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에게 가장 뼈아픈 것은 자신이 조롱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존경은 못 받을지언정 다른 사람들에게 웃음꺼리가 된다는 것은 모욕에 가깝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주 바그다드에서 이라크 방송기자가 회견장에서 미국 대통령인 부시에게 신발을 벗어 던진 사건은 미국민들에게도 불쾌하기 짝이 없는 해프닝이다.
프랑스의 축구스타 지단이 월드컵경기에서 이탈리아 선수 마테라찌를 헤딩으로 쓰러트리는 것을 모방한 게임이 등장해 화제를 모은 적이 있다. 그런데 요즘 인도에서는 부시가 날아오는 신발을 피하는 장면을 흉내 낸 게임이 게임방에서 유행이다. 업자들은 앞으로 이 게임이 아랍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해 앞 다투어 만들어 내고 있다. 게임내용은 던진 신발이 부시의 얼굴을 맞히면 점수가 올라가는 것이라고 한다. 기가 막힐 노릇이다.
부시에게 신발을 던진 이라크의 알자이디 기자를 석방하라는 아랍인들의 데모도 매일 벌어지고 있는데 예외 없이 이들은 부시의 사진과 커다란 신발을 함께 들고 있다. 레바논의 어느 대학에서는 부시의 얼굴사진에 구두를 올려놓은 채 대학생들이 데모하고 있는 모습이 영국의 BBC TV에 비친 것을 본적이 있다.
터키에서는 알자이디가 던진 신발이 터키 제라는 것을 자랑하며 대형 구두모형을 앞세우고 알자이디 석방 데모를 했다. 이 신발을 만들어낸 이스탄불 공장에는 지난주 30만 켤레의 주문이 세계에서 밀려들었다며 메이커의 사장이 싱글벙글 이다.
이임하는 대통령의 최대 관심사는 자신이 물러난 다음 어떻게 평가 받고 어떻게 기억 되느냐다. 신발사건은 웃어넘길 해프닝이 아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부시 및 미국규탄 데모가 중동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라크 정부 대변인은 문제의 알자이디 기자가 자신이 저지른 행동에 대해 ‘불미스러운 일’이었다고 사과한 뒤 용서를 청했다고 발표했지만 알자지라 등 아랍 언론들은 알자이디가 이라크 총리에게만 미안하다고 했으며 부시대통령에 대해서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한번 더 신발을 던지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하고 있다.
미국이 이라크에 원조해준 물량은 1,000억 달러에 이른다. 그런데 아직도 이라크에는 전기가 안 들어오고 하수도 시설이 파괴된 지역이 허다하다.
그 원조물자가 다 어디로 흘러갔는지 흔적이 없다. 이라크 고위관리들이 해먹은 것으로 국민들은 간주하고 있으며 미국이 부패관리만 배불리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광기에 가까운 이라크 인들의 분노가 폭발직전에 이른 상황에서 신발사건이 터져 알자이디 기자만 하루아침에 영웅으로 떠올랐다. 반면 퇴임하는 부시는 말이 아닐 정도로 스타일을 구겼다. 미국 대통령에게 신발을 던지는 것은 미국 국민들에 대한 모욕이기도 하다. 이런 모욕을 당해 가면서 미국이 중동에 민주주의를 심느니 어쩌느니 부시가 언급하는 것은 우스꽝스런 일이다.
민주주의가 실현 되려면 국민적인 훈련이 따라야 하는데 이라크 국민은 그 훈련이 부족하다는 것이 이번 신발사건에서 드러났다. 아무리 미워도 외국인 원수 얼굴에 신발짝을 던지다니.... 국민의 수준에 관한 문제다. 이라크의 혼돈수습은 미국의 힘으로는 불가항력임을 솔직하게 인정할 단계에 왔다. 쓰레기통에서는 장미가 피어나지 않는다는 말이 생각난다. 미군이 빨리 철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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