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대적 부양책 쓴 미국과 안 쓴 유럽 해법 논란
미국 회복 빨라도 장기적으로 인플레 위험 상존
미국 경제가 회복은 아니더라도 안정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유럽 경기는 그렇지 못하다. 미국 소매고는 소폭 늘고 신규 실업 수당 신청자는 줄어들었으며 주가는 오르고 있다는 뉴스는 얼마나 빨리 경기가 회복될 것인지에 관한 논쟁을 종식시킬 정도는 아니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의 경기 회복 속도의 차이는 두 곳의 금융 위기 대응 방식 차이를 부각시키고 있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지금까지는 미국의 보다 적극적인 방식이 더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중에는 미국 경제는 4/4분기 성장세로 돌아서지만 유럽은 2010년까지 침체를 겪을 것으로 보는 사람도 있다. 유럽 경제는 올해 미국의 2.8%보다 큰 폭인 4.2%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브뤼셀의 경제 연구소인 브뤼겔의 이사며 한 때 프랑스 정부 고위 재정 자문관이었던 장 피사니-페리는 “문제는 미국에서 시작됐지만 유럽이 더 큰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미국과 유럽은 금융 위기 해결에 다른 방식을 택했다. 미국은 경기 부양을 위해 대대적으로 돈을 풀고 수천억 달러를 지출한 반면 유럽은 이렇게 자금을 투입하면 나중에 인플레가 올 것을 우려했다.
대공황 때 정책이 지금 경제학자들의 연구 대상이듯 지금 미국과 유럽의 다른 정책은 두고두고 학자들에 의해 비교 분석될 것이다. 그렇게 얻어진 교훈은 장차 위기가 닥쳤을 때 지침 역할을 할뿐 아니라 정부가 시장에 어느 정도 개입하는 것이 적절한가 하는 문제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백악관의 경기 부양책을 적극적으로 비판해 온 하버드대 경제사 교수인 닐 퍼거슨은 “역사는 한 번 밖에 할 수 없는 거대한 실험장”이라고 말했다. 미국식 대대적 경기 부양안 지지자들은 경제가 추락의 악순환을 거듭하기 전에 이를 막아야 하며 그러기 위해 재정 적자가 늘어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적자가 늘면 투자가들이 미국 채권에 대한 높은 이자를 요구할 것이며 그렇게 되면 금융 비용이 올라 경기가 둔화될 것이란 걱정은 지금은 할 필요가 없다. 최근 110억 달러 규모의 30년 만기 연방 채권 경매는 순조롭게 진행돼 S&P500 지수를 7개월래 최고치로 끌어올렸다.
그러나 미국 경제의 안정이 얼마만큼 경기 부양책에 덕이고 얼마만큼 금융 시장 안정에 힘입은 것인지를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피사니-페리는 “미국이 은행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앞서 있다고 생각한다”며 “독일은 국제 무역 감소로 엄청난 손실을 입었다”고 말했다.
독일의 4월 수출은 전년에 비해 28.7%나 감소했는데 이는 1950년 이래 최대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장기적으로 유럽식이 낫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미국의 재정 적자가 장차 인플레를 초래할 위험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재정 적자에 대한 우려로 지난 달 장기 금리가 큰 폭으로 올랐다. 더 오르면 미국 경기 회복에 위협이 될 것이다.
성장은 느리더라도 대대적인 경기 부양책을 쓰지 않은 유럽은 미국처럼 큰 부채 부담을 지지는 않을 것이다. 더군다나 미국 은행들은 악성 부채에 싸여 있다. 정부 구제 금융을 상환하기로 한 은행들도 경기가 나빠지면 다시 도움을 받아야 할 지 모른다.
빠른 경기 회복을 점치는 것이 시기상조임을 말해주듯 세계은행은 올 세계 경제가 불과 두 달 전 예상치인 1.7%보다 큰 폭인 3% 감축될 것으로 전망했다.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유럽과 미국은 실업률이 급속히 늘어날 위험에 직면해 있다.
경제 개발 협력 기구(OECD)는 2007~2010년 사이 선진국에서 2,50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유럽과 미국 모두 내년 실업률은 10%가 넘을 전망이다. OECD 선임 경제학자인 조나단 코펠은 “제2차 대전 후 이렇게 실업자가 늘어난 것은 처음”이라며 “역풍이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3월 티모시 가이트너 재무 장관이 선진 20개국 재무장관과 만났을 때 그는 유럽 각국에 경기 부양 지출을 늘릴 것을 촉구했다. 그는 미국이 했던 것처럼 유럽 은행들도 스트레스 테스트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계은행 총재인 로버트 죌릭은 그 필요성을 강조했다. “금융 시장이 정상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경기 부양책을 쓰는 것은 효과가 없다”며 “이를 정상화하고 은행 자본을 재충전하며 악성 부채를 터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 타임스-본사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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