가나
작년 10월 정점을 기록한 뉴욕 증시가 마침내 약세장에 들어섬에 따라 증시의 향방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블루칩 중심의 다우존스 지수는 전날 종가에 비해 166.75포인트(1.46%) 하락한 11,215.51을 기록, 최고가를 기록했던 지난해 10월 9일 종가 대비 20.8% 떨어지면서 약세장에 진입했다.
약세장은 증시가 통상 전고점에서 20% 이상 떨어질 경우를 뜻하며 미 증시가 약세장에 들어선 것은 2002년 10월 이후 거의 6년 만이다.
다우지수는 올해 들어서만 10% 넘게 떨어지면서 거의 2년전인 2006년 9월 수준으로 추락한 상태다. 약세장이 얼마나 지속될 것인지는 예측하기 힘들고, 증시가 바로 반등해 약세장에서 빠져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지만 미 경제의 어두운 전망 때문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낙관론자는 줄어들고 비관론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배럴당 145달러까지 넘어선 국제유가가 경제 전반과 투자심리를 압박하는 가운데 부동산시장 침체는 지속하고 고용사정도 악화돼 소비지출을 억누를 것으로 예상되는 등 경제 전망에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드리우고 있기 때문이다.
트레이드더마켓의 존 카터 사장은 “최근에 나타난 상승신호를 무시하고 약세장이 지속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면서 “다우지수가 연말에는 1만포인트 아래로 추락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세계 경제를 어렵게 만들고 있는 유가의 고공행진은 증시에 가장 큰 짐이 되고 있다.
해리스 프라이빗 은행의 최고투자책임자(CIO)인 잭 애블린은 “유가가 매일 상승세를 지속하는 한 증시가 바닥에 이르렀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며 유가 상승이 증시 전망을 더 어둡게 하고 있음을 설명했다.
시장조사업체인 웨스트포트와 자금운용업체 비리니에 따르면 다우지수는 1962년 이후 11번의 약세장을 경험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약세장의 평균 하락률은 29%였고 평균 322일간 지속됐다. 가장 큰 하락률을 보인 것은 1970년대 오일쇼크 때인 1973년 1월부터 1974년 12월까지로 당시 주가는 45%나 하락했었다.
또 네드리서치에 따르면 1961년 이후 미 증시에 9번의 약세장이 있었고 이중 몇 번은 수 개월에 그친 경우도 있지만 2000∼2002년처럼 2년 넘게 지속된 경우도 있다. 9번의 약세장의 평균 지속 기간은 14개월이었고, 주가는 바닥에 이를 때까지 평균 31% 떨어졌다.
월스트릿 저널은 약세장은 부풀려진 주가나 인플레이션 상승, 금리 인상이나 경기침체 등 여러 요인들에 의해 유발될 수 있지만 이번에는 그 문제가 이례적으로 광범위하고 다양해 우려를 키우고 있다고 최근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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