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인터뷰 도중 눈앞에 얼쩡거리는 왕파리를 잡아 화젯거리를 낳고 있다. 대통령이 파리를 잡은 것이 무슨 이야기 거리가 되겠느냐고 묻겠지만 이 장면은 NBC 방송 카메라에 고스란히 잡혀 방송과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인 유투브를 타고 전 세계로 퍼져 나가면서 유명세를 타고 있다. 근엄한 자리로만 알고 있던 대통령이 TV 카메라 앞에서 오른손을 들고 ‘웽웽’대며 날아다니는 파리를 노려보다가 왼손 등에 파리가 앉자 잽싼 동작으로 때려잡는 모습이 너무나 서민적이고 재미있어 동영상을 보면서 한참을 웃었다. ‘동물윤리처우’라는 동물보호 단체는 한술 더 떠, 파리를 죽이지 말고 곱게 잡아 밖으로 날려 보내야 했다며 공식 항의까지 해대면서 재밋거리를 더해주고 있다.
만일 한국 대통령의 인터뷰 도중 파리가 날아들었다면 어땠을까. 대통령이 직접 파리를 내리쳐 죽일 수 있었을까. 아마 인터뷰는 중단되고 청와대 직원들이 파리채를 들고 이리 뛰고 저리 뛰며 파리를 잡느라 난리를 쳤을 것이다. 근엄한 대통령이 어떻게 파리를 내리쳐 잡을 수 있으며 설혹 잡았다고 해도 여과 없이 방송을 타고 인터넷에 나돌 수 있었을까. 제왕적 권위주의에 사로잡혀 온상속의 화초처럼 군림해온 한국의 대통령으로서는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특유의 바람기로 집권 내내 곤혹을 치렀다. 대통령 1기에는 아칸소 주청사 직원이었던 폴라 존스로부터 성희롱 소송을 당해 85만 달러를 손해 배상금으로 물어주더니 2기에는 백악관 인턴이었던 모니카 루인스카와 백악관 집무실에서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던 사실이 들통 나면서 탄핵으로 몰려 정치적 위기까지 맞았었다.
당시 국민의 60%가 반대하는데도 하원에서 탄핵을 결정 했지만 상원에서는 부결됐고 결국 대통령이 공식 사과하는 선에서 흥미진진한 드라마처럼 펼쳐졌던 희대의 ‘대통령 섹스 스캔들’은 일단락 됐다. 클린턴 대통령은 현직에서 대 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면서 ‘부적절한 관계’라는 새로운 용어를 만들어 슬그머니 빗겨가는 두툼한 배짱을 보여줬다. 아마 한국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망신살이 뻗쳤다며 자살하는 대통령도 나왔을 것이다.
이라크 전쟁과 경제 파탄으로 만신창이가 돼 임기 말년을 보냈던 부시 대통령도 이라크에서 기자가 던진 신발을 두 번씩이나 피하는 모욕을 당하고도 “이 신발 사이즈가 ‘10’인 것 같다”는 농담으로 좌중의 격앙된 분위기를 가라앉히는 여유를 보였다. 얼굴 붉히지 않고 여유와 배짱으로 응수하는 리더의 여유가 돋보인다.
요즘 한국에서는 대통령들 간의 싸움으로 시끄럽다. 검찰 조사를 받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집 뒷산 바위에서 떨어져 죽더니 김대중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 죽음의 책임이 현 정권에 있다며 정권타도를 위한 민중 봉기를 선동하는 발언을 하다가 김영삼 대통령으로부터 “입 닥쳐라”는 비난을 당했다.
건국 61년의 짧은 역사치고는 대한민국은 참으로 험난한 대통령 사를 기록하고 있다.
이승만 대통령은 장기 집권하다가 쫓겨났고 박정희 대통령도 장기 집권하다가 믿었던 부하의 총에 맞아 죽었다. 전두환 대통령은 백담사로 유배 갔고, 노태우 대통령은 감옥으로 갔다. 김영삼 대통령과 김대중 대통령의 아들이 감옥에 갔었고 노무현 대통령은 결백을 주장하며 바위에서 떨어져 죽었다. 외신들은 박정희·전두환·노태우 대통령을 군사 독재자로, 김대중 대통령은 자신의 노벨상을 위해 16명의 대책반을 구성한 대통령으로, 노무현 대통령은 나약한 인물로 묘사하고 있다.
분위기에 휩쓸려 좌우로 밀려다니는 국민이 잘못된 것인지 국가수반을 옛 임금의 자리로 착각하는 대통령들의 자질에 문제가 있는 것인지 참으로 아리송하다.
김정섭 국제부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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