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네 인생은 어쩌면 끊임없는 ‘잃어버림’, 즉 상실의 연속일지도 모른다. 아끼던 물건을, 사랑했던 사람을, 소중했던 추억을, 유년기의 꿈을 잃어버리는 것까지…. 자신에게 한없이 중요했던 것들을 우리는 잃고 또 잃고, 이별하고 또 이별하는 과정을 반복하며 살고 있다.
그러나 그 많은 ‘상실’ 중에 사랑했던 이를 지상에서는 영영 만날 수 없는 죽음으로 인한 상실은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위안 받을 것인가.
우리가 잃어갈수록 더더욱 아쉬워지는 것은 그것이 결코 되돌아 올 수 없는 걸 알기 때문일 것이다. 사랑은 상실하지 말아야 할 것 중에 첫째이지만, 또 가장 상실하기 쉬운 것이다. 아마도 그것은 중요성을 깨닫기 전에 이미 사라져 버리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사랑하게 되면 상실하게 되는 경우를 만나게 된다. 사랑을 불가피하게 상실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사랑을 상실함으로써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없음’으로 인해 ‘상실’로 인해 우리는 더더욱 그 사랑이 소중했음을 깨닫게 된다.
사랑하는 우리 안에는 진정한 사랑은 완성되지 않았다. 진정한 사랑은 ‘사랑의 그 비극적이고 고달프고 외로운 상실’ 후에 비로소 우리에게 느껴진다. 조금은 비약이겠지만, 상실은 그 자체로서 사랑의 완성단계다. ‘불멸의 사랑’은 사랑 혹은 사랑하는 사람의 상실이 더 이상 빼앗기거나 없어질 것이 아니라는 확신으로 인해 이어진다.
진정한 사랑은 인위적인 육체적인 죽음이나 배신 혹은 사랑하는 이의 떠남을 통해 상실되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사랑은 상실을 통해 우리 가슴에 남아있는 것이다.
사랑의 궁극적인 불멸은 ‘사랑의 상실’에 있다. ‘없음’을 사랑하는 것, 그 사람의 존재가 아니라 ‘그 사람에 대한 사랑’을 상실하는 것이 사랑의 완성이라고 생각할 때, 우리가 얼마나 많은 사랑을 하건 혹은 한 번도 사랑도 하지 않건 모두 우리는 평생을 두고 사랑할 ‘사랑’을 하기 위해 자신의 내면의 텅 빈 상태를 극복하고 불멸의 사랑을 깨달으면서 일생을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번에 섬기게 된 꿈둥이들 모두가 어린나이에 아빠를 천국으로 보낸 아이들이다. 서너 시간 동안 그들의 마음속 깊이 간직했던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비록 아빠를 잃었지만 결코 그것이 잃어버린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되었다. ‘상실’은 또 다른 ‘배움’이고 ‘얻음’인 것을…. 그들의 ‘상실’은 삶의 깊이와 의미를 한층 더 깊게 만들어 주었던 소중한 경험이었음을 고백하는 입술이 고맙고 대견했다. 때로 부조리하고, 하찮고, 무의미한 것투성이인 삶(흔히 우리가 세상을 평가하는 기준)에서 추구할 것은 많지 않다.
사람들은 즐겁지 않은데도 웃고, 가슴이 맞닿지 않는데도 관계를 맺고, 절망적이지만 밥을 먹는다. 그러나 우리 안에 하늘을 향한 소망이 있다면 ‘상실’은 또 하나의 축복이 된다.
죽음은 이 삶의 가장 큰 상실이 아니다. 가장 큰 상실은 우리가 살아 있는 동안 우리 안에서 어떤 것이 죽어가는 것이다.
죽음을 눈앞에 둔 이들은 우리에게 거듭 말하고 있다. ‘아직 죽지 않은 사람으로 살아가지 말라’고. 삶은 하나의 기회이며, 아름다움이고, 놀이다. 그것을 붙잡고, 감상하고, 누리는 것은 우리 자신에게 달린 일이다. 행복해지기 위해 마지막으로 무엇인가를 시도한 적이 언제였는가. 마지막으로 멀리 떠나 본 적이 언제였는가. 누군가를 진정으로 껴안아 본 적이 언제였는가. 진정 소중한 것을 위해 내 인생을 얼마나 투자했는가.
정 한 나
(세계선교교회 사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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