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석유 소비 감소 불구 중국·인도 등 수요 증가 일로
중국 베이징 올림픽 이후 보조비 삭감 소비 감소 예상
지난 8일 석유 값은 근래 보기 드문 방향으로 움직였다. 이틀째 내린 것이다. 이를 놓고 전문가들 사이에 이것이 장기적 추세의 시작인가 다시 오르기 전의 휴식인가를 놓고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이날 국제 유가는 전날에 비해 3.8% 떨어진 136달러를 기록했다. 분석가들은 이처럼 유가가 내린 직접적 원인은 최근 달러가 강세로 돌아섰고 2008년 허리케인 시즌의 첫 번째 허리케인인 버사가 개스 및 유정 시설이 있는 멕시코 만을 빗겨 갈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또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이 쿠알라룸푸르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과 이스라엘과의 전쟁이 임박했음을 부인, 이란이 호르무즈만을 통한 기름 수송을 봉쇄할 것이란 우려가 사라진 것도 한 몫을 한 것으로 분석했다.
이처럼 기름 값이 내리자 다우존스 산업 지수는 152포인트 오른 11,384를, S&P 500 지수는 1.7% 오른 1273을, 나스닥은 2.28% 오른 2,294를 기록했다.
그러나 유가가 7월 4일 이후 6%나 내렸음에도 에너지 전문가들은 유가가 폭락할 것으로 보기에는 너무 이르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것이 작년 여름 유가가 배럴 당 60달러에서 올 초 100달러까지 오르는 동안 보여줬던 일시적인 휴식으로 보고 있다.
다른 사람들은 그저 혼란에 빠져 있다. 휴스턴에 본부를 둔 카리조 석유 회사의 칩 존슨은 “신한 등락에 혼란스러울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다시 유가가 싸진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 찾기도 어렵고 그를 이용하려는 사람은 많다”고 말했다.
유가가 지속적으로 내린다면 높은 식품 값과 기름 값으로 다른 부문 지출을 줄이고 있는 소비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 또 자동차와 항공업계가 덕을 볼 것이며 무역 적자가 줄어들고 달러화가 오를 수 있다. 8일 금과 은, 구리, 옥수수 값도 모두 내렸다.
그러나 지난 이틀간 유가를 끌어내렸던 요인들은 곧 사라질 수 있다. 투자가들은 기름을 달러 하락에 대비하는 수단으로 사용해 왔는데 경제가 더 나빠질 경우 달러가 오르리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허리케인이 또 다시 닥칠지 모른다. 가장 강한 허리케인은 8, 9월에 온다. 중동이나 나이지리아, 다른 원유 생산국 정정 불안이 발생할 경우 유가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에너지 브로커인 트러디션 에너지의 애디슨 암스트롱은 “유가의 근본 방향에는 변함이 없다”며 “대세는 상승 쪽이며 투자가들은 150달러까지 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은 개스 스테이션에서 아직까지 유가 하락 덕을 보지 못하고 있다. 8일 레귤라 개스 값은 평균 갤런 당 4달러11센트로 전날에 비해 변동이 없었으며 이는 전 달에 비해 10센트, 1년 전에 비해 1달러14센트 오른 것이다.
최근 유가의 폭등에도 불구하고 개스 값은 별 변동이 없었다. 그 까닭은 미국인들이 운전을 덜 하고 큰 차를 덜 사며 대중 교통 수단을 많이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매스터카드는 지난 독립기념일 연휴 동안 미국인들이 전년에 비해 개스 사용량을 4%나 줄였다고 밝혔다. 이는 작년에 비해 21주째 개스 사용량이 줄어들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미국 소비의 감소에도 불구, 중국, 인도, 라틴 아메리카의 소비 증가로 전체 석유 소비량은 줄지 않고 있다. 미 정부 기관인 에너지 정보국은 2008년 상반기 세계 석유 소비량은 미국 및 선진국 소비량이 하루 76만배럴이나 줄어들었음에도 전년에 비해 하루 52만배럴 증가했다고 밝혔다.
정보국은 또 올 서부 텍사스 중질유의 평균 가격이 작년 배럴 당 72달러에서 127달러로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에는 지금 가격보다 다소 낮은 133달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유가가 더 내릴 것으로 전망한다. 지금 미국과 유럽에서 일어나고 있는 수요 감소가 유가 보조비를 지급하고 있는 중국과 인도 등 다른 나라에 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과 인도, 대만,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정부는 최근 재정난으로 에너지 보조비를 소폭 삭감했다. 유가가 계속 오를 경우 더 큰 삭감 조치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소비자들이 고유가를 직접 경험하면 소비를 줄이게 될 것이다.
오펜하이머사의 에너지 전문가인 파델 게이트는 “중국은 거센 압력을 받게 될 것”이라며 올 여름 170달러까지 간 후 폭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더 빨리 오를수록 더 큰 폭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은 8월 올림픽을 맞아 기름 부족 사태에 대비, 최근 기름을 비축해 둔 것으로 알려졌다. 올림픽이 끝난 후 중국은 개스 보조비를 더 깎을 것이며 수입도 통제할 것으로 일부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그렇게 되면 세계 석유 수요도 줄고 기름 값도 내릴 것이란 전망이다. 알라론 투자 회사의 필 플린은 “유가가 100달러 이하로 떨어지지 말아야 할 이유가 없다”며 “큰 폭의 하락을 보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레먼 브러더스사의 제임스 크랜들은 유가가 하락할 것으로 보지만 복병이 도사리고 있다고 말한다. “올 여름 허리케인이 가장 큰 위험 요소며 이스라엘과 이란과의 전쟁도 이에 못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그는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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