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까지 부동산 붐 타고 외국 자본 대거 몰려
채무 못이겨 도산위기 처한 개발업자들 속출
세월이 좋았던 2007년 초 메릴 린치와 도이치 뱅크 등은 차기 중국 억만 장자로 손꼽히던 48세 부동사 재벌에 크게 베팅을 했다. 그에게 4억달러를 꿔주고 큰 땅을 사게 했으며 21억달러 규모의 에버그랜드 부동산 그룹이라는 그의 회사 주식을 홍콩 시장에 상장시키도록 했다. 1년 뒤 중국 부동산 시장은 추락했고 에버그랜드는 빚더미에 올라 앉아 있으며 월가 은행들은 이 회사가 한 주도 팔지 못했기 때문에 엄청난 손해를 보게 됐다. 전문가들은 이제 이 회사가 세계 주요 은행과 브로커, 헤지 펀드 매니저들이 세계 최대 건설 붐에 편승하기 위해 몰려들었던 중국 부동산 버블의 상징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부동산에 서둘러 단기 투자를 했다가 세계 금융 기관들이 100억달러에 달하는 손실을 본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산하고 있다. 중국 모건 스탠리의 수석 경제학자인 앤디 시에는 “그들은 욕심이 지나쳤다”며 “빨리 돈을 벌기 위해 증시에 뛰어들었고 개발업자들에게는 땅을 더 사라고 했다. 그들이 좋은 회사들을 여럿 망쳤다”고 말했다.
부동사 침체로 인한 손해가 얼마나 되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대형 프로젝트 투자는 중단된 상태다. 일부 대도시의 경우 매매가 50% 줄었다 조금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중국 부동산 붐이 사무실과 고급 빌라, 개발업자 지분을 노린 외국 투자가들이 지난 4년간 수 백 억 달러를 쏟아 부은데 일부 원인이 있다는 점이다.
모건 스탠리 부동산 펀드는 상하이 타워를 사는데 2억4,000만달러를 썼다. 칼라일 그룹은 고급 빌라를 매입했고 2008년 JP 모건의 자산 관리 펀드는 대형 중국 개발업자인 R&F 부동산의 주식 12%를 샀다.
수익을 높이기 위해 세계 투자가들은 전환 사채나 우선주 같은 복잡한 투자 수단을 사용했다. 세제 혜택도 볼 수 있고 해외에서 중국 기업에 대한 투자를 제한하는 중국 법도 피해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투자 경로도 케이만 섬이나 버진 아일랜드 같은 곳을 이용하는 방식을 택했다.
자주 사용된 투자 기법은 신주 발행 전 주식을 파는 것이다. 자금이 넘치는 외국 투자가들은 해외 법인의 전환 사채를 발행해 중국 개발업자에 수억 달러를 투자했다. 이 업자가 홍콩에서 주식을 발행하기 직전 외국 투자가들에게 신주 가격보다 싼 값에 주식을 팔아 투자금을 회수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외국 투자가들이 위험을 따져 보지도 않고 점점 더 과감하게 이런 투자에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투자가들은 개발업자를 찾은 후 해외 투자 수단을 통해 엄청난 자금을 집어넣고 개발업자로 하여금 땅을 사게 해 회사 가치를 높인 후 회사 주식을 홍콩에서 팔게 하는 것이다. 그 후 1년도 안 돼 이 회사 주식을 큰 이익을 남기고 판 후 떠난다는 것이 많은 투자가들의 계획이었다.
투자가들은 달러에 대해 상승세를 타고 있는 위안화로부터도 이익을 챙길 것을 기대했다. 이 때문에 더 많은 투기 자본이 중국 부동산으로 몰려들었다. 홍콩 프라이스 워터하우스 쿠퍼스의 파트너인 리처드 선은 “일부 전환 사채는 매우 복잡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략은 지난 5년간 중국 개발업자들이 홍콩에서 수십 억 달러를 주식 발행으로 모금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2007년 중국이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신주발행 시장이 되면서 중국 개발업자들은 사상 최고인 83억달러를 챙겼다.
그 해 모건 스탠리가 신주 발행을 맡은 컨추리 가든은 그 해 최고 액수인 19억 달러를 모금했다. 포브스에 따르면 26세 난 창업자의 딸은 서류상 160억달러의 재산을 가진 중국 최고 부자가 됐다.
신주 발행 전 주식 판매 가운데 가장 규모가 컸던 것은 광동성의 에버그랜드였다. 광주의 로열 시닉 콤플렉스 같은 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해 온 에버그랜드는 외국인 투자가들로부터 수억 달러를 얻어 중국 전역에 걸쳐 대규모 토지를 사들이기 시작했다. 2008년 이 회사가 신주를 발행했을 때 관계자들은 2004년 구글의 17억달러를 능가할 것이며 이 회사 창업주인 수지아인은 재산 70억달러로 중국 최고 갑부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주택 버블을 통제하면서 주택 판매가 줄어들고 신주 발행도 취소됐으며 개발업자 이익도 사라졌다. 같은 시기 수년 간 투기 자본 힘으로 오르던 홍콩 증시도 침체를 맞기 시작했다.
주식 발행이 불가능해지자 에버그랜드는 땅을 사느라 진 엄청난 빚을 갚기 위해 외국인 투자가들에게 다시 손을 벌려야 했다. 회사 측은 메릴 린치, 도이치 뱅크, 트레디 스위스 같은 은행에서 18억달러를 빌렸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 회사가 너무 무리를 했다고 말했다. 센트럴 차이나 증권의 웨이보는 “이는 모험이었다”며 “에버그랜드는 신주 발행에 모든 것을 걸었다. 이것만 잘 됐더라면 어마어마한 자금을 모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일이 성사되기 전 너무 크게 벌렸다”고 말했다.
다른 회사들도 비슷한 길을 걸었다. 프라이스 워터하우스 쿠퍼스의 선은 신주발행 시장이 무너졌을 때 15~20개 중국 개발회사들이 주식을 상장하려 했으며 외국 투자가들이 40억달러를 이들 회사에 투자해 놓고 있었다고 말했다.
다른 부동산 투자가들도 피해를 입었다. 이미 상장된 회사 주식도 폭락했기 때문이다. 1년 전에 비해 일부 대형 회사 주는 80%나 떨어졌다. 빚은 많고 판매가 안 되면서 많은 개발업자들이 심한 현찰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일부 외국 투자가들은 신주 발행 전 매매 계약을 다시 하고 돈을 더 모으거나 아예 중국 시장에서 손을 터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이는 빚을 갚기 위해 자본을 더 모아야 하는 개발업자에게 더 큰 부담을 주고 있다. 대형 중국 법무법인인 킹&우드의 잭 로드먼은 “많은 개발업자들이 지금 혹은 머지않아 파산할 것”이라며 “많은 경우 여러 사람이 합자했기 때문에 현재 채권자들 간에 회의가 한창”이라고 말했다. 그는 많은 경우 계약이 해외에서 이뤄져 이를 풀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채권자 중 상당수가 미국 증권 펀드나 헤지펀드, 월가의 대형 은행들이다. 개발업자들은 중국 은행들이 론을 서방에서처럼 유가 증권으로 만들어 돌리지 않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여유가 있고 은행도 기다려 줄 수 있다. 그러나 주택 매매가 내년 개선되지 않을 경우 개발업자나 은행 모두 심각한 위기에 놓일 수 있다.
<뉴욕타임스 - 본사 특약>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