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은행이 투자를 잘못해 쓰러지다니. 이건 정말 역설적이다. 더구나 내로라하는 월가의 인재들이 다 모여 있는 리먼 브라더스다. 월스트릿 증권시장을 파탄시킨 1929년 10월29일의 ‘검은 화요일’은 주식거품 때문이었지만 지금 월가에 몰아치고 있는 폭풍은 부동산거품 때문이다.
리먼 브라더스가 무담보로 주택융자에 꿔준 돈은 자그마치 1,150억 달러나 된다. 담보가 없으니 원금을 받아낼 길이 막연하다. 서브 프라임 파동이 일어나자 리먼의 주식 값이 6개월사이 73퍼센트나 떨어졌다. 이어 한국투자은행이 리만을 사려다가 포기하자 40퍼센트가 또 떨어지고 정부가 리먼에게는 구제금융을 할 생각이 없다고 발표하자 바닥에까지 내려왔다. 2만9,000명의 직 원을 갖고 있는 리먼은 마침내 파산보호신청을 내기에 이르 렀다.
일반은행은 고객이 맡긴 예금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금융기관이다. 그러나 리먼 브러더스, 골드만 삭스, 모건 스탠리는 투자전문은행이다. 인수합병중개, 투자자의 거래연결, 회사채 발행 중개 등을 통해 거액의 수수료를 챙겨 엄청난 돈벌이를 해왔다. 흥청망청 보너스를 지급해 대학졸업자들의 선망의 직장으로 간주되어 왔다.
그러다가 투자은행들은 간 덩어리가 커져 겁도 없이 직접 자금을 조달해 부동산 투자까지 손댔다가 서브 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파동이 일어나자 이 모양이 된 것이다. 투자의 귀신들만 모인 경영진은 회사가 이지경이 되도록 왜 내버려 두었을까.
높은 수익에는 항상 높은 위험이 따르기 마련이다. 경영진은 이것을 알면서도 들어오는 수익이 너무나 컸기 때문에 그 유혹을 뿌리치지 못해 눈을 감고 묵인 한 것이다. 부동산 시장에 거품이 일어나 아차하고 되돌아서려 했을 때는 이미 늦었다. 보트와 달리 항공모함이 진로를 돌리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법이다. 기업도 덩치가 워낙 커지면 마음대로 방향이 바꾸어지지 않는다. 지나친 욕심의 대가가 어떤 것인지 지금 월스트릿이 비싼 수업료를 내고 배우고 있는 셈이다.
자본주의는 개인의 이익추구가 추진의 원동력이다. 그러나 이윤을 극대화 시키다보면 욕심에 눈이 멀어 리스크 관리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다. 사슴을 정신없이 쫓는 자에게 산이 보일 리가 없다.
지금 미국에는 챕터 11 파산보호 신청을 낸 굵직굵직한 회사들이 리먼 브라더스, 델타 에어라인, 텍사코, 월드컴 등 15개나 된다. 여기에다 이번에는 직원 6만6,000명인 미국 최대 보험회사 AIG(American International Group)의 파산 가능설이 떠돌고 있어 산 넘어 산이다. AIG의 주식 값이 올들어 91퍼센트나 떨어졌으니 그런 소문이 나돌 만도 하다. AIG는 다우존스지수를 형성하고 있는 회사다. 이 회사가 넘어지면 리먼 브라더스와는 비교가 안될만큼 월가에 충격을 줄 것이다.
베어스턴스가 문 닫을 때만해도 별 것 아니라고 했다. 괜찮다고 했다. 그런데 인디맥, 패니 매, 프레디 맥, 리먼 브러더스, 메릴린치 등 대형회사로 불이 자꾸 옮겨 붙어 정부가 이젠 손을 내밀지 못할 정도에 이르렀다. 다음은 누구인가.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불안하다.
아무도 모른다는 것 - 바로 이것이 지금 월스트릿이 직면한 위기다. 지금 미국 증권시장에 대해 아는 척하면 망신당하기 십상이다.
이철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