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포뮬러 드리프트에서 10위의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맹준우 선수가 자신의 애마인 240SX 옆에 앉아 활짝 웃고 있다.

스폰서 없이 혼자 연습
3년만에 10위 ‘기염’


“낮에는 우동집 매니저, 밤에는 드리프트 레이서”

모터스포츠의 피겨스케이팅으로 불리는 드리프트 레이싱에서 한인 레이서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어 화제다.

미국 프로 드리프트 레이스인 ‘포뮬러 드리프트’에 출전 중인 맹준우 선수(26)는 프로 레이서 라이선스를 가진 50명의 참가선수 중 유일한 한인 선수다. 맹 선수의 현재 랭킹은 10위로 상위권에 해당한다. 현대자동차의 후원으로 제네시스 쿱을 가지고 출전 중인 프로 레이서 리스 밀렌은 현재 12위에 올라있다. 동료 드라이버들과 레이싱 전문가들은 26세의 한인 드라이버의 성적에 대해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프로 레이스에 참가한지 불과 3년 만에 거둔 좋은 성적이 그 누구의 도움 없이 혼자서 이뤄낸 결과이기 때문이다.

맹 선수는 프로이긴 하지만 연습조차 할 수 없는 ‘가난한’ 드라이버다. 맹 선수의 본업은 가든그로브 한남체인 내 ‘데일리 우동&스시’ 매니저. 부모님이 운영하는 우동집에서 맹 선수는 일과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맹 선수는 늦은 밤 우동집 문을 닫은 후에야 동료 드라이버의 차고에 맡겨둔 자신의 자동차를 돌볼 수 있다. 레이싱 트랙을 빌릴 돈이 없어 연습은 차고에 세워둔 자동차에 앉아 하는 이미지 트레이닝이 전부다. 다른 드라이버들이 편안하게 대회장을 이동할 때도 맹 선수는 손수 자동차를 매단 트레일러를 운전해 수십 시간씩 이동해야 한다. 그럼에도 맹 선수는 지난 5월 3일 조지아에서 열린 2차전에서 4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며 전체 순위 10위라는 놀라운 기록을 내고 있다.
레이스에 참가하는 대부분의 드라이버가 자동차 회사의 스폰서를 받으며 최고의 성능을 가진 자동차를 운전한다는 것을 고려하면 ‘기적’을 이뤄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맹 선수는 “운전석에 앉아 있을 때가 제일 행복하다”며 “자동차에 투자할 돈이 많진 않지만 실력과 열정으로 프로 선수들과 어깨를 겨루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뉴저지에서 열린 3차전에서 600마력짜리 엔진을 단 포드 머스탱과 레이스를 펼치다 엔진이 폭발했다”며 “동료 드라이버들도 강력한 상대와 좋은 레이스를 펼친데 대한 존경을 나타냈다”고 말했다. 그의 차는 365마력 SR20 엔진을 탑재한 91년형 닛산 240SX로 대회 참가 차량 중 가장 낮은 스펙이다. 이런 불리함을 딛고 근성과 실력으로 레이스를 치르고 있는 맹 선수에 대해 다른 드라이버들도 열렬한 응원을 보내고 있다.

맹 선수는 “레이스에서 승리하는 가장 중요한 요건은 돈이 아니라 열정과 실력”이라며 “한인으로서 한국산 자동차를 몰고 포뮬러 드리프트의 정상에 올라서는 자랑스러운 순간을 위해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드리프트 레이스란

포뮬러 드리프트는 1년간 총 7회의 레이스를 거쳐 포인트를 합산해 챔피언을 가리는 미국 최대의 드리프트 레이싱 대회다. 드리프트 레이스는 랩타임을 겨루는 일반 레이싱 대회와 달리 차량을 옆으로 미끄러트리는 운전 기술인 드리프트를 얼마나 멋지게 그리고 빠르게 구사하는지 평가하는 레이스로 90년대 일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다 2000년대 초반 미국에 상륙한 신종 모터 스포츠다. 기록보다는 스타일이 중시돼 모터 스포츠의 피겨스케이팅으로 불린다.

<심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